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3 22:12

복습의 '최적 주기' 인지과학

간격 학습(spaced learning)에 대해 질문하시는 분들이 좀 있어서, 그래프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를 해드리겠다. 아래 그래프는 사람들에게 학습-복습의 간격에 따라 기억이 망각되는 속도를 보여준다. 가로축의 study gap은 학습과 복습의 간격, 세로축의 test delay는 복습 후 시험까지 시간, 그리고 수직축의 recall은 시험에서 떠올린 지식의 비율을 나타낸다.



그래프가 3차원이라 좀 보기 어려울 수 있는데 아래에 초록색과 하늘색으로 표시한 부분만 보자. 초록색으로 표시한 곡선은 공부를 하고 그날 바로 복습한 경우(study gap=0) 망각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그날 바로 시험을 본다면(test delay=0) 거의 100% 정확히 기억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은 거의 수직으로 뚝 떨어진다. 그리고 거의 1년이 지난, 350일 후에 시험을 보면(test delay=350) 남아있는 기억은 거의 없다.


반면 하늘색으로 표시한 곡선은 공부를 하고 110일 후에 복습한 경우(study gap=110)을 나타낸다. 복습한 날 다시 시험을 봐도(test delay=0) 80% 정도 밖에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망각은 훨씬 더 완만한 속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350일이 지난 후에도 조금은 기억임 남아 있다.

간단히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다. 내일 시험이라면 오늘 보고 또 보는 편이 좋다. 하지만 내년에 그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면 아주 드물게 가끔씩 공부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여전히 기억은 사라지겠지만 조금은 기억에 남을 것이다. 대충 시험까지 남은 기간을 10으로 나눈 기간이 복습의 최적 주기다. 위의 그래프에서 빨간선은 최적 주기로 복습했을 때 망각 곡선을 나타내는데 같은 시간을 공부-복습한다고 가정할 때 최적 주기를 따르면 시험 때 64% 이상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단기완성 방식으로 하나의 주제를 '떼는' 공부법이 아주 널리 퍼져있는데, 이것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하나의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이 머리 속에 다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위의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렇게 공부한 것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험이 닥쳐야 공부를 한다. 배워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참고문헌

Cepeda, N. J., Vul, E., Rohrer, D., Wixted, J. T., & Pashler, H. (2008). Spacing effects in learning: A temporal ridgeline of optimal retention. Psychological Science, 19(11), 1095-1102.

덧글

  • 긁적 2011/06/03 22:38 #

    제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군요.
    (.................. ㄱ-.....)
  • 라임에이드 2011/06/03 23:00 # 삭제

    교육방식부터 바뀌어야겠군요. 그 학기에 배운 걸 그 학기에 시험쳐봐야 평균 60일 경과 후 기억량을 보는 거니 당일치기가 정당화될 수 있죠. 한번 배운 건 두고두고 시험을 쳐서 학점을 받는 겁니다! (...)
  • 긁적 2011/06/04 03:25 #

    아... 앙대!!!!
  • shaind 2011/06/03 23:10 #

    한국의 대다수 학생들은 대가리를 탄창으로 만드는 공부를 하고 있죠 -0-
  • 대공 2011/06/04 01:06 #

    교수님들 왈. 어차피 너희들 시험치면 까먹는거 알긴함 ㅇㅇ.
  • jyj5177 2011/06/04 01:06 # 삭제

    그래서 저는 평소에 수업만 충실히?? 듣고 계산 문제만 연습. 나머지는벼락치기로 해결합니다. 시험까지 9시간 남았네요 ㅠ
  • 긁적 2011/06/04 03:25 #

    저는 밤-_-샘으로 해결했습니다. ㅎㅎㅎ
    시험 잘 치세요 ^^
  • 다스베이더 2011/06/04 01:30 #

    아 뜨끔하다...
  • 뤰제이 2011/06/04 09:49 # 삭제

    오오미
  • MoGo 2011/06/04 09:58 #

    시험 보고 돌아서면 잊어먹었던 1인입니다...
  • 돌쫄빠 2011/06/04 12:03 # 삭제

    오오 저건 툴이 뭔가요??? +.,+
  • 2011/06/04 14:34 #

    학점류 공부랑 고시류 공부 방법도 달라야겠군요
  • sac 2011/06/04 18:39 # 삭제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면 아주 드물게 가끔씩 공부하는 것이 좋다."

    위 문장은 바꾸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이 문장만 똑 띠어놓고 "과학자가 말하길, 공부는 조금만 하는게 좋다고 했어요." 란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 아이추판다 2011/06/04 19:41 #

    하하하 정말 그렇네요.
  • ㅎㅎㅎ 2011/06/04 19:50 # 삭제

    ㅋㅋㅋ
  • 꼬깔 2011/06/04 20:41 #

    이거 재밌네요. 결국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복습하는 것이 좋아라고 얘기한 것은 오히려... 흠... 그래서 수능을 잘 보는 아이와 내신을 잘보는 아이의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정말 재밌네요.
  • 아이추판다 2011/06/04 21:02 #

    꼬깔님 말씀이 맞습니다. 물론 복습을 전혀 안하면 하루만 지나도 엄청나게 까먹죠. 하지만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그날 바로 복습을 해도 역시 엄청나게 까먹습니다. 물론 복습을 안하는 것보다는 낫죠. 위의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약간 역설적이지만 "나중에 새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시" 공부한 지식이 더 오래 간다는 것이죠. 시간당 효율을 따지면 이쪽이 더 낫습니다.
  • 123 2011/06/04 22:44 # 삭제

    감사 도움이 되는글이었습니다
  • 보리차 2011/06/05 22:33 #

    제가 대학 시절에 들은 몇몇 강좌에선 일주일에 2회 퀴즈를 치르고 범위는 언제나 처음부터 배운데까지여서 공부하기가 힘들었는데, 배운 내용에 대한 기억은 중간 기말 두 번 시험보는 강좌들에 비해 오래 간다는 느낌이었어요. 다만 시험범위가 매번 '처음부터 배운데까지'인 강좌들은 낙오자가 많이 생기더군요.
  • 아이추판다님 질문요 2011/06/21 14:13 # 삭제

    "꼬깔님 말씀이 맞습니다. 물론 복습을 전혀 안하면 하루만 지나도 엄청나게 까먹죠. 하지만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그날 바로 복습을 해도 역시 엄청나게 까먹습니다. 물론 복습을 안하는 것보다는 낫죠. 위의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약간 역설적이지만 "나중에 새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시" 공부한 지식이 더 오래 간다는 것이죠. 시간당 효율을 따지면 이쪽이 더 낫습니다."

    여기에서의 결론이 그러니까 무엇인가요?
    "그날 바로 복습을 해도 역시 엄청나게 까먹습니다. 물론 복습을 안하는 것보다는 낫죠"
    ""나중에 새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시" 공부한 지식이 더 오래 간다는 것이죠. 시간당 효율을 따지면 이쪽이 더 낫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배운다음에 아예 복습을 안하는것보다는 바로 그날복습을 하고, 그다음에 나중에 또 새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복습을 해라. 라는건가요?

    아니면 바로 그날복습을 하지않고 나중에 복습을 하는게 효율적이다 라는 말인가요?
    뭔가 혼란이 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나중에복습 보다는, 그날복습하고+ 나중에 복습하는게 효율적일텐데..
  • 아이추판다 2011/06/21 14:22 #

    '시간 당 효율'이라는 말을 눈여겨보셔야 하는데 여기에는 '같은 시간' 공부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배우고 그날 1시간 복습"과 "배우고 1주일 후 1시간 복습"을 비교하면 장기적으로 후자가 더 기억에 오래남는다는 것이죠. 물론 "배우고 그날 1시간 복습하고 1주일 후 1시간 복습"하면 이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건 애초에 학습량이 더 많죠.
  • 아이추판다님 2011/06/24 14:10 # 삭제

    시험 D데이 10일마다 복습..
    예를들어 시험 D데이가 10000일 있다면
    1000일마다 복습하는게 효율적이라는건가요?
    복습할떄마다 완전히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 아이추판다 2011/06/24 20:05 #

    완전히 새롭게 느껴지는 만큼 그 기억이 더 오래 가게 된다는 것이죠.
  • 아이추판다님 2011/06/24 14:16 # 삭제

    2. 필사적으로 외우기에 대해서요..
    제 경험으로는 전화번호를 필사적으로 무작정 중얼거리다보면, 어느순간 그게 장기기억되던데
    필사적외우기가 오히려 암기에 방해되는건 약간 모순아닌가용?
    또 어릴떄 연극했을떄 대본외웠을때도, 필사적으로 막 중얼거리면서 외웠는데...
    배우들도 대사를 다 필사적으로 막 중얼거리면서 외울텐데..그렇지않고서야 어떤식으로 대본을 외울까요;;?
  • 아이추판다 2011/06/24 20:05 #

    외우기가 목적이라면 중얼거리는 것보다는 내용을 이해하는 쪽이 더 좋습니다. 전혀 모르는 외국어 대본을 외운다고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냥 중얼거려서 외우려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외울 수 있다고 해도 오래 못가죠.

    물론 중얼거리면 외워집니다. 이 글에서 요점은 외워지느냐 마느냐가 아니고, 얼마 '오래' 가느냐 입니다. 어릴 때 외웠던 연극 대본 아마 이제는 거의 다 잊으셨을 겁니다.

  • 루돌프 2011/06/25 15:14 # 삭제

    판다님~

    공부를 하고, 까먹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거의 백지 상태에서 공부하고, 또 오래 있다가 약간은 기억하는 상태에서 공부하는 것이 간격학습이고, 이런 식으로 시험치기까지 남은 날짜의 1/10의 간격으로 10번 공부하라는 말이죠?

    그리고 단원 하나만 시험 치는 것이 아니니깐, 시험까지 남은 일수가 줄어들수록 새롭게 공부한 한 것은 복습 간격은 줄어들어서 예전에 공부한 것보다 더 자주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죠?
  • 아이추판다 2011/06/25 15:33 #

    꼭 까먹을 정도로 오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격을 두면 모두 간격학습입니다. 다만 그 간격이 길 수록 기억이 더 오래 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은 날짜의 1/10으로 나눠서 10번 공부하라는 것은 아니고요, 그것은 '첫번째' 복습을 할 때까지의 최적 간격입니다. 여기서 '최적'이라는 것은 '같은 시간 공부했을 때'를 전제로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100일 동안 매일 똑같은 내용을 공부하면 10일에 한 번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억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10배나 공부를 많이 했으니까요. 하지만 10일 한 번 공부하면 '들인 시간에 비해' 기억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공부 스케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느 상황에나 적용될만한 조언을 드리자면 한 과목이나 한 단원씩 끝내는 것보다 여러 단원이나 과목을 번갈아 공부하면 간격학습이 되어서 효과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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