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에 대한 책 몇 권

지난 주에 almor님이 인지과학에 대한 '쉬운' 책을 소개해달라고 하셔서 쓰는 포스팅.

Commented by almor at 2009/06/17 15:28 안녕하세요^^

최근 이 블로그를 알게되었는데, 좋은 글들이 많아서 잘 읽고 있습니다. 불쑥 이런 말씀 드리기 염치없지만, "인지과학"에 대한 쉬운 책을 추천받고 싶습니다.

인지과학에 대한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습니다.

"(하루밤에 읽는)진화심리학"과 같은 책을 읽으면서 인지심리학과 진화심리학의 개념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습니다. 심화학습을위하여 "빈 서판", "황제의 새마음", "물리주의" 등을 읽어 보려고 했으나 너무 어려워서 손을 놓게 되었습니다. 그 두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좋은 책은 없을까요? 저는 번역투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국인이 지은 책을 읽고 싶은데가능할까요?

(중략)

그냥 염치없이 "책 좀 추천해 주세요!!"라고 말하기 민망해서 이런저런 심정을 써보았습니다.

기본서 한두권 정도 추천해 주시면 열심히 읽고 또 배움을 청하겠습니다.^^

인지과학이란 마음, 뇌, 계산(computation)에 대한 철학, 심리학, 언어학, 컴퓨터과학, 뇌과학, 인류학 등의 학제적 연구를 말한다. almor님은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책을 잡으셨던 것 같다. 일단 이 세 권의 책에 대해 먼저 설명하겠다.

"황제의 새마음"은 인지과학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인지과학, 좀 더 좁게는 인공지능에 반대하는 책이다. 저자인 로저 펜로즈도 대단한 수리물리학자고 책의 내용도 상당히 풍부하지만,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난 좀 우월한 듯 ㄲㄲ"라서 좀 황당하다.

황제의 새마음 -상
로저 펜로즈/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황제의 새마음 -하
로저 펜로즈/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빈 서판"은 "언어 본능",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이은 스티븐 핑커의 삼부작(?) 마지막편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순서대로 읽어야 하느냐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핑커의 관점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개설서로는 '약간' 무리가 있다. 특히 핑커는 인지과학에서 가장 강한 선천론자(nativist)라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 두껍고 어려운 책이므로 중간에 나오는 재미있는 실험이나 사례들만 골라 봐도 괜찮다.

언어본능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문미선.신효식 옮김/동녘사이언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소소
빈 서판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 옮김/사이언스북스

"물리주의"는 아마 김재권의 책일 것 같은데 이건 대중서가 아니므로 가급적이면 손을 안대시는 쪽이 바람직하다. 심리철학적 주제에 흥미가 있다면 "괴델, 에셔, 바흐"의 저자 더글라스 호프스태터가 편집한 "이런, 이게 바로 나야"를 추천한다. 소설가, 철학자, 과학자들이 마음의 문제에 대해 쓴 단편소설과 에세이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재밌다.

물리주의
김재권 지음, 하종호 옮김/아카넷
이런, 이게 바로 나야! 1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외 엮고지음, 김동광 옮김/사이언스북스
이런, 이게 바로 나야! 2
대니얼 C. 데닛/사이언스북스

인지과학이 뭔지 궁금한 사람이 제일 쉽게 기댈 수 있는 책은 성균관대 심리학과 이정모 교수의 "인지과학"이다. 인지과학의 역사, 개념, 각 분과 학문의 역할, 최근 동향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인지과학
이정모 지음/성균관대학교출판부

다만 대중서라기보다 교과서에 가깝기 때문에 재미있는 사례도 들거나 농담을 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7백쪽이 넘는 두께 때문에 호기심으로 접근하기에는 좀 질릴 수도 있다. 이런 분들은 1부 "인지과학의 기초" 정도만 읽어도 된다. 2부 "인지과학의 제영역"은 철학, 뇌과학, 인공지능, 심리학의 영역에서 인지과학과 관련된 지식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심심할 때마다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좋고 해당 내용을 다루는 다른 책은 많이 있으니까 굳이 다 보지 않아도 괜찮다.

인지과학을 한 권으로 욕심이 없다면 "우리의 기억은 왜 그토록 불안정할까"를 권하고 싶다. 기억에 대한 심리학과 뇌과학의 연구성과들을 100쪽 정도로 간단히 소개하는 책이다. 전공자라면 개론서부터 읽어나가는 게 맞겠지만, 그냥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렇게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는 책들을 보는 게 더 흥미를 돋울 수 있겠다.

우리의 기억은 왜 그토록 불안정할까
프란시스 위스타슈 지음, 이효숙 옮김/알마

위스타슈의 책을 읽고 땡기면 기억에 대한 심리학 책 세 권에 소개한 책들을 보는 것도 좋겠다.

by 아이추판다 | 2009/06/21 22:56 | 트랙백 | 핑백(2)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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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액시움 at 2009/06/22 00:27
소개하신 책들만 다 읽어도 배가 부를 것 같군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6/22 17:39
더 허기지실 겁니다. ^^
Commented by hama at 2009/06/22 07:02
'emperor's new mind'는 명백히 안델센 동화 'emperor's new clothes'를 뒤틀은 말장난 제목인데 (결국, '새 마음 없다'는 얘기이겠죠), 후자가 '임금님의 새 옷'으로 한 몇십년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어판에서 전자를 '황제의 새 마음'이라고 옮긴 것은 말장난이 전혀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좀 그렇더군요. 그 말장난에 찬성하든 안 하든 저자의 의도는 존중받을 필요가...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6/22 17:41
한국에서 그 동화의 제목은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더 잘 알려져있죠. 여기에 맞춰 번역하면 "정신나간 임금님"!! ^^;
Commented by almor at 2009/06/22 09:38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6/22 17:41
도움되셨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6/22 09:55
인지과학에 도전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마침 조언을 들을수 있어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6/22 17:41
도전에 성공하시길 빕니다.
Commented by 바른손 at 2009/06/22 12:20
감사합니다.1~2권 구해봐야겠네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6/22 17:43
이런 이게 바로 나야를 침대 맡에 두고 잠들기 전에 소설 하나씩 보면 재밌습니다.
Commented by your_rachel at 2009/06/22 16:54
다만 대중서라기보다 교과서에 가깝기 때문에 재미있는 사례도 들거나 농담을 하지는 않는다. 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갑니다. 네.. 농담 하지 않으시지요. (이번 학기에 저 교재로 수업을 들은 저ㅜㅜ어제 시험봤습니다ㅜㅜ) 글 자체는 읽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의 농간으로 저 표지가 아니라 다른 표지인 버젼도 있습니다;;

빈 서판을 읽고 있는데 스티븐 핑커는 글을 재미있게 쓰는 것 같아요. 인지과학 수업을 듣고 보니까 술술 넘어가네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6/22 17:44
시험 잘 보셨나요^^;
Commented by 저련 at 2009/06/25 12:56
재권킴 책은 <심리철학>을 추천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표적인 심리철학 교과서니 충분한 자격이 있을껍니다. <물리주의>는 전공자들이나 보면 된다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6/25 23:15
"심리철학"도 전공 교과서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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