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8 22:25

기계에 맞선 경주 인지과학

Race Against the Machine

내용 자체는 여기 저기서 많이 나온 이야기지만 그래프가 쓸만한 게 많아서 몇 개 캡쳐를 해봤다.

이 그래프는 1975년~2008년 동안 미국의 1인당 GDP(파란 실선)와 중위소득(빨간 점선)의 변화. 중위소득이란 100명이 있으면 그 중에 딱 50번째 사람의 소득을 가리킨다. 보시다시피 평균 소득(1인당 GDP)는 계속 증가하는데 중위 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부자들만 부자가 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 그래프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 10년대별로 첫 해(19X0년)에 비한 일자리 증가율을 나타낸다. 맨 위는 1940년대인데 1949년은 1940년에 비해 일자리가 37% 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자리 증가율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최근에는 일자리가 거의 늘고 있지 않다.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생각해보면 실제 일자리는 줄어드는 셈이다.

위의 두 그래프를 종합하면: "고용없는 성장"

고용없는 성장의 원인 중에 하나는 기술발전이다. 위 그래프는 IBM에서 만든 왓슨(Watson)이라는 퀴즈 푸는 인공지는 프로그램의 성능 변화를 나타낸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뒤져서 대답을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가로축은 응답률, 세로축은 정답률을 나타낸다. 버전이 올라갈 수록 응답률 대비 정답률도 대폭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프 위쪽의 점들은 TV 퀴즈쇼에서 사람들의 응답률과 정답률을 나타내는데 사람들의 정답률은 70~100%, 응답률은 30%~80% 정도 범위에 걸쳐 있다. 왓슨의 최근 버전은 정답률과 응답률 모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을 넘어섰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인간 챔피언과 왓슨이 TV퀴즈쇼에서 대결을 벌여 왓슨이 이겼다.

IBM에서 왓슨을 만드는 이유는 TV 퀴즈쇼 상금을 따려고 하는 게 아니라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과거에는 기술발전으로 일자리가 없어져도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는데 최근의 기술은 그럴 여지가 별로 없다. 생겨도 편의점 알바 같은 비정규직 미숙련 저임금 일자리 뿐이다.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 컴퓨터로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이 있는 사람, 소수의 슈퍼스타, 자본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부를 누리지만 기술이 없는 사람, 평범한 사람, 노동자는 그렇지 못하게 된다. 위의 그래프는 학력별 소득 변화인데 학력간 소득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미국 기업의 세후 이윤 변화. 역시 계속 늘고 있다.


이건 미국 상위 0.01%의 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 20세기 초반을 넘어섰다.

물론 이 모든 경향의 원인이 오로지 기술 변화인 것만은 아니지만 그런 원인들 중에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강력한 동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하여간 이런 변화에 지금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 세기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수많은 노예들을 거느린 부유층들과 자영농에서 몰락한 빈민들로 이뤄진 고대 로마같은 사회가 되느냐,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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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MM 2011/12/08 22:31 # 삭제

    아니면 아예 공산주의가 현실화되겠죠.....기계반란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 아이추판다 2011/12/09 11:58 #

    기계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아도, 이미 서서히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고 있지요.
  • EE 2011/12/08 22:58 # 삭제

    실업률 실업률 하면서 기술발전 언급은 눈꼽만큼도 안하고 까고싶은거 까는 사람들 보면 참...
  • 아이추판다 2011/12/09 11:59 #

    뭐 단기적으로는 눈에 잘 띄는 경향은 아니니까요
  • 보리차 2011/12/08 23:05 #

    잘 읽었습니다. 요새 자크 아탈리의 '미래의 물결'을 읽고 있는데, 국가의 해체를 불러올 정도로 모든 방면에서 자동화가 진행되는 '하이퍼 제국'을 예견하고 있더군요. 인용해주신 고용 하락과 소득 격차 등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면에서 상당히 암울한 사회가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것임을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이 민주주의를 압도하게 될 시기를 우회하거나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인가,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漁夫 2011/12/08 23:54 #

    제가 그 책을 읽었는지 좀 가물거리는데 (아마 보았을 겁니다) 한 번 보고서 인상에서 바로 지웠던 이유가 reasoning이 좀 너무 주관적이고 부족하기 때문이었지요. "이럴 거다"란 얘기는 있는데 이유를 별로 설명을 안 해서.......
  • 고어핀드 2011/12/09 08:41 #

    보리차 + 어부 // 저도 그 책을 읽었고, 어부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 양반이 워낙 보통이 아닌 양반이다 보니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 보리차 2011/12/09 10:51 #

    하하, 저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적지 않게 받고 있습니다. 어떤 책이든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겠지만 특히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은 더더욱 그럴 필요가 있겠지요.
  • 아이추판다 2011/12/09 12:02 #

    어릴 때 생각했던 21세기와 지금을 비교해면;; 미래예측이 다 그렇죠.
  • 큐베 2011/12/08 23:49 #

    소득의 격차도 무섭지만 그 이상으로 무서운게 기술의 격차였군요.
  • 아이추판다 2011/12/09 12:03 #

    제일 무서운 것은 역시 자산의 격차겠습니다만..
  • nobody 2011/12/09 00:12 # 삭제

    적어도 미국의 경우 학력별 소득격차가 현재 소득격차 문제의 주원인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크루그먼의 블로그 포스트입니다: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1/11/02/a-mind-is-a-terrible-thing-to-lose/
    (Skill-based Technical change 도표의 y축이 잘 안 보여 여기에서 인용하는 내용이랑 일치하는지는 분명치 않네요)

    하지만 기술진보와 소득문제에 대해서 동일 경제학자가 언급한 게 기계가 최상위 교육자들의 직업을 빼앗는 게 아니라 중위권 직업을 빼앗는다는 얘기. (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1/03/06/autor-autor/ )...

    참고가 되실까 싶어 답니다.
  • 고어핀드 2011/12/09 08:45 #

    크루그먼은 자신의 저서 <경제학의 향연>에서도 1970년대 이후 경제 성장이 멈춘 원인에 대해 3가지의 학설을 소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술 발전론도 그 중 하나였는데요, 그 책에서는 그 주장들이 모두 일리가 있지만 그만큼 또 한계가 있어서 단정짓기 힘든 것으로 설명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책도 나온지가 오래되서... 그 양반이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지네요;
  • 아이추판다 2011/12/09 12:05 #

    자료 고맙습니다. 사실 크루그만 이야기도 비슷하죠. 고어핀드님이 말씀하신 책에서도 교통통신기술의 발달로 슈퍼스타들만 돈을 벌게 됐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지요
  • 긁적 2011/12/09 02:07 #

    좋은 자료네요. 잘 보았습니다.
  • 녹일색 2011/12/09 07:46 # 삭제

    짧고 명쾌하게 풀어주셨네요.
    잘 봤습니다.
  • jane 2011/12/09 09:22 #

    자 그럼 기계를 부숴야 하나요ㅠㅠ
  • 아이추판다 2011/12/09 12:10 #

    이제 사람들이 기계없이 살 수 있을까요..'
  • 다라나 2011/12/09 10:49 # 삭제

    갑자기 수퍼 연예인이 되겠다고 몰려가는 수만 명의 청소년을 응원해주고 싶어졌습니다. ㅡ.ㅡ;;
  • 아이추판다 2011/12/09 12:10 #

    ^^;
  • 학문적클린턴 2011/12/09 11:18 #

    기계가 다해주면 그냥 알래스카처럼 돈받고살면안되나효~
  • 아이추판다 2011/12/09 12:12 #

    기계가 다 해줄 수준이면 모르겠는데 그정도까진 또 안되니까요.
  • 2011/12/11 00:14 # 삭제

    침, 조선 후기의 모내기법 확산으로 인한 농민몰락이나 영국의 제 2차 인클로저 운동 으로 인해 벌어진 현상과 유사하네요. 이걸 어찌 해결해야 할지 참 막막하네요. 몇몇 경제학자들은 일자리가 하나 줄면 하나 늘어난다고 하시기도 하지만...
    답이 없다. 시간이 답일까낭~~
  • ㅁㅁㅁㅁ 2011/12/16 13:40 # 삭제

    그런데 그런 농민몰락도 다 일시적 현상이고, 경제성장과 고용확대도 산업혁명 이후의 일시적 현상일 뿐이죠. 또한 현재 기술발전에 의한 고용감소 영향마저도 일시적 현상일지 모릅니다. 누가 미래를 알겠습니까.
  • ㅁㅁㅁㅁ 2011/12/16 13:34 # 삭제

    미국의 고용없는 성장과 부익부 빈익빈 심화에 물론 기술발전이 한 몫을 하겠지만, 그게 멕시코 국경에서 밀려드는 중남미 이민자들 및 중국/인도의 저임금 노동자들과 결합되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겠죠. 기술발전을 러다이트 운동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 초등학교 커리큘럼부터 바꿔야 할 겁니다. 그리고 미국은 멕시코 국경에 해자를 파고 스위스 처럼 국적따기 어려운 나라가 되어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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