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정치인은 어디에 있나요? (한겨레21)
- 정치나침반 (sonnet님)
한겨레21이 사용한 정치나침반은 현대의 정치적 지형은 전통적인 좌-우의 1차원이 아니라 개인자유-국가관여, 시장자유-국가관여의 2차원이라는 주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런 차원 자체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한겨레21이 사용할 설문지는 모두 62문항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한국정치를 62차원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하지만, 각각의 질문들은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수학적 조작을 거치면 정보를 거의 잃지 않으면서도 더 작은 차원에 각각의 정치적 입장을 배치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정치의 '차원'은 정보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차원을 어디까지 '압축'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다면 한국정치의 차원은 1차원일까, 2차원일까? 한겨레21에 실린 그래프를 보자.

자주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한국 정치인들인데, 일단 왼쪽 아래에 몰려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향하는 경향성이 분명해보인다. 그래프를 보고 수치를 적당히 입력해서 회귀선(아래 그림 빨간선)을 그려보았다.

즉, 한국의 정치인들은 위의 그래프에서 빨간선을 따라 좌-우로 배열된다. 물론, 빨간선 바깥으로 많이 튀어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한겨레21에서는 이런 차이를 볼 수 있는 게 2차원 모형의 장점이라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3차원, 4차원으로 늘리면 더 많은 차이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2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차이가 얼마나 크냐 하는 것이다.
위의 그래프를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해서 회전시키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얻는다.

보시다시피 주성분1을 따라 확연히 좌우로 구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성분1이 전체 분산의 91%를 차지하는 반면, 주성분2는 9%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주성분2를 날려버리고 1차원으로 만들어도 정보가 별로 손실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하면 서정갑과 공병호의 차이를 무시하게 되겠지만.. 뭐 솔직히 무시해도 별 상관없지 않나?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일단 한겨레21과 P&C정책개발원이 설문을 잘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용이나 표현이나 문제가 좀 있다. 다만, 좌-우의 상대적 위치를 변별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좌편향적인 답변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모든 사람이 좌편향된다면 상대적인 좌-우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다. 어쨌거나, 이 결과만으로는 현대 정치가 2차원이라는 블런델-고스초크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기 어렵다.
그런데, 파란색으로 표시된 폴리티컬 컴퍼스의 결과를 봐도, 스탈린이나 무가베, 히틀러처럼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역시 2차원보다 좌-우 1차원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현대 정치의 지형이 2차원이라는 이론 자체가 틀린 게 아닐까.
덧글
아무래도 모형 자체가 잘못 설계된게 아닐까 싶네요.;;;
한국 정치인들의 답변이 그쪽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칭 보수들도 정작 시장기능을 신봉하기보다는 국가주도 경제를 옹호하고, 권위주의를 독재 이미지로 연상할 수 밖에 없다보니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 정책 지지 경력과 공식 발언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기사에 나왔듯) 직접 설문을 받았다면, 조사결과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 쪽이 낫겠다 싶습니다.
너무 상식이 없는 국가가 얼매나 잘하것소....
서정갑의 경우 반공사상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박정희식 부국강병론을 신봉하는 듯이 보이는 반면에 공병호 같은 경우는 완전 영미식 리버태리언에 가까워 보이거든요.. 사실 이런 차이는 한국 우파 내부의 세대차이를 구분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