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0 00:16

안드로이드 의사는 무상 의료의 꿈을 꾸는가? 인지과학

의료비용의 급격한 상승에 대한 단상 (트윈드릴님)

링크한 글에 달린 jane님의 댓글에 "의료를 대량 공급하려면 기술의 발달을 기대해야 할 듯 싶어요. 환자 병력+증상+기타 등등 검사결과를 컴퓨터에 때려넣고 나오는 결과에 따라 약과 수술 지급...."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확히 말하면 '과거'의 기술로도 가능하다.

전문가의 판단을 대신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전문가시스템(expert system)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초창기부터 과학자, 의사, 법률가, 체스선수 등을 모방하는 전문가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체스 같은 경우에는 이미 세계 챔피언급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MYCIN은 박테리아 감염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프로그램이다. MYCIN과 의대 교수 5명의 능력을 비교한 실험이 있는데, 똑같은 환자에 대해 똑같은 정보가 주어졌을 때 교수들은 42.5%~62.5% 정도 정확한 진단을 내렸지만, MYCIN의 정확도는 65%에 달했다.

하지만 MYCIN은 그 가공할 능력을 두려워한 의사들에 의해 지하 금고에 갇혀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한..게 아니고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었는데, 일단 진단을 내리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환자의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줘야 하는데다가, 프로그램을 한 번 돌리는데만 30분씩 걸렸다. 1970년대라는 걸 다시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컴퓨터의 성능도 인공지능 기술도 40년전과 비할 바 없는 오늘날에도 왜 전문가 시스템이 인간 전문가를 대신하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 시스템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인공지능은 오늘날 알게 모르게 많이 쓰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미리 정해진 알고리듬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파는 프로그램을 운용하는데(프로그램 매매) 이런 것도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구글 광고 같은 것도 나름 인공지능이고.

의료나 법조 같은 분야에서 이렇게 하기엔 기술적 문제보다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더 크다 뭐, 병원에 가면 "총알이 좋지 못한 곳을 스치셨습니다 [확인]" 이런 알림창이 띵 뜨고, 법원에 가면 전광판에 "(딩동~) 피고: XXX, 사형" 이렇게 덜렁 나오면 좀 후덜덜하지 않겠나. 의사나 판사는 단순히 기능적 전문가가 아니라 제도적인 책임과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간단히 기계로 대체할 수는 없다. 이런 분야에서는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최종적인 판단은 사람의 몫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이런 문제까지도 기계에게 판단을 맡겨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원래 이야기가 나온 '의료비용'의 맥락에서 보면 좀 암담한 문제가 있다. 도넛을 파는 "크리스피 크림"에 가면 주방에 사람은 없고 기계만 돌고 있는데, 그나마 카운터에는 사람이 남아 있는 건 알바 시급이 기계보다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의사나 판사도 대체할 지경이 되면 다른 직업은 어떻게 되겠는가?




덧글

  • asianote 2010/11/20 00:20 #

    방법은 있습니다. 모두 작가가 되고 예술가가 되어야겠지요. 그런데 컴이 그쯤되면 못할게 과연 무엇일지 궁금함.
  • 아이추판다 2010/11/20 00:33 #

    지금도 예술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인데요 ㅠㅠ "월-E 공산주의"라도 해야겠죠..
  • jane 2010/11/20 00:29 #

    앗,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게 1970년대에 개발된거군요(....) 몰랐습니다. 진단이 맞을 확률이 생각보다 높다는 걸 읽긴 했는데 소스가 없어서 못 달았거든요. 감사합니다. ^^

    그렇지만 지금 환자의 상태는 당연히 전선으로 기록되고 있고(대학병원은 철저하다고 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환자의 바이탈 사인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니 진단률이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가진 않을테니 환자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절대적인 가격은 떨어질거구요. 수술도 기계가 하는 게 더 나을수도 있지요(이쪽은 거의 무한하게 경험이 쌓일테니 말입니다).

    다만 언급하신대로 상대적인 가격은...orz 사실 전인류의 사이보그화가 정답인지도요.
  • 아이추판다 2010/11/20 00:35 #

    일종의 의료장비로 도입되는 거라서 의료의 질은 올라갈지 몰라도 비용 절감은 안됩니다. 지금도 사람이 조종하긴 하지만 로봇 수술을 하는데 그냥 수술보다 훨씬 비쌉니다 ㅠㅠ 전인류의 사이보그화 해야죠, 뭐.
  • jane 2010/11/20 00:40 #

    그렇지만 트윈드릴님 블로그에 달았듯 어쩌면 의료비가 수리비로 전환되는 것뿐일지도...T_T 아 인류의 미래란...
  • 액시움 2010/11/20 00:34 #

    갈수록 람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직업이 유망해지겠네요.

    근래에 여성이나 여성성이 강한 남성이 점점 득세하는 것도, 자연물을 다루는 직종은 일반적으로 남성성을 요구하는데 그것도 다 자동화 시스템가 차지하고 있으니 결국 대인능력에 초점을 두는 여성성이 대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아이추판다 2010/11/20 00:37 #

    그런 직업이 꼭 '유망'하진 않습니다. 전화상담원이라든가.. 그냥 기계보다 사람이 '가격대 성능비'가 나은 것 뿐이죠 orz
  • 라임에이드 2010/11/20 01:42 # 삭제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맥도날드, 이마트, 피싱 전화 알바가 유망합니다...

    여성이 이런 분야에서 득세하는 것은 '싸서'죠. 산업혁명기에 힘쓰는 일은 기계에게 시킬 수 있게되면 바로 여성과 아동을 고용했듯이 말입니다.
  • 라임에이드 2010/11/20 01:35 # 삭제

    전자차트하고 결합하면 비용이 별로 안 들것 같은데요. 차트에 증상도 병명처럼 체계적으로 기록하게 하면, 가능성 있는 병명, 추가로 필요한 검사 등이 옆에 뜨는 거죠. 의대 교수는 필요없겠지만 집 앞 병원 의사에게는 엄청난 질 향상이 있을 듯 싶습니다.
  • 라임에이드 2010/11/20 01:40 # 삭제

    아 원래 하고 싶었던 얘기는, 안드로이드는 비싸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은 싸다는 거죠. 검사부터 진단까지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의사를 대체하려는 것은 매우 비싼 시스템이지만, 의사 옆에서 "이것도 고려해보신거 맞죠?"라고 말하는 조수를 매우 저렴하게 둘 수 있을 겁니다.
  • 아이추판다 2010/11/20 18:35 #

    네, 보조적인 용도로는 지금도 가능하죠
  • 소드피시 2010/11/20 03:41 #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한~참 멀었으니 안드로이드가 사람을 직접 대체할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됩니다. 인공 뉴럴 네트워크도 제대로 못 만드는 판국에 데이터베이스와 확률만 가지고 적절히 학습하는 인공지능 따윈 꿈이죠. ㅋ 그래도 인간의 일을 충실히 돕는 수준까지는 되려나? 외려 걱정은 적절한 사무보조 프로그램의 발달로 이래저래 인간이 일할 자리는 착실히 줄어든다는 거.
  • 아이추판다 2010/11/20 18:55 #

    사무용 프로그램에도 소소하게 인공지능이 많이 들어있죠. 많이 쓰는 기능으로는 맞춤법 자동교정이라든가.. 완벽히 대체할 수준은 안되도 10명 할 일을 5명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결국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마찬가지죠.
  • dhunter 2010/11/20 07:26 # 삭제

    블로그가 밝아졌네요!
  • 아이추판다 2010/11/20 18:38 #

    스킨을 2.0으로 바꿨더니 허전해졌네요^^
  • 청풍 2010/11/20 11:20 #

    글쎄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체스경기용 인공지능같은 경우는 "승리" 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그것을 위한 "규칙" 이라는 철저한 수단, 그리고 여러 수 앞을 내다보는게 아니라 "예측연산" 하는 고속연산처리를 위한 능력에 조금의 전략적 지능만 추가하면 되지만 환자에 대한 진단이나 법률판단은 그렇지 않죠. 알고리즘으로 짜져서 YES or NO 의 이지선다로만 생각하면 되는 분야가 아니고 추상적인 "정도"의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판사를 대체한다는걸 예로 들자면 "죄질이 가벼워"나 "반성하고 있으므로" 라던가, "명백한 악의를 품고 한 행동이기 때문에" 라는 식의 판단을 요구하기엔 한참 무리가 따르겠죠...
  • 라임에이드 2010/11/20 15:05 # 삭제

    그렇다고 사람 판사가 '반성하고 있으므로'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므로'를 제대로 판단하고 있느냐를 물으신다면 글쎄요...
  • 청풍 2010/11/20 15:07 #

    예? 물론 오판을 내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은 현재로선 정상참작이 아예 불가능하니까요.
  • 아이추판다 2010/11/20 18:53 #

    뭐 본문이 된다 안된다 이런 걸 논하려는 글은 아닙니다만, 말씀하신 정도라면 지금도 가능은 합니다.
  • 청풍 2010/11/20 23:28 #

    흠 그러니까 지금 판단기준이 애매한 추상적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모르는 얘긴에 어디에서 그게 사용되는지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 아이추판다 2010/11/20 23:49 #

    청풍님이 첫 댓글에서 말씀하신 인공지능(AI)은 규칙-기반 AI, 기호적 AI라고 하고요, 고전적 AI라고도 합니다. 이게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애매한 경우를 잘 못다루는 것도 있고, 지식이나 규칙을 일일이 입력해줘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죠.

    그래서 80년대부터는 반대로 인공신경망이라든지 fuzzy logic이라든지 애매한 경우를 중심으로 다루는 접근이 인공지능의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디카에서 사람 얼굴에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주는 기능 따위가 이런 인공지능을 사용한 기술입니다. 얼굴 이미지를 많이 학습시켜서 학습된 얼굴과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이죠.
  • 청풍 2010/11/21 00:02 #

    아 그러고보니 디카에서 얼굴인식하는건 그런류의 추상적 판단이 들어가긴 하는군요. 하지만 그게 판검사나 의사의 소견과 판단을 대체하기엔 아직 무리가 아닌가 합니다만..
  • 少雪緣 2010/11/20 14:08 #

    애초에 전문가 대체 시스템의 가장 큰 맹점은 '비전문가가 만드는 전문가 대체 시스템'에 있다는걸 우리나라 IT업계가 열심히 증명하고 있습...
  • 아이추판다 2010/11/20 18:49 #

    하하하;;;
  • 스카이호크 2010/11/20 14:23 #

    전문가시스템의 최대 약점은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거죠(...)
  • 아이추판다 2010/11/20 18:50 #

    네.. 결국은 책임과 권한의 문제죠. 심장이 멈추는 것 심박측정기가 판단하지만, 사망선고는 의사가 내리거든요.
  • 트윈드릴 2010/11/24 14:45 #

    그때는 생산은 로봇 <노예>가 담당하는 구조 + 기본소득으로 가야죠. 고대 그리스의 재림입니다. [...]
  • morphix 2010/12/07 08:49 # 삭제

    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알고리즘 트레이딩 하는 데가 있긴 한데 매매를 사람이 하는지 프로그램이 하는지는 다른 시장 참여자가 알 수는 없구요. 뉴스에 나오는 '프로그램 매매'는 이름만 프로그램이지 사람이 주문 냅니다...^^
  • 투더리 2010/12/16 17:40 # 삭제

    희망이 없진 않습니다.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됩니다. ^^ 농담만은 아니고, 예전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시스템 설계와 구현]에 종사하며 밥벌이를 하지요. 이러한 설계에는 당연하게도, IT 지식뿐 아니라 그 시스템의 적용 영역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존재하구요. 결론적으로 그림처럼 "꿈도 희망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는 얘깁니다.
  • 국밥 2011/02/01 21:05 # 삭제

    그런데말입니다, 의사한테 들어가는 인건비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제반장비, 시설의 사용료가 상당하니까요. 그래서 인공지능 의사를 클라우드컴퓨팅으로 사용하게 되어도 약 처방만 하면 되는 수준이 아닌 치료라면 어자피 돈이 들죠. 이건 현실에서도 사실 마찬가지고요.

    그러면 꿈도 희망도 없....는건 아니고, 결국에 답은, 무상의료는 사회적인 관점의 문제라는 것이죠. 얼마나 국가가 세금으로 최대한 의료비용을 대주는가, 그리고 그 국가는 얼마나 합리적으로 예산을 복지에 사용할수 있고, 그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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