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진화

구석기 사회를 기준으로

인생은 폼생 폼사 (sprinter)

인간을 포함해서 영장류의 행동 중에 아주 재밌는 게 있는데 힘들여 사냥한 다음에 그걸 남들한테 그냥 나눠준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 다 먹을 수도 없고 보관할 방법도 없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사자처럼 그냥 먹고 남기면 남들이 와서 먹으면 되지 굳이 나눠줄 필요는 없다. 여기서 포인트는 나눠주는 놈이 "엄청나게 생색"을 낸다는데 있다.

이 "엄청난 생색"이 곧 "폼생폼사"인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익이 있다. 일단 호혜적 이타성의 원리에 따라 잘 나눠주는 놈은 다른 놈들한테도 잘 얻어먹을 수 있다. 또, 사냥을 잘한다는 것은 높은 지능과 뛰어난 체력에 대한 적응적 지표기 때문에 이성에게 인기를 누리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 선수가 인기있는 거랑 비슷하다.

구석기 사회에서 모을 수 있는 부라고 해봐야 과일이나 고기 조각, 조개껍데기 따위인데 모아봐야 쓸데도 없고 금방 썩는 이런 거 열심히 모으는 것보다 남들한테 좋은 평판 얻고 이성 앞에서 폼 잡고 이런 게 훨씬 이익이다. 이런 사회에서 벗어난지 길게 잡아도 수천에서 수만년 정도 밖에 안되니 그 이후의 사회에 진화적으로 적응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게다가 폼생폼사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이익이 된다. 돈만 많은 수전노하고 "키다리 아저씨" 중에 누가 더 인기가 있을까?

p.s. 과시적 소비로서 남성의 페미니즘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가 좀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미리 첨언을 해두는 데 위에서 한 설명을 "키다리 아저씨"가 주디를 낚으려고 후원한 거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많이 곤란.

by 아이추판다 | 2008/04/29 17:55 | 트랙백 | 덧글(4)

로드니 브룩스의 로봇 만들기

전통적인 인공지능 연구는 컴퓨터나 로봇이 지능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과 규칙들을 사람이 프로그래밍 하거나 또는 통계처리를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든 다음에 방대한 자료를 입력해서 특정한 패턴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런데 로드니 브룩스와 그가 이끌고 있는 MIT 인공지능연구소가 지능을 갖춘 로봇을 만드는 방법은 독특하다. "로봇 만들기"(로드니 브룩스, 박우석 옮김, 바다출판사)는 그 독특한 방법을 소개하고 지능적인 로봇들이 바꾸어놓을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로드니 브룩스가 스탠포드 박사과정에 있을 때 그의 선배였던 한스 모라백(Hans Moravec)은 장애물을 피해서 돌아다니는 '카트'라는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1대의 카메라로 9방향을 촬영해서 이 이미지를 스탠포드 인공지능 연구소의 메인 컴퓨터에 무선으로 전송했다. 그러면 메인 컴퓨터는 이 이미지를 분석해서 3차원 정보를 얻어낸 다음 '카트'의 움직을 지시했다. 메인 컴퓨터가 이미지를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이었는 데 이 짧은 시간이 실외 실험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이러한 실험들의 절정은 10월말 어느 토요일에 하루 종일 메인 컴퓨터를 독점해서 사용할 권을 얻어내 카트를 실외로 내보냈을 때 찾아왔다.크리켓 경기보다도 느려터졌지만,D. C. 파워 연구소 빌딩 하역장에 설치된 똑같은의자와 마분지로 만든 모형들 사이로 운행하려 애쓰는모습은 대단한 구경거리였다.불운하게도 한스의 핵심 가정들 중 하나가 바깥세상에 의해 파괴되었다.온갖 물체들이 땅 위로 그리는 아주 뚜렷한 그림자들은 결코 정적이지 않았다.실제로 세상에 대한 두 차례의 관찰 사이의 15분의시간 동안 상당히 많이 움직였다.카트는 세상의 모델에 관해 상당한 혼란에 빠졌고,한스는 달려나가 내적 모델이 다소라도 정확하게되도록 이따금씩 세상에 조치를 취해야 했다.세상에 대한 카트의 내적 모델을 바꾸는 것보다는실제 세상을 바꾸는 것이 훨씬 쉬웠던 것이다.

그 프로젝트의 진지한 내용에도불구하고 나는 실망할 수 밖에 었다.그레이 월터는 그의 토터스들을 몇 시간씩이나계속 작동시켜 그것들이 움직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또 그것들끼리 상호작용하게 할수 있었다. 그의 로봇들은 수십 달러에 지나지 않는 부품들을 가지고 만들어졌다. 여기 고급 기술의 중심지에서 수 백만 불의 장비에 의존하는 로봇이 그만큼도 잘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내적으로는 그것이 그레이 월터의 토터스들이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그것은 세상의 정확한 3차원적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들 안에서 상세한 계획을 짜고있었다. 그러나 외부의 관찰자에게 그 모든 내적 인지활동은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p.62)

로드니 브룩스가 MIT 교수가 되어 똑같은 기능을 하는 자신의 로봇 '알렌'을 만들려고 했을 때 그는 한스 모라벡은 물론 다른 인공지능 연구자들과 정반대의 방법을 취했다.

“최소한 비형식적으로 사람들은 이 상자를 사고와 지능의 핵심인 인지 상자로 생각했다. 이 상자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을 제거해버리는 것이라고 나는 결정했다. 인지는 없다. 그저 감각과 행동뿐이다. 그것이 내가 만들 전부였고, 전통적으로 인공지능의 지능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완전히 빼버리려 했다.”(p.71)

로드니 브룩스는 로봇의 내부에서 이뤄지는 인지 활동에서 로봇과 환경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으로 관심을 돌렸다.

“상황 속에 놓인(situated) 피조물 또는 로봇은 세상 안에 포함되어 있고, 추상적인 기술이 아니라 그 피조물의 행동에 직접 영향을 주는, 지금, 여기 있는 세상을 그것의 센서를 통해 다룬다.

구현된(embodied) 피조물 또는 로봇은 물리적 몸을 지니고, 최소한 부분적으로 그 신체에 대한 세상의 영향을 통해 직접적으로 세상을 경험한다. 그 피조물의 전체가 그 몸 안에 포함될 때 더 특화된 유형의 구현이 일어난다.

이러한 정의 하에서 항공편 예약 시스템은 상황 속에 놓여 있지만 구현되지는 않았다. 1분마다 같은 패턴에 따라 분사식 페인트칠을 하는 로봇은 구현되었지만, 상황 속에 놓여 있지는 않다.”(p.98)

“여기서 그것의 생태학적 적소, 그것이 세상 안에 놓여진 상황의 분석이 중요해진다.”(p.100)

이런 "상황 속에 놓여있고 구현된 로봇"의 개념은 생물들의 지능이 진화해온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로봇을 만드는 방식 또한 진화적인 과정을 따른다.

“... 일반적으로 복잡한 능력들은 새로운 뉴런들의 추가에 의해 더 단순한 능력들 위에 기초하여 만들어진다.

이것이 내 로봇들을 위해 내가 선택한 메타포였다. 나는 단순한 행동에 대해 단순한 통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서 더 복잡한 행동들에 대해서는 옛 통제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두면서 부가적인 통제 시스템을 추가하려 했다. 필요한 경우, 새로운 통제 시스템들은 들이 로봇이 행해야할 바를 더 잘 알 때 옛 시스템들의 능력을 이따금씩 포섭할 수 있을 터였다.그리고 점점 더 복잡한 신경체계들이 추가되어온 실제 동물들의 진화의 역사적 과정을 본떠서 여러 층들이 하나하나 추가될 것이다."(p.79)

로드니 브룩스의 이런 관점은 이론적으로 유용할 뿐만 아니라 공학적으로도 실용적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된 로봇 청소기의 경우에도 로드니 브룩스의 접근법을 따르고 있다. 로봇공학에서 자주 요구되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에 하나는 위치 인식이다. 전통적인 로봇 청소기는 방의 모양을 기억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서 어디를 청소했고 또 어디를 청소할지 계획하는 복잡한 방식을 따랐다. 최근에 나오는 로봇 청소기는 단순히 벽에 부딪힐 때마다 방향을 바꿔서 이리 저리 튕겨다님으로써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결국 방을 모두 청소하게 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후자가 로드니 브룩스의 '상황 속에 놓여있고 구현된 로봇'의 실례인데 전자보다 만들기도 쉽고 가격도 더 저렴하다.

by 아이추판다 | 2008/01/01 23:31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