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7 20:54

놀라움과 두려움: 김태희의 경우 인지과학

바보 아빠의 표정 연구


일단 김태희의 표정 연기에 대한 짤방부터 보고 시작하자.

김태희 연기 못하는 거야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 짤방은 그리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짤방에 나오는 장면은 모두 놀라움이나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니까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이 짤방이 공정하지 못하다 치더라도 놀라움과 놀라움, 두려움과 두려움이 구별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놀라움과 두려움도 비슷해 보이는 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표정은 인류 보편적인 특징이다. 고립된 채 살아가는 여러 부족의 사람들도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똑같은 표정으로 분노, 불쾌함, 슬픔, 기쁨을 나타내고, 또 그러한 표정의 의미를 정확히 식별한다. 다만 두려움과 놀라움은 예외인데, 구석기 문화의 사람들은 이 두 가지 감정에 해당하는 표정을 잘 구분하지 못하며 그들의 표정에서도 이 두 가지를 구분하기도 어렵다. 사실, 현대 문명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두 종류의 표정은 다른 종류의 표정에 비하면 비슷한 편이다.

놀라움과 두려움을 나타내는 표정에서 공통된 특징은 휘둥그레진 눈이다. 위쪽 눈꺼풀과 눈썹 전체가 위로 올라간다. FACS에서는 AU 1(안쪽 눈썹 올라감), AU 2(바깥쪽 눈썹 올라감), AU 5(위쭉 눈꺼풀 올라감) 세 가지에 해당한다.

위의 그림은 왼쪽부터 중립, AU 1+2+5i, AU 1+2+5ii에 해당한다. AU 1+2+5ii는 AU 1+2+5i보다 위쪽 눈꺼풀이 더욱 올라가서 AU 5가 두드러진다. 단지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만으로는 놀라움인지 두려움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대체로 놀라움은 지속 시간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지면 놀라움, 좀 더 길게 휘둥그레지면 두려움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고 AU 1+2+5i와 AU 1+2+5ii의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AU 5가 강조되면 좀 더 두려운 표정이 된다.

이외에도 두려운 표정에는 눈썹을 찌푸리고(AU4), 눈꺼풀이 팽팽해지고(AU7), 입술이 팽팽해져서 "으에에에"하는 듯한 모양(AU20)이 나타나는 반면, 놀라운 표정에서는 턱이 떨어져서 "어?!"하는 듯한 모양(AU26)이 나타난다. 아래 그림은 이러한 특징들을 극단적으로 나타낸 표정이다.


이제 김태희의 표정을 다시 보면 완전히 똑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놀라움과 두려움에 공통적인 AU 1, 2, 5가 모두 나타나고 있지만 조금 차이가 있는데 이를테면 6번의 당혹스러워하는 연기의 경우엔 두려움의 특징인 찌푸린 눈썹(AU4)과 팽팽해진 입술(AU20)이 잘 드러난다. 팽팽한 눈꺼풀(AU7)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잘 식별을 못하기 때문에 패스.

반면 1번의 놀라는 연기는 AU4가 잘 나타나지 않고, AU20도 거의 없는 대신 턱이 뚝 떨어지는 AU26이 잘 나타나있다. 하지만 위쪽 눈꺼풀이 올라가는 AU5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서 두려운 표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참고로 위의 짤방에서는 이 표정이 '깜짝 놀라는'이라고 되어 있는데, 일상적으로는 '놀람'과 '깜짝 놀람'을 구분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른 반응이다. 사람들에게 갑자기 총을 들이대고 공포탄을 쏴재끼는 실험을 해보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게 아니라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깜짝 놀람'은 '놀람'의 연속선에 있는 감정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반사(reflex)라고 본다.

마무리는 스티븐 시걸의 표정 연기 짤방.


덧글

  • Carrot 2010/01/27 21:24 #

    진지하게 읽다가 스티븐 시걸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
  • 아이추판다 2010/01/28 16:20 #

    처음 짤방도 진지하게 보셨단 말입니까. ㅎㅎ
  • 후유소요 2010/01/27 23:26 #

    놀라움과 두려움이 잘 구분되지 않는 이유는 역시 진화상에서 낯선 것과 맞닥뜨렸을 때의 보편적인 반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eye-white에 편도체가 유의미하게 반응한다는 연구는 있었는데, 놀라움으로 인한 eye-white와 두려움으로 인한 eye-white를 구분할 수 없어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게 되는 걸까요. 음음.
  • 아이추판다 2010/01/28 17:14 #

    모르지요. 한 번 시도해 보심이? ^^
  • Charlie 2010/01/28 10:56 #

    놀랍거나 두려운것은 결국 위험한것과 직결되기 때문에 fright-flight 기재와 연결되어서 그런거려나요? ;;
    김태희씨의 놀라운 연기솜씨는 볼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 아이추판다 2010/01/28 17:15 #

    이 글 쓰면서 몇몇 동영상을 찾아보았는데, 여전하더군요. ^^
  • 김태희 2010/01/28 11:28 # 삭제

    아이씨 왜 김태희가 연기못함
    아찌질이들
  • 김태희 2010/01/28 11:29 # 삭제

    존나좋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발미친놈
  • anti-nPro 2010/01/31 10:01 # 삭제

    여기서 가장 찌질이는 너야 임마
  • XD 2010/02/01 08:36 # 삭제

    김태희 이름으로 욕질하지마
  • prahya 2010/01/28 20:09 # 삭제

  • 지나가다 2010/02/07 14:17 # 삭제

  • 다라나 2010/02/11 16:15 #

    처음 김태희의 짤방에 빵 터졌고, 진지하게 읽어내려 가다가 스티븐 시걸에서 또 빵 터졌습니다.
  • 두기 2010/02/12 08:08 #

    드라마다 보니 빠르게 넘어가서 자세히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Lie to me"에서도 표정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지요. 표정도 그림만 있으면 데이터화가 쉽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된다면 뭔가 논문 꺼리가..... ( - -)
  • 2010/02/25 02:16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이추판다 2010/02/25 09:51 #

    나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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