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5 21:02

근친상간 금기의 두 가지 모형 인지과학

얼마 전에 아 이건 포스팅해야겠어..라고 생각하고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유야무야된 건수가 하나 있는데, 마침 세리자와님께서 언급(나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좋아)을 하셨길래 다뤄본다.

프로이트 이래로 근친상간 금기(incest taboo)가 무의식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금기인지는 상당히 논란이 있던 주제였다. 진화심리학계는 전통적으로 웨스터마크의 설명을 선호해왔는데, 간단히 말하면 사람들은 어릴 때 함께 자란 이성에 대해 성욕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漁夫님이 잘 정리해두었으니 참고들 하시고([1], [2], [3][4], [5])

그런데 세리자와님의 글에도 나오지만 사람들은 자기 얼굴과 합성한 이성의 얼굴이나, 또는 자기 부모 얼굴에 짧게 노출된 다음 본 이성의 얼굴을 더 매력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따라서 웨스터마크 효과와 이 실험은 근친상간 금기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가지 모형을 제시한다.

그림 출처: Fraley, R. C., & Marks, M. J. (2010). Westermarck, Freud, and the Incest Taboo: Does Familial Resemblance Activate Sexual Attrac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 ?-?.

그림 위쪽의 모형은 웨스터마크 효과를 가정한 것으로 어릴 때 함께 자란 사람은 자신과 유전적으로 관련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사람에 대해서는 친족으로 판단하여 성적 매력을 덜 느끼고 이타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 다는 것이다. 아래쪽 모형은 반대로 어릴 때 함께 자라면서 친숙성(familiarity)이나 성적 각인(sexual imprinting)에 의해 성적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만 문화적인 금기에 따라 성적 매력을 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친숙성 선호(familiarity preference: 간단히 말해 낯선 대상보다 친숙한 대상을 선호하는 것)은 다양한 판단 및 의사결정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기 때문에 후자의 주장도 썩 설득력이 있다.

위의 그림에는 나오지 않지만 웨스터마크 효과와 친숙성 선호 두 가지가 모두 무의식적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는데, 다시 말해 자신과 닮은 사람을 선호하면서 동시에 함께 자란 사람은 피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면 막장드라마에서 난무하는 "알고보니 배다른 남매"는 서로 닮았으면서 동시에 함께 자라지 않았으므로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뭐, 이건 그냥 해보는 소리고.

원래 포스팅하려던 건수는 사실 이게 아니라 '미시간 엄마' 사건. 미국 미시간 주에 에이미 L. 소드라는 36세 여성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 다섯 명의 자녀와 살고 있었는데 어릴 때 입양 보낸 아들(당시 14세, 현재 16세)을 페이스북에서 찾았다. 그래서 아들을 만난 것까진 좋았는데, 그녀의 진술에 따르면 아들을 보는 순간 "그녀의 안에서 무언가 터져서(something just touched off in her)",아들과 성관계를 맺었다. 결국,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지난 달 30년형을 선고 받았다는 이야기. (근데 이걸 왜 포스팅하려고 했더라?)

덧글

  • 한단인 2010/08/05 22:12 #

    언급하신 웨스터마크의 설명은 예전에 읽었던 로이드 E. 이스트만 저 중국사회의 지속과 변화 란 책에서도 관련 내용이 언급된 것이 기억나네요. 아마 2장 '가족과 개인'에서 민며느리 사례를 들었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그러나 심리학적 견지에서 볼 때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동양식 혼인(민며느리제를 동양적 전체적인 것으로 환원시킨 듯)으로 맺어진 부부 사이의 관계는 일반적인 결혼에 의한 것보다도 감정이나 만족도에서 훨씬 덜했다. 남매로서 자랐기 대문에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기 쉬웠다. 적어도 심리적으로는 동생과 누이이기 때문에 성관계를 갖는 것을 곤혹스럽게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식날 밤에 부친과 가족이 강제로 함께 잠자리에 들도록 해야할 경우도 있었다.]

    이 부분 읽었을 때 '남매로서 자랐기 때문'에 성관계를 갖는 것을 곤혹스러워했다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 들었는데 이 포스팅을 참고하면 좀 의문이 풀리겠군요.
  • 아이추판다 2010/08/05 22:51 #

    민며느리제와 웨스터마크 효과에 관련해서는 http://fischer.egloos.com/4419488 에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검색

맞춤검색

메모장

야후 블로그 벳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