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와 fMRI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뇌 연구는 보통 뇌의 각 영역이 가진 기능을 분류하는 게 주목적이다. 사람을 fMRI에 집어넣고 일정한 실험적 조작을 가하면서 뇌의 변화를 촬영한 다음에 실험적 조작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식이다. 이때 사용하는 통계 방법을 '상관 분석(correlation analysis)'이라고 한다.

그런데 뇌는 항상 뭔가를 하는데다가 fMRI 자체의 잡음도 많기 때문에 그냥 뇌 사진을 보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온통 반짝반짝하고 있다. 그래서 관련있는 부분만 딱 잘라서 상관분석을 해봐야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관련있는 부분을 잘라내기 위해 상관분석을 쓴다. 그러니까 상관분석을 해서 실험적 조작과 함께 변하는 점들을 잘라낸 다음에, 이 점들을 실험조건과 다시 상관분석을 하는 것이다. 무안단물 먹고 기적을 경험한 사람만 모아서 무안단물의 효과를 검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건 바보거나 사기꾼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텐데 에드 불(Ed Vul) 등이 조사를 해보니 의외로 이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드러났다. 불 등은 올해 초 그 조사결과를 "부두 상관(voodoo correlation)"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논문으로 기고했는데, 학술지에 실리기도 전부터 대단한 화제가 되었다. 나는 fMRI 안하니까 모르겠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덕분에 올해부터 심사 과정에서 이런 바보짓을 안했는지 꼼꼼히 살펴본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왜 바보짓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끝까지 뻗대면서 논쟁 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원래 학자들은 '고상한' 분들이라 아무리 개싸움을 해도 학술지에서 논문으로 싸우는데 이번에는 인터넷에서도 막 싸웠다. 물론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그런 건 아니고 여전히 논문의 형식을 갖추어 PDF 파일로 올렸다(이게 더 웃긴다). 그중에 압권은 이거:

이 논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죽은 연어 한 마리에게 여러 가지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 속의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생각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연어의 뇌영상을 촬영하여 이 과제와 관련이 있는 27 mm3 크기 의 영역을 발견했다!!

연어 머리 쪽에 조그만 하얀 점이 해당 영역

물론 논문의 저자들은 그 말많은 "부두 상관"을 사용했다. 이걸로 게임 오버. 나는 못봤는데 사람의 '코'도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부두 상관"으로 증명한 논문도 있다고 한다.

이 논쟁에서 제일 웃긴(?) 포인트. 이 논쟁의 시발점이 된 불 등의 논문은 아직도 게재가 안됐다.(다시 확인해보니 6월에 실렸음.)


by 아이추판다 | 2009/09/18 00:48 | 트랙백(3) | 핑백(2)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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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urlyapple at 2009/09/18 00:58
죽은 연어라니 ㅋㅋㅋ 너무하네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18 01:19
너무하죠? ㅎㅎ
Commented by 피그말리온 at 2009/09/18 00:59
인증짤 만드려고 연어 잡아다가 MRI 찍고……역시 학자들은 키배도 고상하게 하는군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18 01:24
솔직히 말하면 좀 찌질하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at 2009/09/18 01: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18 01:18
다시 확인해보니까 벌써 실렸네요;;;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9/09/18 01:09
fMRI 상관분석 논쟁에 불을 붙인 불 선생...
"오늘 저녁엔 연어 구이를 해 먹을까. 다듬기 전에 일단 대가리는 fMRI부터 찍어 보고..."
논문 검증을 하려면 고위 공직자 후보에 올린 다음 청문회를 열고...(퍽퍽퍽)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18 01:26
그거야 말로 "연어 먹고 논문 쓰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9/09/18 01:12
엄마야! ;ㅁ; 이게 무슨 일이래요..;

저희 선생님께서도 "그냥 찍어서 어디어디가 떴으니까 그 영역이 뭘 하는 곳이에요- 라고 마는 건 정말 crude한 분석이에요" 라고 하셨지만.. 이런 키배가 세상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ㅠㅠ 꼬꼬마의 마음에 한 줄기 스크래치.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18 01:30
이런 거 일일이 다 챙겨보면 졸업 못해요. ^^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9/18 03:25
이..이건 대체.....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18 14:42
재밌죠 ^^
Commented by b군 at 2009/09/18 04:46
이것은 연어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으며 사후에도 신체에 깃든다는 고대 이집트의 발견을 현대과학으로 재발견것으로서......


제가 있는 업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트랙백 걸어봅니다.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18 14:43
바..바나나!
Commented by ουτις at 2009/09/18 07:22
헑... 저는 인접 업계에 종사하는지라 그냥 이런 걸 활용하는 연구가 있구나, 하고 맛만 보고 넘어가면서 어쩌면 언젠가 연구에 활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었는데, 만만히 볼 문제가 아니었군요. 바보 같은 논문을 끄덕거리면서 보거나 스스로 바보 같은 연구를 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ㅠ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18 14:55
늘 방법론에 관심을 두고 사는 수 밖에 없죠.
Commented by 루민 at 2009/09/18 09:29
그럼 100% 맞는 결과만 나오겠군요. 혹시 뇌의 각 부위에 따라 역할이 나뉘어 있다는 일반 상식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검증한 것인가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18 15:00
뇌의 국재화(localization)은 19세기에 뇌가 손상된 환자들이 손상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는 것을 통해 밝혀진 것이니까 그 '일반 상식'은 이것과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이전에 잘못된 방법으로 분석한 몇몇 연구들을 믿을 수가 없게 된 것이죠.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09/18 11:21
아직 연어의 '혼'이 다 떠나지 않은 상태여서 그렇습니다. ㅋㅋㅋ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18 15:00
이그노벨상 감이군요. ㅎㅎ
Commented by florists at 2009/09/19 01:10
연어에도 있으니, 그건 선천적으로 동물적인 반응감각 인가봐여
Commented by neville at 2009/09/20 15:21
아 그래서 fMRI로 뭔가 하는것이
되게 의미적으로 안맞는다고 하는 말씀이
이말이었군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9/20 19:34
잘못된 분석 방법을 쓰면 엉터리 결과를 얻게 되는 거지요. 이건 fMRI가 아닌 무슨 장비라도 다 마찬가지이겠습니다.
Commented by climber at 2009/09/22 18:22
확률과 통계를 고등학교 공통수학으로!!(응?)
Commented by devenir at 2009/09/23 09:59
거, 물에 감정이 있다고 책도 몇권 낸 일본 사이비 과학자 생각이 나는군요. 그 책 우리나라에서 베스트 셀러에다가 시리즈로 몇 권 나왔죠, 아마. 이런 종류의 사이비 과학은 데이터의시각화-->증명-->과학!이라는 대중적인 믿음에 기댄 voodoo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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