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6 15:15

미국의 맹목적 추종자들 유사학문

너 컴퓨터 공학과 나왔으니 내 핸드폰 좀 고쳐봐라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자들의 과거는 반복된다
그래서 어쩌라고?

다음은 미국의 수리심리학자 제임스 타운젠트가 2008년 수리심리학의 위기를 진단한 글의 일부이다:

몇몇 기부금 많은 사립대학은 예외지만 심리학과는 대학의 풍부한 재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심지어(또는 특히) 대형 공립 연구중심대학에서도 그렇다. 심리학과는 전공, 비전공 수강생들이 상당히 많고, 외부 연구자금도 많이 끌어온다. 심리학과가 끌어오는 연구자금은 잘 정립된 '실험실 과학 학과'들에 가깝거나 오히려 넘어서는 반면 교육에서 실험실습비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악마와의 거래에는 대가가 따른다. 심리학과에는 예를 들어 물리, 생물, 수학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처럼 졸업 기준을 높이는 데 저항하는 거대한 압력이 있다. 등록 학생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요인들도 덧붙는다. 심리학계 일각에서는 수학과 '경성과학'에 거부감을 느끼며, 출판사들은 저자들에게 교과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전공논문의 수준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경향이 계속 늘고 있다. 그리고 잘 알려져있다시피 1970년대 이래로 고등교육에서 유행하는 학점 인플레이션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리학 학부 교육이 타과 수강생들은 논외로 하고 전공 학생들에 대해서라도 단단한 과학 교육을 향해 현저히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빨 요정을 믿는 것이나 다름 없다. 내가 찾아낸 유일한 실용적 해결책은 심리학과에서 과학, 수학, 통계를 의무 수강하게 하는 별도의 과학적 심리학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명예 프로그램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Townsend, J. T. (2008). Mathematical psychology: Prospects for the 21th century. Journal of Mathematical Psychology, 52, 269-280.

미국 대학에서는 심리학과가 수강생도 많고 연구비도 많이 끌어오는데 실험실습비 같은 것도 많이 들지 않아서 대학에는 짭짤한 수익원이 된다. 그래서 수강생이 줄어들 수 있는 어려운 과학 과목들을 잘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타운젠드는 학부 심리학 교육을 제대로된 과학 교육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글렀고, 똑똑한 학생 몇 명이라도 별도의 과정으로 가르치자고 제안한다. 이것이 미국 심리학 교육의 비참한 상황이다.

이제 다시 문제의 인터뷰를 보자.

이진호 제가 다니는 인문학부에서 가장 인기 많은 학과가 심리학과예요. 지원하는 학생들이 선생님처럼 상담치료 쪽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막상 공부하는 건 ‘뇌의 신호’가 어떻다는 등 학생들 기대와는 다른 내용이에요.

정혜신 심리학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이 상담을 통해 남을 돕고 싶어 하는 동기로 시작해요. 그런데 막상 뇌신경 분야 같은 기능적인 학문 쪽만 가르치는 게 사실이에요. 미국 정신의학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봐요. 유독 한국 사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을 꺼리는 거 같아요.

이들의 주장이 타운젠드가 묘사하는 미국의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 사실 한국의 심리학 교육도 미국과 별로 차이가 없다. 앞서도 말했지만 저 학생이 불평하는 '뇌의 신호'가 어떻다는 등 하는 내용은 개론 교과서에 한 장으로 할애할 뿐이다. 아마 신경과학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학교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겨우 그것도 안된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미국보다 더 미국식이랄까.

정신분석학 추종자들은 걸핏하면 심리학에 '미국식'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지, 미국식이면 또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똑바로 설명하는 적이 없다. 그런데 하는 짓들을 보면 정작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이들이다. 미국 인문학계에 라캉이 유행하면 라캉을 수용하고, 미국 정신의학계에서 정신분석학이 유행하면 정신분석학을 수행하고, 미국 심리학에서 학부 교육이 망해가면 한국도 똑같이 말아먹자고 주장한다. 정작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자기들인데 왜 가만히 있는 남을 비난하는 것일까? 미국에 대한 과도한 애정 때문에 정신이 나가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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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ull Model : 정신분석학은 진보적인가? 2011-06-06 22:26: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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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세리자와 2011/06/06 16:25 #

    미국에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이 유행하면 이를 따라해서 미국을 비판한다.
  • let go 2011/06/07 12:02 #

    어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1/06/06 22:0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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