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24 23:50

산업정책으로서 '코딩교육' 잡담

미래부의 '코딩 교육'에 대한 논평

지난 글에서 몇 가지 설명을 덧붙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1. '코딩 교육'은 교육 문제가 아니다.

만약 교육부 차관이 코딩을 교과과정에 포함시키겠다고 발언했다면 찬성한다. 그것은 minjang님의 지적대로 코딩 또는 프로그래밍이 수학이나 과학만큼이나 중요한 기초 지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프로그래밍은 프로그래머라는 특정한 직군에서만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과학이나 공학은 물론이고 사무직 직장인들도 프로그래밍(엑셀!)을 한다.

그러나 위 발언은 미래부 2차관이 한 것이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ICT를 통한 창조경제와 국민행복 실현"을 비전으로 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미래부 2차관의 휘하 부서는 방송통신융합실, 정보화전략국, 정보통신산업국, 통신정책국이다. 다시 말해 방송, 통신, 정보 산업을 관할하는 최고위 관료의 발언이라는 것. 과학기술 연구는 미래부 1차관 관할이다.

즉 '코딩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인데 이걸 두고 교육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일단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2. '코딩 교육'은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가?

앞선 글에서 인용한 이스터리의 주장에 따르면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산업 발전에 한 가지 유인이 될 수 있더라도, 일반적으로 교육이 GDP 성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코딩 교육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 지식을 활용해서 '창조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 교육은 '창조경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우수한 프로그래머라도 컴퓨터 앞에 앉아 코딩을 하느니 치킨집을 차리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인 사회라면, 그는 치킨집을 차리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현재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의 현황이 우수한 프로그래머가 매우 필요한데 공급이 딸려서 허덕대는 상황인가, 아니면 우수한 프로그래머나 또는 그 후보군들이 프로그래밍에 희망을 잃고 외국이나 다른 업종으로 가는 상황인가에 달려있다. 전자라면 어릴 때부터 코딩 교육을 하는 것은 산업 발전에 좋은 정책일 수 있겠으나, 후자라면 코딩 교육은 별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후자고, 미래부 2차관이 관심을 기울이고 풀어야할 문제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매번 '코딩 교육' 타령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답답할 노릇이다. 심지어 전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해도 그건 교육부에서 추진해야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나마 교육부와 협의도 된 바 없는 이야기라고 하니, 이쯤되면 의도가 궁금해질 지경이다.

두 줄 요약:
1. 코딩 교육 해서 정보통신 산업 발전시키겠다는 것.
2. 그게 산업 측면에서 시급한 문제도 아니고, 미래부에서 할 일도 아니고, 교육부랑 협의도 안했다는 데 뭐 하는 건가?

덧글

  • 역사관심 2013/05/25 00:57 #

    솔직히 말해 이런 정책, 트랜드에 영합한 천민자본주의적 발상으로밖에 안보입니다.
    이 분들은 당최 '교육'이란게 뭐라는 철학자체가 없어요.

    애니메이션을 '산업'으로 보는거나, 프로그래밍을 '산업'으로 보고 키우려는 거나 오십보백보인데,
    그렇게해서 뛰어난 애니메이터/감독이나 프로그래머가 과연 나올런지...대체 뭘 기대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링크거신 분의 코딩교육을 읽어보았습니다만, 타국의 예도 솔직히 별로 와닿지 않더군요. 물론 정규교과외 (즉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 과목으로 학생들에게 어릴때부터 접하게 해주고, 관심있는 아이들에게는 정규과목에서 듣게 해주는 건 찬성입니다만, 모든 학생들에게 이러한 '기술'을 정규적으로 가르치는 건 반대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댓글로는 너무 길구요.

    그 이전에 그 시간에 주입식교육/시험을 어떻게든 (사교육포함) 없애고, 여유를 가진 학생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정말 하고 싶어서 저런 분야를 파고들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하는게 교육부 미래부에 있는 분들의 '힘들어도 해야할' 진짜 일입니다.

    그저 한심합니다. 5년 지나면 또 다 없어질, 학부모/학생들만 고생시키고 돈낭비하는 저런 쓸데없는 짓들. 컴퓨터 학원 다 죽어가다가 또 한 몇년 활활 타오르겠군요. 정말 헛질할들 합니다. 그렇게 몇년씩 해보고도 정권이 바뀌던 말던 계속 이짓거리들 하는거 보면 금붕어들도 아니고...후.
  • 아이추판다 2013/05/25 01:22 #

    애니메이션이나 프로그래밍이나 일단 산업은 산업이죠. 그런데 어째서 산업 정책이 인력 양성으로 귀결되는가.. 저는 이것이 의문스럽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은 다 일종의 '기술'입니다. 도구 과목이라고 하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코딩도 가르칠 필요가 있는 '기술'이기는는 합니다.
  • 역사관심 2013/05/25 11:51 #

    음 어째서 산업정책이 인력양성으로 귀결되는가, 또다른 좋은 지적이십니다. 프로그래밍과 애니메이션을 짝으로 삼은 게 억지긴 합니다만, 바로 그부분이 애니계의 문제지요, 국내 애니계의 고질적 문제는 바로 만화-애니를 그저 '문화'로 보고 문화적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보고 '키우려는' 데에 있지요. 이러한 부분이 바로 이명박대통령시절의 닌텐도타령과 이어지는 작태구요.

    코딩부분은 주인장말씀도 일견 옳은바입니다. 다만, 국어-국사등의 과목과 기술과목은 구별해야 하고, 코딩이라는 기술을 어떤 식으로 정규과목으로 포함할런지에 대해서는 일선교사들과 교육부, 그리고 교육전문가인력들과의 치열한 고민끝에 할일이지, 이런식으로 해외사례를 들어 쑥 집어넣는 일은 또다른 (그것도 일시적인) 사교육열풍만 낳을 뿐이라는 의견입니다.
  • 산마로 2013/05/25 01:09 # 삭제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프로그래밍을 교육과정에 집어넣으면 그만큼 다른 과목에 돌아가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과연 기초지식이 아닌 과목이 있을까요?
  • 아이추판다 2013/05/25 01:26 #

    현행 수학 교과 안에 녹여서 가르치는 형태가 바람직하겠죠.
  • 김민장 2013/05/25 03:25 #

    아,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저는 산업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어떻게 보면 수학/물리를 가르치는 것도 결국 그걸 필요로하는 산업이 있으니까 가능한 것이겠네요. 그래서 컴퓨터 교육을 특이한 녀석으로 안 보고 수학/과학의 한 분야로 접근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위에서도 댓글 나왔듯이 단기적인 정책은 정말 지양해야 함...
  • 에규데라즈 2013/05/26 23:07 #

    그런것이라면 차라리 코딩이 아니라
    전산수학.............. 이나 아카텍처...............
    등을 가르치고.. 아니 우선해서 논리학을 가르쳐야겠죠 ..
    전문대를 비롯한 대학 수업 이전에 논리적이거나 기반적인 학문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는 코딩은 그 기초가 매우 부실해질 수 밖에 없고
    그런 코딩은 정말 타이핑만 있는 html 출력물에 불과하게 되는것이죠 ..

    당장 필요한건 유행지나면 안쓸지 모르는(제 세대의 포트란, 코볼) 따위가 아닌
    그걸 논리적으로 만들수 있는 언어적 구조에 대한 논리적 사고와
    전자 정보의 특성등이 아닐까 하는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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