태그 : 총선

재미로 보는 국가별 투표율 추세

민주화 이후 투표율 경향에서 분석에 사용한 모형은 투표율이 100%에서 0%로 떨어진다는 가정이 포함되어 있다. 투표율이 직선을 그리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가정하더라도 1987년에서 2008년까지 투표율의 경향을 분석하는 데는 별 영향이 없다. 왜냐하면 어디까지 떨어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재미삼아 한 번 좀 더 그럴듯한 모형을 만들어서 투표율을 분석해보자.

새로 만든 '좀 더 그럴듯한 모형'의 수식은 다음과 같다.

이 모형은 투표율이 H상태에 있다가 L상태로 떨어진다고 가정한다. 이전에는 H와 L이 모형에 가정되어 있었는데 통계적으로 추정하도록 바꿨다. 시점 T는 변곡점으로서 H상태에서 L상태로 넘어가는 시기를 가리키는 데 이 시점까지는 투표율의 하락세가 점점 급격해지고 이 시점을 지나면 다시 완만해진다. 그리고 D는 H에서 L로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지를 가리키는데 정확히 해석하기는 좀 곤란하다.

한국의 투표율을 분석하기 전에 일단 다른 국가들의 투표율을 분석해봤다. 우선 1960년에서 2005년까지 일본의 총선 투표율.
일본은 90년대까지 약 71.5%를 전후한 투표율을 유지하다가 90년대부터 한국 못지 않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 모형에 따르면 43.7%까지 떨어질 것이며 변곡점은 1998년 6월로 일본의 투표율 하락세는 완만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D는 -0.23, 신뢰수준 95%에서 오차범위는 7.2% 내외. 이 모형은 투표율 변산의 약 80.7%를 설명한다(이하 설명량).
같은 기간 영국의 총선 투표율은 좀 더 극적인 패턴을 보인다. 약 75.5%에 머무르던 영국의 총선 투표율은 1995년 3월을 변곡점으로 해서 약 59.9%로 폭삭 주저 앉았다. D는 -0.75, 신뢰수준 95%에서 오차범위는 4.4% 내외. 설명량은 87.6%다.
독일도 비슷한 패턴인데 낙차는 좀 더 적다. 1986년 11월을 전후해서 88.8%에서 79.1%로 내려앉았다. 신뢰수준 95%에서 오차범위는 3.2% 내외. D는 -2.20, 설명량은 89.6%
미국도 마찬가지. 1970년 7월을 전후로 미국의 대선 투표율은 62.9%에서 52.4%로 내려갔다. 반전 운동과 민권 운동이 활발했던 미국 현대사의 격변기인데 그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D는 -0.62, 신뢰수준 95%에서 오차범위는 3.6% 내외.설명량은 85.1%

그래프의 모양이나 설명량 등을 볼 때 이 모형은 다른 국가의 투표율을 썩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오자.
그래프의 형태는 지난 번 분석 결과와 별로 다르지 않다. 모형에 따르면 한국의 총선 투표율 변곡점은 2000년 11월인데 투표율은 100%에서.. 17.4%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D는 -0.06, 신뢰수준 95%에서 오차범위는 6.6% 내외.설명량은 89.7%

시기를 좀 더 늘려서 위의 나라들과 같은 기간 투표율을 보도록 하자.

전반적으로 일본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변곡점은 좀 당겨저서 1998년 1월이다. 일본은 같은 해 6월이었는데 이것 참 흥미롭군. IMF의 영향일까? 모형에 따르면 한국의 총선 투표율은 76.1% 수준을 유지하다가 49.2%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 투표율 46.1%이므로 바닥을 친 셈이다. D는 -0.28, 신뢰수준 95%에서 오차범위는 9% 내외, 설명량은 81.0%.

오차범위 안이긴 하지만 1960년, 1985년, 2004년 총선의 투표율은 눈에 띄게 높다. 1960년 4월 혁명 직후 치러진 제4대 총선(+7.2%)과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2004년 총선(+7.2%)는 그렇다치고 1985년 11대 총선(+8.4%)은 왜일까?

1,2,3대까지 포함시키면 모형이 더이상 돌아가지 않는다.
결과를 해석하는 게 아무 의미도 없지만 일단 수치들을 보면 74.5%에서 54.2%로 떨어지고 변곡점은 2142년 --; 오차범위는 24.7% 설명량은 0.

모형은 접어두고 그래프를 보면 한국의 총선 투표율은 두 번의 큰 하락을 겪는다. 건국 이후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킬때까지 줄곧 하락. 군사 독재 기간 동안 멈췄다가 민주화 이후 다시 줄창 하락.

여기서 보여준 모형은 설득력을 계산하기에서 보여준 모형들과 달리 인과적인 설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투표율의 추세를 통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영국, 독일, 미국, 그리고 같은 기간 한국의 경우처럼 투표율이 한 번 하락할 경우엔 그 추세를 썩 잘 보여준다.

모형이 맞지 않는다면 맞지 않는데로 의미가 있다. 자료가 모형의 가정과 다르다는 걸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건국 이후 한국의 총선 투표율은 한 번의 하락을 가정하는 모형과 맞지 않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구분되는 두 번 이상의 하락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p.s.1. 어디까지나 재미로 해본 분석. 난독증은 각자 책임지자.
p.s.2. 일본, 영국, 독일, 미국의 투표율 자료는 위키피디어의 voter turnout 항목에 있는 그래프를 수치로 변환한 것이다.
p.s.3. 모형의 매개변수는 Nelder-Mead 알고리듬으로 오차제곱합을 최소화시켜 찾아냈다. 사용한 프로그램은 R.

by 아이추판다 | 2008/04/17 23:36 | 트랙백(1) | 덧글(14)

민주화 이후 투표율 경향

투표율을 가지고 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은데 여러 말 필요없고 데이터를 보자.

아래 그래프는 민주화 이후 역대 선거 투표율을 나타낸 그래프이다. x축은 연도, y축은 로그승산(logit)으로 나타낸 투표율이다. 파란 점은 대선, 초록 점은 지방선거, 빨간 점은 총선을 나타낸다. 대선의 투표율 추이를 파란선으로, 총선과 지방선거의 투표율 추이를 빨간선으로 나타냈다.
회귀분석 결과 1년에 투표율의 로그승산은 약 -0.067씩 감소하며, 대선은 총선에 비해 약 0.691 높고, 지방선거는 총선과 별 차이가 없다. 시간과 선거의 종류는 투표율의 변산성의 약 93.8%를 설명한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그래프 맨 오른쪽 아래 빨간점.

by 아이추판다 | 2008/04/15 02:37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9)

대단히 만족스러운 선거 결과

한국의 민주주의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보더라도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 같은 극우정당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야심차게 추진한 영어몰입교육이 '오해'가 되어 스러지는 과정은 적어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례를 들어 "이래도 이게 정상이냐?"고 되물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민주주의로서' 건강하고 정상적이라는 말이다. 역사상 등장했던 민주주의는 언제나 시궁창이었는데 그나마 고여서 썩는 물보다는 흐르는 시궁창이 낫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다. 항상 이상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그건 이미 인간계의 일이 아니다.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행정부와 입법부를 계속 장악하고 있어야할만한 충분한 이유를 보여주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말아먹을 것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래의 일이고, 열린우리당이 말아먹은 것은 이미 확실한 현재의 일이다. 뭘 말아먹었는지 얼마나 말아먹었는지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집권여당이 정권말기에 당 간판을 내렸다면 하여간 무엇이든 심각하게 말아먹었다는 건 분명해보인다. 통합민주당은 확실히 말아먹었고 아직까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이렇다할만큼 말아먹은 일도 없다면(말아먹을 시간도 없었지만) 권력이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넘어가지 않는것이야말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어딘가 고장나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2007~2008년의 경험은 폭발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시작했다가도 '말아먹으면' 한 순간에 정권이 날아가고, 당이 박살나고, 당 중진들이 낙엽처럼 선거에서 떨어지며 반대로 열렬한 지지자도 없고 심지어 대표적 공약마저 온 국민이 싫어하는 사람도 전 정권이 '말아먹으면' 정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이야말로 어느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결코 '말아먹을' 수 없게 만드는 민주주의 강력한 힘이라고 본다. 이명박이나 한나라당이 민주주의의 이 위력을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면 그들이 어떤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고 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하든지 간에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국가일 수록 투표율이 낮은데는 누굴 뽑아봐야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 '마찬가지'라는 말에는 누굴 뽑아도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도 있지만 '나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포함된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정 하에서 각각의 정치세력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또 유지하려고 하는 이상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 몇 안되는 선택지 중에 나쁜 것만 줄곧 고를 수도 있겠지만 1~2년 간격으로 선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그런 악수의 연속은 그리 오랫동안 허용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누가 정권을 잡든지 그럭저럭 평균적인 국정 운영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정치체제다. 섣불리 평균 이상을 바란다면 '영도자'에게 운명을 맡기는 도박을 감행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조금의 역겨움'만 참는다면 대단히 만족스럽다.

by 아이추판다 | 2008/04/10 23:39 | 트랙백(3)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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