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모 대학의 2006학년도 교수와 학생의 성비를 나타낸 표다. 어제 어떤 일 때문에 한 번 만들어봤는데 결과가 재밌다.
학생대비교수성비는 단과대학별로 성차별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의 성비가 100%인데 교수의 성비는 200%라면 여교수 비율이 비율이 낮은 건 아니지만 여학생이 교수가 되기가 남학생에 비하면 2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학생의 성비가 1000%인데 교수의 성비가 1000%라면 여교수 비율이 낮긴 하지만 여학생이나 남학생이나 교수가 되는 비율이 비슷하므로 차별이 낮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교수들이 학생이던 시절에는 학생성비가 달랐기 때문에 지금의 학생성비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하지만 지금 남학생이 많은 단과대학은 예전에도 남학생이 많았고 지금 여학생이 많은 단과대학은 예전에도 여학생이 많았기 때문에 단과대학들끼리 비교하는 건 의미가 있다. 물론 어떤 단과대학은 여학생 비율이 빠르게 증가한 반면 어떤 단과대학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수치만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참고자료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표를 보면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확실히 인문대나 사회대는 자연대나 공대에 비하면 교수성비가 낮다. 인문대는 여교수보다 남교수가 5배 많을 뿐이고 사회대도 10배 많다. 자연대는 14배, 공대는 42배나 된다. 그런데 학생성비를 보면 인문대는 거의 1:1이고 사회대도 남학생이 1.5배 많을 뿐이다. 자연대는 2.7배, 공대는 8배나 된다. 교수성비를 학생성비로 나눠보면 인문대와 사회대는 각각 585%, 647%이고 자연대와 공대는 539%, 513%다. 만약 학생성비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면 여학생이 교수되기는 남학생보다 5배쯤 어렵다는 뜻이 되겠지만, 지금 교수들이 학생이던 시절에는 학생성비가 더 컸으므로 현재 여학생들이 교수되기는 남학생에 비해 5배나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 이공계열이 인문사회계열보다 성차별이 더 심하다고 하고, 그 근거로 대는 것 중에 하나가 교수성비다. 확실히 자연대나 공대에서 여교수가 적은 것은 틀림없는데 학생성비를 고려해보면 인문대나 사회대에 비해 더 심한 것 같지는 않다.
다른 단과대학들을 살펴보면 경영대, 농생대, 미술대, 사범대, 수의대, 약학대, 의과대는 여학생이 교수되기가 훨씬 어렵고 특히 약대가 가장 심하다. 반면 간호대나 생과대는 여학생이 교수되기가 더 쉽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단과대학별로 성비가 변하는 속도는 다르다. 간호대나 생과대의 경우 최근에야 남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학생이 교수되기가 더 쉬운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반대로 경영대는 최근에 여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반대로 여학생이 교수되기가 더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이걸 정확히 알려면 시간에 따른 학생성비 변화 추이와 교수성비 변화 추이를 비교해야 할텐데 일단 자료가 없으니 패스.
또 위의 표는 자연대나 공대가 인문대나 사회대보다 여교수가 더 적은 이유가 단지 여학생이 더 적기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에도 제3의 변수가 있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지간하면 여학생들이 공대를 잘 안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대를 갔다면 남다른 흥미나 재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당연히 교수되기도 좀 쉽겠지만 이건 차별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개인의 자질이 뛰어난 탓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인문사회계열에 비해 이공계는 업적을 평가하거나 실력의 우위를 따지기 쉽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어지간하면 여자를 교수로 뽑지 않지만 경쟁자들에 비해 논문 실적이 워낙 좋아서 어쩔 수 없이 뽑은 것일 수도 있다. 마리 퀴리는 성차별을 심하게 받았지만 어쨌든 노벨상을 두 개나 받은 경우를 생각하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어쨌든 해석의 가능성은 아직까지 열려있지만 저 표만 놓고 본다면 이공계가 인문사회계보다 더 성차별적이 말하기는 어려워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