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1 21:57

반값 등록금: 기술적 접근 잡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아예 '땡처리' 수준으로 깎는 것도 가능하다.현재 방송통신대학교의 한 학기 등록금은 30~40만원 수준으로 같은 국립대와 비교하면 10%, 사립대와 비교하면 20%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학원비 수준도 안되니 돈이 없어서 대학 못다닌다는 이야기는 아마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유일한 단점은 원격 교육이 대면 교육보다 교육 효과가 낮다는 점인데, 이것은 별 문제가 안된다. 일반적으로 한국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원격 교육으로 바꾼다고 해서 낮아질 그런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격 교육은 대형 강의와 똑같은 장단점을 갖는데 한국 대학에서는 많은 강의들이 대형 강의로 진행되거나 또는 소규모 강의라도 대형 강의와 별로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학급 규모와 교육의 생산성에서 한 번 다룬 적이 있다. 그리고 이런 단점은 강의조교나 튜터링으로 보완할 수 있다.

황당한 생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등록금을 어떤 방식으로 내리든 결국에는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된다. 정부 재정으로 등록금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면 지금 건강보험 제도에서 그런 것과 같이 정부로서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대학들은 원격 교육이나 대형 강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저항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 등록금까지 내리면 그것 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는다. 결국 엎어치나 메치나인 셈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학회계에서 상당 부분이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기술적 요인으로 비용을 절감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방송대의 경우 현재 재학생이 20만명인데(오타아님), 보통 2만명도 안되는 대학들이 원격교육으로 등록금을 그만큼 내릴 수는 없다. 결국 원격교육으로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려면 방송대처럼 대학 정원을 확 늘려버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4년제 대학생이 200만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는 대규모 대학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다. 현재 대학 중에 90%가 사라져야 하고 교수, 직원, 강사의 일자리도 그만큼 없어진다. 이럴 경우 대학의 연구 기능이 위축될 것이 우려되는데(정말로 그럴지 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독일처럼 대학은 교육 중심으로 가고 연구 기능은 연구소 중심으로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1) 현재 그대로 간다 -> 고등 교육의 접근성 하락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 2) 정부가 등록금을 부담한다 -> 정부 재정 압박, 대학 교육의 질 하락 3) 생산성 향상으로 등록금을 낮춘다 -> 대규모 대학 구조조정. 세상에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인데 개인적으로는 3)이 그래도 1), 2)보다는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논쟁을 보면 '이미 있는 것'들을 그대로 전제한 상태에서 아웅다웅하는데 그래봐야 별 뾰쪽한 수는 안 나올 것이다.

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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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라라 2011/06/11 22:02 #

    교수 교직원들이 난리칠듯..
  • 아이추판다 2011/06/11 23:46 #

    사실 미국에서 교수 노조가 동영상 강의 반대하는 시위도 하고 그랬더랬죠.
  • 매직동키라이드 2011/06/11 22:05 #

    세금 지원을 통한 등록금 절감에도 역시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헌데 이러면 대학생들의 집단 행동이 목표 달성에 대해 얼마나 유효한지는 차치하더라도 대학생 그룹 내부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될 거라 보여집니다. 뭐 어느 정도 이슈화에는 성공했으므로 소기의 성과는 이루었다고 본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테지만요.
  • 아이추판다 2011/06/11 23:46 #

    등록금 깎는 건 좋은데 이러나 저러나 지금 이대로 갈 수는 없을 겁니다.
  • BigTrain 2011/06/11 22:21 #

    이렇게 보니 이시대 마지막의 신이 내린 직장인 대학 교직원 자리도 슬슬 위태위태해질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ㄷㄷ
  • 아이추판다 2011/06/11 23:47 #

    혹자는 30년 후에는 컴퓨터가 인간 지능을 따라잡을 거라는데 그럼 뭐 남아나는 일자리가 있겠습니까. 하하.
  • jane 2011/06/11 22:35 #

    저도 슬프지만... 3번을 지지합니다.
  • 아이추판다 2011/06/11 23:47 #

    뭐.. 슬플 것까지야 있을까요. 박사 실업자가 좀 늘겠죠. (으윽)
  • 라임에이드 2011/06/11 23:18 # 삭제

    최근 이슈 두가지를 합쳐보자면...

    서울대가 법인화해서 원격대학을 만들고, 교수들에게 원격강의를 강제해서 인서울/경기도급 인정을 받은 후, 대학생을 양산해서 지방 사립대에 구조조정의 피바람을 불게 하면 되겠군요.

    그러나 이런 결과를 누가 원할 것인가...
  • 아이추판다 2011/06/11 23:43 #

    정부는 재정 굳어서 좋고, 국민은 세금 더 안내서 좋고, 학생들은 서울대 졸업장 받아서 좋고, 서울대는 돈 벌어서 좋고.. 딱히 나쁘다고 생각은 안합니다. 어떤 대안을 선택하든 피보는 사람은 나올 수 밖에 없어요.
  • RedPain 2011/06/11 23:36 #

    대학생 수가 200만명이 맞나요? 통계청에는 300만명 정도로 나와있던데 휴학생 포함인가 보군요.

    얼마전에 심심해서 계산해 봤는데 담배값 2800원 가량 올려서 전부 대학등록금 지원에 쓰면 해결되더군요. 대학생 수가 200만명이라면 담배값 2000원 정도만 올리면 되겠군요. 그냥.... 그렇다고요. (먼산)

    계산해본 글을 트랙백으로 걸었놨습니다. 꾸벅.
  • 아이추판다 2011/06/11 23:45 #

    300만명이라는 것은 아마 2년제 포함이 아닐까요? 전문대는 실습이 많아서 원격교육으로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담배값은 담배값대로 올리고 그 세수는 다른데 쓰면 더 좋죠. 근데 담배값까지 올렸다가는 정권 무너질지도...(먼산)
  • RedPain 2011/06/12 00:07 #

    '반값등록금 가지고 데모는 해도 담배값 2800원에 데모는 안 할 것이다'라는 건 저의 순진한 생각일까요?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확실한 건 이 이야기를 한 정치인의 인기는 뚝 떨어질 것이라는 거... 흡연자 표는 많이 잃지만 딱히 비흡연자들이 지지해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
  • 산마로 2011/06/12 01:22 # 삭제

    원래 고등교육이란 게 강의로만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걸텐데요. 초중등 교육도 그렇지만 나쁜 방향으로만 가는 것 같군요. 판다님 말씀대로 가게 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향도 포함해서 현행 교육 체제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군요. 원격 교육이 일반화되면 대학 서열에 실질적 내용이 생길테니 그건 좀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군요. 지금이야 대학 서열을 입결로만 따지고 있지만 원격 교육이 일반화되면 그나마 소규모 대면 교육과 실습의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대학이 명문대학이 되겠죠.
  • 아이추판다 2011/06/12 05:18 #

    소규모 대면 교육과 실습의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은 무얼하더라도 최고의 교육의 방법이기는 한데, 비용이 문제죠. 꼭 명문/비명문으로 나누지 않아도 짜잘한 지식 전달은 동영상 강의처럼 싼 수단으로 해치우고 핵심적인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비용을 투입해서 교육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법 합니다.
  • 에라 2011/06/12 18:51 # 삭제

    저는 맨처음의 문장을 보고 "아하. 어짜피, 한국 대학 교육의 퀄리티는 안습이니 대학 정원을 두배로 늘리고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면 되는구나" 멋지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개그스러운) 결론하고는 틀려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미 고등학교 졸업생의 90%를 커버하는 대학 정원을 가진 현 상황에서 정원을 두배로 늘려서 180%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거 같기도 한데... 너무 시장주의적인 생각인가요? :)
  • ㅁㄴㅇㄹ 2011/06/13 02:04 # 삭제

    한국 대학에서 대면 교육이 원격 교육보다 교육 효과 면에서 나을 게 별로 없다고 하셨는데, 대면 교육에는 원격 교육에 없는 긴장감이 있어서 원격 교육과 교육 효과 차이가 매우 크지 않을까요. 교수가 수강생 전체에게 대답을 요구하기도 하고, 개개인을 지목해서 학생의 생각을 말하도록 자극하기도 하는 강의자 측면에서 형성하는 긴장감도 있고, 강의를 듣는 학생 입장에서도 교수의 강의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답변을 준비하거나 교수와 눈맞춤을 하는 식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또 학생들 간에도 다른 학생들의 반응이나 답변을 살펴보며 지적으로 긴장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 등... 제 기억으로는 강의실에서 이런 식으로 형성된 긴장감이 정말 큰 교육적 효과를 발휘했던 것 같습니다. 수업이 소규모인 경우는 물론이고 수강생이 60여명 되는 중형(?) 강의도요(사실 수강인원의 다소보다는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몇몇 학생들의 존재 여부가 긴장감 형성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소규모 강의여도 실망스러운 경우도 종종 있는 반면, 30~6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들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얻는 경우도 있죠) 이런 요소가 없이 과연 대학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전에 쓰신 글을 링크하셨는데, 그 글이 이 글에서의 논지를 뒷받침해 주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사이에는 앞서 말한 긴장감이라는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윗 문단에서 말씀드린 부분이 강의조교나 튜터링으로 대체되더라도 강의실의 그 긴장감이 갖는 교육적 효과를 대체하기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사실 긴장감 말고 강의조교나 튜터링에 대해 말한 것들은 경험상 그냥 그게 그렇지 않을까 하는 수준의 추측인데, 혹시 학문적인 연구 결과가 있는지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 아이추판다 2011/06/13 02:12 #

    나중에 포스팅을 하나 새로 해야 할 것 같은데, 간단히 설명드리면 강의는 효과가 굉장히 낮은 교육 방법입니다. 다만,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널리 쓰이는 것 뿐이죠.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http://nullmodel.egloos.com/1791476

    확실히 동영상 강의를 보다보면 긴장감이 부족해서 딴짓을 하게된다든지 이런 점은 있는데 이건 그냥 매주 시험 보면 됩니다. (덜덜덜)
  • ㅁㄴㅇㄹ 2011/06/14 17:08 # 삭제

    인용하신 중등 교육에 대한 연구가 시사하는 점이 고등 교육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yonze 2011/06/13 11:36 # 삭제

    졸업증은 필요 없으니까
    그런 양질의 원격 강의 컨텐츠가 늘어났으면 좋겠네요.
    교수는 강사보다는 멘토로서의 역할의 변모가 이루어졌으면 하구요..
    디지털 컨텐츠의 특성상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유통될 수 있을테니 배우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반가운 아이디어인 것 같네용~~
  • yonze 2011/06/13 11:36 # 삭제

    졸업증은 필요 없으니까
    그런 양질의 원격 강의 컨텐츠가 늘어났으면 좋겠네요.
    교수는 강사보다는 멘토로서의 역할의 변모가 이루어졌으면 하구요..
    디지털 컨텐츠의 특성상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유통될 수 있을테니 배우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반가운 아이디어인 것 같네용~~
  • 2011/06/13 16:14 # 삭제

    항상 명쾌한 글 ㄳ.
    중간에 "국립대와 비교하면 10%, 사립대와 비교하면 20%"는 오기인 듯합니다.
  • 아이추판다 2011/06/14 01:52 #

    대충 맞지 않은가 싶은데 아닌가요?
  • agsg 2011/06/14 00:59 # 삭제

    강의조교나 튜터링은 강의조교와 튜터의 실력이 강사에 절반이라도 된다는 가정 아래 의미가 있는 제도입니다. 강사가 가르치는 것이 100인데 강의조교나 튜터가 이해하는 정도가 50밖에 안된다면, 강의조교나 튜터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없습니다. 대개의 경우 학생들의 질문은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무언가를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고, 학생이 무엇을 오해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려면 학생이 질문하고 있는 그 분야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르치는 수준이 높아질 수록, 단적으로 대학 3,4학년 수준의 전공 수준만 되더라도 강의조교나 튜터가 3, 4학년 전공과목을 강사의 절반 정도라도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소위 몇 몇 명문대를 제외하면 결코 기대할 수 없는 학생들의 수준입니다. 서울대에서도 대학 3, 4학년 전공은 대학원생 중에서도 똑똑한 학생들에게 조교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강의조교와 튜터를 활용한다는 것이 그리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사람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 아이추판다 2011/06/14 02:00 #

    정확한 지적입니다. 근데 지금도 강의조교나 튜터링이 별로 잘되고 있진 않고, 게시판으로 질문에 대답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생이 3, 4학년 수업 질문에 답변도 못해줄 정도면 이미 교육의 질이 별로 높지 않다는 방증이 아닐지요.
  • ㅁㄴㅇㄹ 2011/06/14 16:46 # 삭제

    아이추판다님의 답변이 agsg님의 반론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 같네요. 강의자가 게시판으로 질문에 답변하더라도 좋은 답변을 줄 수 있고, 또 그러고 있는 사례도 많습니다. 그리고 agsg님은 '만약 강의자와 대학원생의 실력이 현격히 차이난다면, 강의조교나 튜터링의 효과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인데, 대학원생에 대한 교육의 질이나 강의조교 제도가 잘 수행되고 있지 않다는 대응은 겉도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이추판다님이 고등교육에서 강의조교나 튜터링의 효과에 관한 연구결과를 포스팅한다면 논란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아이추판다님이 원격 강의+강의조교나 튜터링이 교육적 효과를 크게 잃어버리지 않고도 대면 강의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면, 강의조교나 튜터링이 대학에서 얼마 정도의 효과를 가지는지를 보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아이추판다 2011/06/14 17:36 #

    ㅁㄴㅇㄹ // http://nullmodel.egloos.com/1791476 에서 나온 결과는 고등교육에서도 재현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사이언스온 연재에 쓸 계획입니다.


  • agsg 2011/06/14 22:12 # 삭제

    서울대에만 계셔서 주변 분위기를 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만, 서울권의 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학원 입학 정원의 절반을 채우기도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나마 서울권은 낫습니다만, 당장 지방 거점국립대만해도 대학원생이 없어 난리도 아닙니다.

    튜터제도가 효과가 크다는 것은 대학 현장에서도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학생들에게 튜터나 강의 조교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겨우 가능한 곳이 이공계열에서는 그나마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입니다. 튜터를 할 대학원이 처음부터 없는데 무슨 튜터제를 고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서울대라 하더라도 이공계열 2000여명의 신입생들에게 겨우 제공하는 것이 기초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학부 3, 4학년 튜터를 4, 5명 당 한명 정도씩 붙여주는 일과 한 반에 2-30여명이 되는 반으로 나눠어 미적분학 조교를 붙여주는 일입니다. 그게 한계입니다. 사람이 없어요. 서울대 수학과 대학원생 다 합쳐봐야 150여명 됩니다. 이공계열 2000여명의 신입생들 하나하나 봐줄 형편이 아닙니다.

    그런 상황인데 지방은 어떻겠습니까? 대학원생이 20명 넘는 학과 별로 없습니다. 한 강좌에 조교 한 명 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공계열이 그럴진대 인문사회계열은 얼마나 더 처참한가요? 그나마 대학원이 있는 대학은 낫습니다만, 대학원조차 없는 대개의 평범한 대학은? 상황이 이럴진대 잘 설정된 상황에서 얻어낸 실험결과를 들이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논문 한 편 쓰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 agsg 2011/06/14 22:26 # 삭제

    그리고 대학원생의 실력 문제는 교육의 문제일수도 있겠습니다만, 똑똑한 학생들이 대학원에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대의 똑똑한 학생들은 유학을 가고 지방의 똑똑한 학생들은 서울로 가고. 그러면 지방의 대학원은 누가 채우죠? 아시다시피 이공계열의 경우 교과서의 난이도는 대학의 수준에 따라 매우 크게 차이납니다. 제가 있는 지방의 거점국립대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서울대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절반 밖에 안됩니다. 이 학교에서 똑똑했던 학생들이 서울대 가서 고생하는 이유가 학부 때 배운 내용의 수준이 많이 차이나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들이 학부 교과목, 특히 3,4학년 고급 전공과목 튜터를 하기 어려운 이유가 이것이예요. 배우기를 쉽게 배웠으니까요.
  • 아이추판다 2011/06/15 00:54 #

    agsg // 이야기가 좀 겉도는 것 같은데요, agsg님께서는 원격 강의가 지금의 대학교육보다 교육의 질이 현격하게 더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 agsg 2011/06/15 13:04 # 삭제

    저는 단지 "그리고 이런 단점은 강의조교나 튜터링으로 보완할 수 있다"라는 단순한 명제가 그리 쉬운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였을 뿐입니다. 강의조교나 튜터링을 운영할 수 있는 물리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는 대학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물리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학부 고학년 과목이 될 수록 그 과목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대학원생 또한 드물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원격강의로 모두 바꾸었을 때 교육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질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격강의로 전면적으로 바꾸더라도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말씀하셨듯이 대부분의 대형 강의가 그런 경우겠지요. 그러나 직접 말씀하셨듯이 원격교육이 단점을 보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면교육보다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이고, 지금의 대학의 대학교육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을 다녔을 때의 경험과 강의를 하면서 느끼는 경험으로는 원격강의로 바뀌었을 때 그 효과가 현격하게 떨어지는 경우 또한 상당히 많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 부분은 대충 건너뛰어도 되겠구나,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어야 겠구나 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강의 구성이 바뀝니다. 수능 대비 인터넷 동영상 강의하는 학원 강사들도 동영상 강의 찍으면서 수강하는 학생들을 앞에 세워두지 않습니까? 학생들의 반응을 계속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은 강의를 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거든요. 그리고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라도 매 학기마다 그 반응은 매우 달라집니다. 그에 따라 교수의 강의도 바뀌어야 하구요.

    강의조교나 튜터제가 없어도 원격강의가 잘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대학입시 인터넷 동영상 강의 분야인데 그러나 이 분야조차도 인터넷 게시판 등을 이용해서 질문을 받고 수많은 답글 전문 조교들을 운영해가며 답변을 달아주며 인터넷 강의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원격강의로 바뀌었을 때 고등 교육의 질이 어떻게 바뀌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겠지요. 특히 원격강의로 바꾸되 강의조교나 튜터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의 교육의 질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요.

    물론 이런 이야기에서 교육이란 것이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냐 학생들과의 교감이 중요하지 않느냐 등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겠지요. 원격교육으로는 학생들과의 교감이란 것을 채울 수 없습니다만, 몇 년의 강의 경험으로 볼 때 학생들과의 직접적 교감은 사실 정말로 중요합니다.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만.

    요즘에는 인터넷이 워낙 발달하여 제 전공 분야의 학회 등에서도 학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에 강의동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어지간한 학회는 가지 않아도 어떤 강의가 있었는지를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여시간의 비행을 마다하지 않고 그런 학회에 가는 이유는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교류가 그만큼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대학에서의 교육도 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 뿐만 아니라 어떤 교육이라도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의 교감이 중요할 것입니다. 특히 그 과목이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 아이추판다 2011/06/15 18:43 #

    말씀하신 내용에 동의합니다. 사실 교육은 인간이 하는 것이라 교육의 질을 전혀 떨어트리지 않으면서 비용을 낮추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등록금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면 어느 정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_- 2011/06/16 07:13 # 삭제

    현장강의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강의를 편성하는 대학이
    튜토링이나 강의보조를 위해 별도의 공간과 인력을 투입한다는 건 아주
    비현실적이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의 높은 등록금은 학습이나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필요보다는
    몇년 안에 입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들 때를 대비하여 적립해놓는
    사립대학들의 생존을 위한 저축같은 것이지요.

    그러니 온라인 강의를 통한 비용절감이
    더 효과적인 교습방법을 위해 재 투자될리가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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