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13일
심리적 테러
우리는 사악한 개인이 때로는 군대보다 더 많은 죽음과 파괴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에 대항해 수백 대의 비행기와 미사일을 날려보낸다면 그 누구라도 미국을 쓰러뜨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큰 규모로 들이닥치면 미국의 방어체계가 즉시 발동해 그 위협은 순식간에 해결될 것이다. 반면 적군이 7명에게 불룩한 바지와 농구 모자를 씌워 보낸다면, 그들은 아마도 목표물에 접근하여 폭탄을 투하하고 독성분을 방사하거나 아니면 비행기를 납치해 고층 빌딩으로 돌진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공격은 방어체계를 작동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임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테러다.
물론 작은 규모의 위협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방어체계를 설계할 수도 있지만(전기를 깔아 놓은 국경선, 여행 금지령, 각종 전자 감시 장치, 무작위 조사 등), 이 체계를 가동시킬 때 필요한 자원과 오작동의 경우를 계산해본다면 이 체계는 어마어마한 경비를 요구한다. 벼룩 잡자고 곳간을 태우는 셈이다. 어떤 방어체계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위협에도 반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현실성이 있으려면 어떤 역치 수준을 초과하는 위협에만 반응해야 한다. 결국 역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위협은 겉으로는 작은 규모지만 커다란 파괴력을 지닐 수도 있다. 대규모의 위협과 달리 작은 위협은 레이더망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 역시 일종의 방어체계로 위와 동일한 원리를 따른다. 우리의 감정이 몹시 상하면, 심리적 면역체계는 사실을 조작하고 비난의 대상을 바꾸는 방법 등을 동원해 우리로 하여금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그러나 약간 슬프거나 질투 나거나 화가 나거나 좌절하는 모든 상황에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결혼 실패와 실직은 우리의 심리적 방어체계를 발동시키기에 충분할만큼 우리의 행복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는 일이다. 그러나 부러진 연펼, 구멍 난 양말, 또는 느린 엘리베이터 등은 방어체계를 작동시키지 않는다. 연필이 부러진 것은 짜증나는 일이 될 수는 있지만 심리적 안녕에는 그다지 중대한 위협을 가하지 않으므로 심리적 방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아주 나쁜 경험을 하고 나서는 긍정적인 관점을 지닐 수 있어도, 조금 나쁜 경험을 하고 나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한 연구에서 신고식으로 전기 충격 3회를 행하는 동아리에 가입한 학생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매우 강한 전기충격을 받았고(심한 신고식 집단),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충격을 받았다(경미한 신고식 집단). 그러자 심한 신고식 집단이 경미한 신고식 집단보다 그 동아리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고통이 방어체계를 작동시켜, 즉시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한 것이다. 물론 고통을 겪고 나서 그런 관점을 지닌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겪는 신체적 고통은 나쁜 것이지만("세상에, 이거 진짜 아프잖아!"), 그 고통이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특별한 사람들만 오는 고귀한 집단에 들어온 거 아니겠어?") 그렇게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또 다른 연구에서 전기 충격을 받을 때 뭔가 가치 있는 일을 위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을 덜 느낀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강렬한 전기 충격은 심리적 방어를 일으켜 그 집단을 높이 평가하게 만들었지만, 경미한 충격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당신의 남편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용서했으면서도, 차고 문을 움푹 파이게 해놓거나 집안 여기저기에 지저분한 양말을 벗어놓으면 화가 났던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동일한 역설을 경험한 것이다.
대니얼 길버트,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김영사. 259-260쪽.
물론 작은 규모의 위협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방어체계를 설계할 수도 있지만(전기를 깔아 놓은 국경선, 여행 금지령, 각종 전자 감시 장치, 무작위 조사 등), 이 체계를 가동시킬 때 필요한 자원과 오작동의 경우를 계산해본다면 이 체계는 어마어마한 경비를 요구한다. 벼룩 잡자고 곳간을 태우는 셈이다. 어떤 방어체계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위협에도 반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현실성이 있으려면 어떤 역치 수준을 초과하는 위협에만 반응해야 한다. 결국 역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위협은 겉으로는 작은 규모지만 커다란 파괴력을 지닐 수도 있다. 대규모의 위협과 달리 작은 위협은 레이더망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 역시 일종의 방어체계로 위와 동일한 원리를 따른다. 우리의 감정이 몹시 상하면, 심리적 면역체계는 사실을 조작하고 비난의 대상을 바꾸는 방법 등을 동원해 우리로 하여금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그러나 약간 슬프거나 질투 나거나 화가 나거나 좌절하는 모든 상황에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결혼 실패와 실직은 우리의 심리적 방어체계를 발동시키기에 충분할만큼 우리의 행복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는 일이다. 그러나 부러진 연펼, 구멍 난 양말, 또는 느린 엘리베이터 등은 방어체계를 작동시키지 않는다. 연필이 부러진 것은 짜증나는 일이 될 수는 있지만 심리적 안녕에는 그다지 중대한 위협을 가하지 않으므로 심리적 방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아주 나쁜 경험을 하고 나서는 긍정적인 관점을 지닐 수 있어도, 조금 나쁜 경험을 하고 나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한 연구에서 신고식으로 전기 충격 3회를 행하는 동아리에 가입한 학생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매우 강한 전기충격을 받았고(심한 신고식 집단),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충격을 받았다(경미한 신고식 집단). 그러자 심한 신고식 집단이 경미한 신고식 집단보다 그 동아리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고통이 방어체계를 작동시켜, 즉시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한 것이다. 물론 고통을 겪고 나서 그런 관점을 지닌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겪는 신체적 고통은 나쁜 것이지만("세상에, 이거 진짜 아프잖아!"), 그 고통이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특별한 사람들만 오는 고귀한 집단에 들어온 거 아니겠어?") 그렇게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또 다른 연구에서 전기 충격을 받을 때 뭔가 가치 있는 일을 위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을 덜 느낀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강렬한 전기 충격은 심리적 방어를 일으켜 그 집단을 높이 평가하게 만들었지만, 경미한 충격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당신의 남편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용서했으면서도, 차고 문을 움푹 파이게 해놓거나 집안 여기저기에 지저분한 양말을 벗어놓으면 화가 났던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동일한 역설을 경험한 것이다.
대니얼 길버트,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김영사. 259-260쪽.
두 줄 감상
1. 때로는 귓가에 앵앵거리는 모기가 폭격기보다 무서운 법
2. 역시 전기 충격은 심리학의 로망~♡ (응?)
# by | 2008/08/13 00:35 | 트랙백 | 덧글(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