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5 16:19

한국정치의 '차원' 수학/통계학

한겨레21이 사용한 정치나침반은 현대의 정치적 지형은 전통적인 좌-우의 1차원이 아니라 개인자유-국가관여, 시장자유-국가관여의 2차원이라는 주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런 차원 자체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한겨레21이 사용할 설문지는 모두 62문항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한국정치를 62차원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하지만, 각각의 질문들은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수학적 조작을 거치면 정보를 거의 잃지 않으면서도 더 작은 차원에 각각의 정치적 입장을 배치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정치의 '차원'은 정보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차원을 어디까지 '압축'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다면 한국정치의 차원은 1차원일까, 2차원일까? 한겨레21에 실린 그래프를 보자.

 

자주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한국 정치인들인데, 일단 왼쪽 아래에 몰려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향하는 경향성이 분명해보인다. 그래프를 보고 수치를 적당히 입력해서 회귀선(아래 그림 빨간선)을 그려보았다.

즉, 한국의 정치인들은 위의 그래프에서 빨간선을 따라 좌-우로 배열된다. 물론, 빨간선 바깥으로 많이 튀어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한겨레21에서는 이런 차이를 볼 수 있는 게 2차원 모형의 장점이라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3차원, 4차원으로 늘리면 더 많은 차이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2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차이가 얼마나 크냐 하는 것이다.

위의 그래프를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해서 회전시키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얻는다.

보시다시피 주성분1을 따라 확연히 좌우로 구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성분1이 전체 분산의 91%를 차지하는 반면, 주성분2는 9%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주성분2를 날려버리고 1차원으로 만들어도 정보가 별로 손실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하면 서정갑과 공병호의 차이를 무시하게 되겠지만.. 뭐 솔직히 무시해도 별 상관없지 않나?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일단 한겨레21과 P&C정책개발원이 설문을 잘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용이나 표현이나 문제가 좀 있다. 다만, 좌-우의 상대적 위치를 변별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좌편향적인 답변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모든 사람이 좌편향된다면 상대적인 좌-우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다. 어쨌거나, 이 결과만으로는 현대 정치가 2차원이라는 블런델-고스초크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기 어렵다.

그런데, 파란색으로 표시된 폴리티컬 컴퍼스의 결과를 봐도, 스탈린이나 무가베, 히틀러처럼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역시 2차원보다 좌-우 1차원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현대 정치의 지형이 2차원이라는 이론 자체가 틀린 게 아닐까.


핑백

  • Null Model : [퀴즈의 답] 숫자의 얼굴들 2010-07-03 16:54:01 #

    ... 회전시켜 불필요한 차원을 떨어내는 방법이 주성분분석(PCA, Principal Component Analysis)이다. 이 블로그에 주성분분석을 사용한 예로 한국정치의 '차원'가 있다. '고유얼굴'은 이렇게 적당히 회전시켜 새로이 만들어낸 공간의 축을 이미지로 만든 것이다. 이 축을 수학용어로 고유벡터(eigenvector)라 ... more

덧글

  • 도르래 2010/03/05 17:13 #

    한겨레21의 모형 결과는 솔직히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오바마와 서정갑의 권위주의적 성향이 비슷하다는건 일반적인 상식하고는 전혀 다른 거 같은데... 오바마의 정치적 수사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비판할 수 있을진 몰라도, 오바마가 글케 권위주의적인 정치인인가요 ㅋ

    아무래도 모형 자체가 잘못 설계된게 아닐까 싶네요.;;;
  • 아이추판다 2010/03/05 21:45 #

    오바마는 폴리티컬 컴파스 쪽에서 한 것이니까 1:1로 비교하긴 어렵겠지요. 그러려면 설문지 번안이 제대로 되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 초록불 2010/03/05 22:23 #

    다른 분이 한 거 보니까 오바마는 전에 부시 자리던데요.
  • fhel 2010/03/05 18:26 # 삭제

    간디랑 비슷하게 나온 손학규, 만델라랑 비슷하게 나온 남경필, 김근태, 그리고 교황이랑 비슷하게 나온 서정갑 중 누가 제일 기분 좋을까요? 어쨌든 이 사람들 다 기분 좋겠네요...
  • 아이추판다 2010/03/05 21:45 #

    좌파로 나와서 다들 별로 안 좋아갈 것 같습니다. ^^
  • 박이반 2010/03/06 02:39 # 삭제

    좌파로 나와서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명언입니다 격뿜ㅋㅋ
  • 세리자와 2010/03/05 20:02 #

    설문자체의 문제 이외에도 주성분들이 잘못 추출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raw data를 공개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정말로 주성분이 두개 이상 있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할 테니까요. 그런데 한겨레도 마인드가 워낙 고리타분한 곳이라 그럴 정신머리가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아이추판다 2010/03/05 21:47 #

    한겨레21 결과는 그냥 개인자유 관련 문항끼리 더하고, 시장자유 관련 문항끼리 더한게 아닐까 싶네요. 기사에 보니 정치인들은 원자료를 공개 안한다는 전제로 응답했다고 하니 원자료를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2010/03/05 20:5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이추판다 2010/03/05 21:48 #

    2차원이라는 이론이 있다 -> 와 그럴듯해 -> 2차원으로 점수를 낸다 -> 끝. 이렇게 되었겠죠. ㅎ
  • 이옹 2010/03/05 22:18 #

    PCA를 이런 곳에 적용하는 게 재미있네요. 잘 보고 갑니다.
  • 아이추판다 2010/03/06 16:10 #

    데이터만 맞으면 어디든 쓸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ㅎ
  • 저련 2010/03/05 22:56 # 삭제

    음. 이런 곳에서야말로 'raw data를 보라'라는 말이 규범으로 쓰여야 할 듯 합니다. 기껏 만든 모델이 직관에 비해 별다른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원.
  • 아이추판다 2010/03/06 16:11 #

    그러게 말입니다.
  • 박이반 2010/03/06 02:41 # 삭제

    근데 좀 말이 안되는 게 어째서 nl파 대표라고 할수 있는 권영길이 pd인 노회찬보다 자유주의자로 나온건지;;;;
  • 아이추판다 2010/03/06 16:11 #

    권영길 자신이 NL은 아니지 않나요?
  • 눈팅족 2010/03/14 03:17 # 삭제

    권영길 자신은 NL이 아니죠. 그냥 NL과의 공존론자일 뿐.
  • capcold 2010/03/06 02:58 #

    !@#... 애초에 political compass 자체가 과학적 분석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취급당하곤 하는 물건이라서요;;; 오로지 4분면을 고르게 사용하기 위해 http://3.ly/vTm 이런 식으로 표본을 추출한 경우도 있죠.

    한국 정치인들의 답변이 그쪽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칭 보수들도 정작 시장기능을 신봉하기보다는 국가주도 경제를 옹호하고, 권위주의를 독재 이미지로 연상할 수 밖에 없다보니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 정책 지지 경력과 공식 발언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기사에 나왔듯) 직접 설문을 받았다면, 조사결과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 쪽이 낫겠다 싶습니다.
  • 아이추판다 2010/03/06 16:18 #

    기왕할 거 좀 잘하지.. 이런 생각이 드네요.
  • ewaterk 2010/03/06 09:29 # 삭제

    http://blog.daum.net/ewaterk

    너무 상식이 없는 국가가 얼매나 잘하것소....
  • 우파적 관점 2010/03/07 17:55 # 삭제

    지엽적인 내용이긴 합니다만 공병호와 서정갑의 차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차이라기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요?

    서정갑의 경우 반공사상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박정희식 부국강병론을 신봉하는 듯이 보이는 반면에 공병호 같은 경우는 완전 영미식 리버태리언에 가까워 보이거든요.. 사실 이런 차이는 한국 우파 내부의 세대차이를 구분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은데..
  • 아이추판다 2010/03/07 19:16 #

    그렇게 일일이 구별해줄만큼 중요한 인물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아마추어 2010/03/19 04:07 # 삭제

    사실 우리가 우파 정치가, 극우인사..라고 부르는 이들이 실제 우파이거나 실제 극우라기보다 기회주의자이거나 그들이 본인입으로 맨날 좌파 깔 때 얘기하는 파퓰리스트들이기 때문에 결과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병호 정도로 일관성 있는 우파가 정계에 득시글거렸다면 한국 정치 이렇게는 안되었겠죠. 제가볼때 여기 나온 일부 한나라당 인사들과 서정갑 같은 '이익집단'의 활동가는 그냥 표낚시를 위한 몸부림 때문에, 그리고 반공 외에 다른 사안들은 이게 origin이 사회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도 모르고 갖다 쓰는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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