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아예 '땡처리' 수준으로 깎는 것도 가능하다.현재 방송통신대학교의 한 학기 등록금은 30~40만원 수준으로 같은 국립대와 비교하면 10%, 사립대와 비교하면 20%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학원비 수준도 안되니 돈이 없어서 대학 못다닌다는 이야기는 아마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유일한 단점은 원격 교육이 대면 교육보다 교육 효과가 낮다는 점인데, 이것은 별 문제가 안된다. 일반적으로 한국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원격 교육으로 바꾼다고 해서 낮아질 그런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격 교육은 대형 강의와 똑같은 장단점을 갖는데 한국 대학에서는 많은 강의들이 대형 강의로 진행되거나 또는 소규모 강의라도 대형 강의와 별로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학급 규모와 교육의 생산성에서 한 번 다룬 적이 있다. 그리고 이런 단점은 강의조교나 튜터링으로 보완할 수 있다.
황당한 생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등록금을 어떤 방식으로 내리든 결국에는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된다. 정부 재정으로 등록금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면 지금 건강보험 제도에서 그런 것과 같이 정부로서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대학들은 원격 교육이나 대형 강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저항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 등록금까지 내리면 그것 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는다. 결국 엎어치나 메치나인 셈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학회계에서 상당 부분이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기술적 요인으로 비용을 절감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방송대의 경우 현재 재학생이 20만명인데(오타아님), 보통 2만명도 안되는 대학들이 원격교육으로 등록금을 그만큼 내릴 수는 없다. 결국 원격교육으로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려면 방송대처럼 대학 정원을 확 늘려버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4년제 대학생이 200만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는 대규모 대학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다. 현재 대학 중에 90%가 사라져야 하고 교수, 직원, 강사의 일자리도 그만큼 없어진다. 이럴 경우 대학의 연구 기능이 위축될 것이 우려되는데(정말로 그럴지 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독일처럼 대학은 교육 중심으로 가고 연구 기능은 연구소 중심으로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1) 현재 그대로 간다 -> 고등 교육의 접근성 하락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 2) 정부가 등록금을 부담한다 -> 정부 재정 압박, 대학 교육의 질 하락 3) 생산성 향상으로 등록금을 낮춘다 -> 대규모 대학 구조조정. 세상에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인데 개인적으로는 3)이 그래도 1), 2)보다는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논쟁을 보면 '이미 있는 것'들을 그대로 전제한 상태에서 아웅다웅하는데 그래봐야 별 뾰쪽한 수는 안 나올 것이다.
유일한 단점은 원격 교육이 대면 교육보다 교육 효과가 낮다는 점인데, 이것은 별 문제가 안된다. 일반적으로 한국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원격 교육으로 바꾼다고 해서 낮아질 그런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격 교육은 대형 강의와 똑같은 장단점을 갖는데 한국 대학에서는 많은 강의들이 대형 강의로 진행되거나 또는 소규모 강의라도 대형 강의와 별로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학급 규모와 교육의 생산성에서 한 번 다룬 적이 있다. 그리고 이런 단점은 강의조교나 튜터링으로 보완할 수 있다.
황당한 생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등록금을 어떤 방식으로 내리든 결국에는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된다. 정부 재정으로 등록금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면 지금 건강보험 제도에서 그런 것과 같이 정부로서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대학들은 원격 교육이나 대형 강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저항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 등록금까지 내리면 그것 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는다. 결국 엎어치나 메치나인 셈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학회계에서 상당 부분이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기술적 요인으로 비용을 절감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방송대의 경우 현재 재학생이 20만명인데(오타아님), 보통 2만명도 안되는 대학들이 원격교육으로 등록금을 그만큼 내릴 수는 없다. 결국 원격교육으로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려면 방송대처럼 대학 정원을 확 늘려버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4년제 대학생이 200만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는 대규모 대학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다. 현재 대학 중에 90%가 사라져야 하고 교수, 직원, 강사의 일자리도 그만큼 없어진다. 이럴 경우 대학의 연구 기능이 위축될 것이 우려되는데(정말로 그럴지 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독일처럼 대학은 교육 중심으로 가고 연구 기능은 연구소 중심으로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1) 현재 그대로 간다 -> 고등 교육의 접근성 하락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 2) 정부가 등록금을 부담한다 -> 정부 재정 압박, 대학 교육의 질 하락 3) 생산성 향상으로 등록금을 낮춘다 -> 대규모 대학 구조조정. 세상에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인데 개인적으로는 3)이 그래도 1), 2)보다는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논쟁을 보면 '이미 있는 것'들을 그대로 전제한 상태에서 아웅다웅하는데 그래봐야 별 뾰쪽한 수는 안 나올 것이다.
덧글
헌데 이러면 대학생들의 집단 행동이 목표 달성에 대해 얼마나 유효한지는 차치하더라도 대학생 그룹 내부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될 거라 보여집니다. 뭐 어느 정도 이슈화에는 성공했으므로 소기의 성과는 이루었다고 본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테지만요.
서울대가 법인화해서 원격대학을 만들고, 교수들에게 원격강의를 강제해서 인서울/경기도급 인정을 받은 후, 대학생을 양산해서 지방 사립대에 구조조정의 피바람을 불게 하면 되겠군요.
그러나 이런 결과를 누가 원할 것인가...
얼마전에 심심해서 계산해 봤는데 담배값 2800원 가량 올려서 전부 대학등록금 지원에 쓰면 해결되더군요. 대학생 수가 200만명이라면 담배값 2000원 정도만 올리면 되겠군요. 그냥.... 그렇다고요. (먼산)
계산해본 글을 트랙백으로 걸었놨습니다. 꾸벅.
확실한 건 이 이야기를 한 정치인의 인기는 뚝 떨어질 것이라는 거... 흡연자 표는 많이 잃지만 딱히 비흡연자들이 지지해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
전에 쓰신 글을 링크하셨는데, 그 글이 이 글에서의 논지를 뒷받침해 주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사이에는 앞서 말한 긴장감이라는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윗 문단에서 말씀드린 부분이 강의조교나 튜터링으로 대체되더라도 강의실의 그 긴장감이 갖는 교육적 효과를 대체하기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사실 긴장감 말고 강의조교나 튜터링에 대해 말한 것들은 경험상 그냥 그게 그렇지 않을까 하는 수준의 추측인데, 혹시 학문적인 연구 결과가 있는지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http://nullmodel.egloos.com/1791476
확실히 동영상 강의를 보다보면 긴장감이 부족해서 딴짓을 하게된다든지 이런 점은 있는데 이건 그냥 매주 시험 보면 됩니다. (덜덜덜)
그런 양질의 원격 강의 컨텐츠가 늘어났으면 좋겠네요.
교수는 강사보다는 멘토로서의 역할의 변모가 이루어졌으면 하구요..
디지털 컨텐츠의 특성상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유통될 수 있을테니 배우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반가운 아이디어인 것 같네용~~
그런 양질의 원격 강의 컨텐츠가 늘어났으면 좋겠네요.
교수는 강사보다는 멘토로서의 역할의 변모가 이루어졌으면 하구요..
디지털 컨텐츠의 특성상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유통될 수 있을테니 배우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반가운 아이디어인 것 같네용~~
중간에 "국립대와 비교하면 10%, 사립대와 비교하면 20%"는 오기인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르치는 수준이 높아질 수록, 단적으로 대학 3,4학년 수준의 전공 수준만 되더라도 강의조교나 튜터가 3, 4학년 전공과목을 강사의 절반 정도라도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소위 몇 몇 명문대를 제외하면 결코 기대할 수 없는 학생들의 수준입니다. 서울대에서도 대학 3, 4학년 전공은 대학원생 중에서도 똑똑한 학생들에게 조교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강의조교와 튜터를 활용한다는 것이 그리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사람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제 생각으로는 아이추판다님이 고등교육에서 강의조교나 튜터링의 효과에 관한 연구결과를 포스팅한다면 논란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아이추판다님이 원격 강의+강의조교나 튜터링이 교육적 효과를 크게 잃어버리지 않고도 대면 강의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면, 강의조교나 튜터링이 대학에서 얼마 정도의 효과를 가지는지를 보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튜터제도가 효과가 크다는 것은 대학 현장에서도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학생들에게 튜터나 강의 조교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겨우 가능한 곳이 이공계열에서는 그나마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입니다. 튜터를 할 대학원이 처음부터 없는데 무슨 튜터제를 고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서울대라 하더라도 이공계열 2000여명의 신입생들에게 겨우 제공하는 것이 기초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학부 3, 4학년 튜터를 4, 5명 당 한명 정도씩 붙여주는 일과 한 반에 2-30여명이 되는 반으로 나눠어 미적분학 조교를 붙여주는 일입니다. 그게 한계입니다. 사람이 없어요. 서울대 수학과 대학원생 다 합쳐봐야 150여명 됩니다. 이공계열 2000여명의 신입생들 하나하나 봐줄 형편이 아닙니다.
그런 상황인데 지방은 어떻겠습니까? 대학원생이 20명 넘는 학과 별로 없습니다. 한 강좌에 조교 한 명 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공계열이 그럴진대 인문사회계열은 얼마나 더 처참한가요? 그나마 대학원이 있는 대학은 낫습니다만, 대학원조차 없는 대개의 평범한 대학은? 상황이 이럴진대 잘 설정된 상황에서 얻어낸 실험결과를 들이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논문 한 편 쓰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원격강의로 모두 바꾸었을 때 교육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질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격강의로 전면적으로 바꾸더라도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말씀하셨듯이 대부분의 대형 강의가 그런 경우겠지요. 그러나 직접 말씀하셨듯이 원격교육이 단점을 보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면교육보다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이고, 지금의 대학의 대학교육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을 다녔을 때의 경험과 강의를 하면서 느끼는 경험으로는 원격강의로 바뀌었을 때 그 효과가 현격하게 떨어지는 경우 또한 상당히 많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 부분은 대충 건너뛰어도 되겠구나,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어야 겠구나 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강의 구성이 바뀝니다. 수능 대비 인터넷 동영상 강의하는 학원 강사들도 동영상 강의 찍으면서 수강하는 학생들을 앞에 세워두지 않습니까? 학생들의 반응을 계속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은 강의를 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거든요. 그리고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라도 매 학기마다 그 반응은 매우 달라집니다. 그에 따라 교수의 강의도 바뀌어야 하구요.
강의조교나 튜터제가 없어도 원격강의가 잘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대학입시 인터넷 동영상 강의 분야인데 그러나 이 분야조차도 인터넷 게시판 등을 이용해서 질문을 받고 수많은 답글 전문 조교들을 운영해가며 답변을 달아주며 인터넷 강의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원격강의로 바뀌었을 때 고등 교육의 질이 어떻게 바뀌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겠지요. 특히 원격강의로 바꾸되 강의조교나 튜터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의 교육의 질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요.
물론 이런 이야기에서 교육이란 것이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냐 학생들과의 교감이 중요하지 않느냐 등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겠지요. 원격교육으로는 학생들과의 교감이란 것을 채울 수 없습니다만, 몇 년의 강의 경험으로 볼 때 학생들과의 직접적 교감은 사실 정말로 중요합니다.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만.
요즘에는 인터넷이 워낙 발달하여 제 전공 분야의 학회 등에서도 학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에 강의동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어지간한 학회는 가지 않아도 어떤 강의가 있었는지를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여시간의 비행을 마다하지 않고 그런 학회에 가는 이유는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교류가 그만큼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대학에서의 교육도 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 뿐만 아니라 어떤 교육이라도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의 교감이 중요할 것입니다. 특히 그 과목이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튜토링이나 강의보조를 위해 별도의 공간과 인력을 투입한다는 건 아주
비현실적이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의 높은 등록금은 학습이나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필요보다는
몇년 안에 입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들 때를 대비하여 적립해놓는
사립대학들의 생존을 위한 저축같은 것이지요.
그러니 온라인 강의를 통한 비용절감이
더 효과적인 교습방법을 위해 재 투자될리가 없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