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5 01:28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자들의 과거는 반복된다 유사학문

너 컴퓨터 공학과 나왔으니 내 핸드폰 좀 고쳐봐라

1960년대 하버드 대학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수련을 받은 에릭 캔델의 회고담:

임상 활동에 대한 감독은 약간 편협한 감이 있긴 했지만 훌륭했다. 첫 해에 우리는 입원이 필요할 만큼 병든 환자들을 다뤘다. 그들 중 일부는 정신분열병 환자였다. 우리는 제한된 수의 환자들만 보았고, 매우 중한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상대할 기회는 드물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두세번 정신 치료 시간에 그들을 만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우리는 비록 환자들의 정신 기능을 거의 회복시키지 못했지만, 단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분열병과 우울증에 대해 만은 것을 배웠다. 임상 담당 책임자인 엘빈 셈라드와 대부분의 지도교수들은 정신분석의 이론과 실천을 강하게 신봉했다. 생물학적인 생각을 하는 교수는 극소수였고, 정신약리학을 잘 아는 교수도 극소수였다. 거의 모든 교수들은 우리가 정신의학이나 정신분석 문헌을 읽는 것을 말렸다. 우리가 책이 아니라 환자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헌의 말을 듣지 말고 환자의 말을 들어라"가 지배적인 교훈이었다.

어느 정도는 그들의 말이 타당했다. 우리의 환자들은 심각한 정신병의 임상적, 역동적 측면들에 대하여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환자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관하여 하는 말을 매우 세심하고 지혜롭게 듣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우리는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의 기초나 생물학적 토대에 관하여 거의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 정신병 치료에 약물을 쓰는 것에 대한 초보적인 입문 교육을 받았을 뿐이다. 실제로 우리가 치료를 위해 약을 사용하려다가 제지당한 일이 자주 있었다. 셈라드와 우리의 지도교수들은 약이 정신치료와 중첩되어 부작용이 생길까 염려했던 것이다.

(중략)

크리스와 쉴드크라우트, 그리고 나는 병원의 모든 연구자와 의사와 다른 기관들의 주요 인물을 모아 학회를 개최하는 데 앞장섰다. 국립보건원에 있을 때 나는 국립정신보건원 원래 책임자를 역임한 시모어 케티의 강연을 듣고 넋을 잃은 적이 있었다. 웨이드 마셜을 영입한 인물이기도 한 케티는 유전자가 정신분열병에 미치는 영향을 개관하는 강연을 했었다. 나는 우리의 강연 시리즈를 그 주제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61년에 유전학과 정신병의 관계에 관하여 무언가 아는 정신과 의사를 보스턴 전체에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튼 나는 하버드 대학의 위대한 진화심리학자 에른스트 마이어가 정신병의 유전학을 개척하다가 고인이 된 프란츠 칼먼의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이어는 우리를 위해 정신병의 유전학에 관해 두 차례의 강연을 하기로 흔쾌히 동의했다

에릭 캔델, 전대호 옮김, "기억을 찾아서", 랜덤하우스, 176-178쪽.

정혜신은 한국 심리학계가 "미국 정신의학계"(심리학계도 아니고)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신경 따위나 가르친다고 불평하는데, 사실 정혜신이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철지난 "미국 정신의학계"의 과오이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자들의 과거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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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1/06/05 10: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speros 2011/06/05 13:32 #

    저도 우울증 치료 중에 약을 먹고 크게 회복된 터라, 말씀하시는 바에 동의합니다.
  • Nine One 2011/06/05 13:41 #

    이승만 동상을 새운 부산시를 보면 정말 저 말이 가슴에 닿는군요
  • sac 2011/06/05 13:59 # 삭제

    그 학생들의 이야기도 이해는 갑니다.

    인문학이라는 건 인간에 대하 공부하는 학문이고 이학이라는건 자연에 대하여 공부하는 학문 이라죠? 그러니까 인문학은 그것의 fundamental rule은 고사하고 조작적으로 조차 측정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학이라든지 그림이라든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인간의 지식이 늘어나면서 인간행동과 정신조차도 조작적 측정은 물론 기저에 깔린 규칙까지도 탐구 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그것을 "인문학"이라고 부르기 어려워 져 버린것, 그리고 아직도 심리학과가 과거의 학문의 틀 속에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위에 쓴 인문학의 정의가 올바르다면).

    어디선가 들었는데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문제가 답이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런걸 기대하고 심리학과에 진학했는데 자신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니 짜증도 나겠지요. 물론 현대의 심리학에 동물행동학이나 신경생물학, 유전학 등등이 중요한 것이야 말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학생들이 1학년때 만날 그런 당황스러움이 이해가 간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건 심리학과가 인문학부에 속해있는 동안은 이러한 오해가 계속하여 나타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심리학과는 이과로 오시면 됩니다?
  • arcady 2011/06/07 05:38 #

    동감!
    생물학이 이과면 심리학도 이과여야겠죠.
  • danchu 2011/06/07 11:07 # 삭제

    심리학과가 사회과학부에 속해있는 학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험이나 신경 쪽은 이과쪽 베이스가 더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만,
    발달, 사회, 상담 쪽은 문과에 속한 학문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교과과정상 인지심리는 문과, 이과 모두에 속해있지만,
    문과 베이스든, 이과 베이스든 출발점이 다를 뿐 나중에는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액시움 2011/06/05 15:14 #

    아직도 정신과 심리를 계량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음요...
  • 지나가던의대생 2011/06/05 15:41 # 삭제

    요새 정신과에서도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유심론의 흔적을 거의 전면 부정하다시피하는데 무슨 철지난 소리인지 모르겠더군요. 셔터 아일랜드 시절(1950년대일겁니다) 수준의 관념으로 접근하는듯.
  • o)0 2011/06/05 16:15 # 삭제

    정신과 전문의라는 양반이 자기 병원에서 일하는 상담심리사나 치료사들이 어떤 경로로
    자격증 달고 나왔는지 전혀 관심이 없나보네. 심리학과 나오면 상담심리사 된다고 생각하나본데,
    이게 딱 우리나라 정신상담 영역의 수준임.
  • o)0 2011/06/05 16:25 # 삭제

    애초에 선진국도 시행착오를 여럿 걸쳤던 특히나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영역에서, 제대로 된
    커리큘럼, 관련 제도, 협회 간의 뭐 이런 제대로 된 규격이 짜여져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임.
    현장은 개판 오분 전 잡탕찌개임. 그냥 일단 돈되는 쪽으로 주먹구구로 해보고 누구 손에 돈이 많이 들어
    갔냐는 걸 기준으로 다시 판을 짜고. 후발 주자가 외국가서 제대로 배워와 봤자, 대한민국 현장을 직면하
    면 한숨이나 나오고.
    겉보기에 좀 제대로 된 것 같이 보이는 인의쪽만 봐도 약사가 판도를 잡고 기형적인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데 마이너한 분야에서 뭔가 제대로 된게 있을리가 없음.
  • 유전학 2011/06/05 20:28 # 삭제


    마이어 교수가 이런분야에도 연관되어 있었다는건 처음 알았군요.
  • -_- 2011/06/06 07:16 # 삭제

    근데 정신분석학 하는 사람들은 인문학자들 보다도
    소위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두세학기 깔작거리고 아는척하시는 분이 대부분.
    학부없이 대학원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상담사 찍어내는 공장이 존나게 많습니다 하아
    칼로저스 매슬로우 하다가, 무슨 힌두교 구루에 요가에 홀리스틱에 켄윌버에
    이런 사이비를 아카데미 안으로 끌어들이는게
    상담'심리학자' 들이랑께?


    그러니까 주인장도 라깡신봉자들은 좀 내뚜고
    심리학 이름달고사이비 장사하는 사람
    놈들 좀 심리학판에서 좀 몰아내 주쇼 잉
  • 111 2011/06/06 21:15 # 삭제

    윗분 / 그리고 칼로저스를 깐다면, 죄송하지만, 80년대 이후 상담에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까고 계신거라
    이분이 그냥 뭣도 모르거나 아니면 열받아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매슬로우를 비판하는건 좋지만, 병맛 취급 하기엔 긍정심리학 한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 심리학에도
    분과가 상당히 많고, 더군다나 상담과 임상은 다른곳에 비해 사람들도 많아, 몇몇 분들 보고 전체를
    까는 것은 생각좀 해보셨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켄윌버 부터는 초월심리학 쪽 부분인데, 그쪽은 상담학회에서 진행하고 있지, 상담심리학회에선 꽤 조심히 다루고 있는것 같던데요.
  • -_- 2011/06/16 06:20 # 삭제

    열받아 있는거라고 생각해주세요. 최근에 철학심리상담학회라고 잡스런 단체까지 생겼더군요. 한 학문분야를 책임지고 나가는 분이라면 반아카데미즘이 공공연하게 대학에서 판을 벌리는 걸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쫒아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 고어씨 2011/06/08 11:20 #

    한때 심리학에서 저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역시 우생학으로 비롯된 홀로코스트 떄문이겠죠?
    여담입니다만 지금 미국은 툭하면 약을 준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드네요(..)
    *답글에 광고달려서 삭제하고 새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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