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대한 심리학 책 세 권

'행인'님이 방명록에 "기억에 관한 인지심리학을 중심으로 초심자가 방학동안 읽을만한 심리학 책"을 권해달라고 하셔서 몇 권 적어본다.

시중에 심리학 책이 많이 나와있기는 한데 대중서가 다 그렇듯이 대부분이 대학교재 한 두 챕터 분량의 내용에 이런 저런 사례를 덧붙인 것이다. 그러니까 돈과 시간을 아끼고 싶은 사람은 그냥 교과서를 보는 편이 훨씬 속편하다.

인지심리학과 그 응용 - 제4판
존 R.앤더슨 지음/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내가 심리학 전공자들에게 흔히 권하는 책은 존 앤더슨의 "Cognitive Psychology and its Implications". 아마존에 '사막처럼 건조하다'라는 서평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엔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통독하지 않더라도 곁에 두고 궁금할 때마다 사전처럼 찾아봐도 괜찮은 책이다. 이 책은 5년마다 개정판이 나오는데 원서는 현재 6판이고 올해 7판이 나올 차례다. 번역서는 4판이다. 번역의 질은 그저 그렇다.

기억의 메타포
다우베 드라이스마 지음, 정준형 옮김/에코리브르

오랫동안 인류는 기억의 다양한 측면을 밀랍판, 미궁, 사진, 홀로그램 등 다양한 은유를 통해 포착하려고 해왔다. 드라이스마의 "기억의 메타포"는 이런 '은유(metaphor)'를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억 연구의 역사를 개관한다. 건조하기 짝이 없는 앤더슨의 책과 반대로 문학적 향취와 철학적 사색이 돋보인다.


기억을 찾아서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에릭 캔델은 처음엔 정신분석가가 되려고 의대에 들어갔다가 나중에는 신경과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다. 신경과학자로 시작해서 의사 개업하고 마침내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고 할 수 있겠다. 켄댈은 신경 수준에서 기억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원리를 밝히는 데 크게 기여를 했는데 이 책은 그의 자서전인 동시에 그의 주요 연구를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다. 앤더슨의 책이 기억을 심리적 수준에서 다룬다면 이 책은 신경 수준에서 다루고, 드라이스마의 책이 기억 연구의 전체 역사를 다룬다면 이 책은 최근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좋은 짝을 이룬다.

다른 주제의 책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개해보겠다.

by 아이추판다 | 2009/05/04 16:14 | 트랙백 | 핑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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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를 다루는 책들을 보는 게 더 흥미를 돋울 수 있겠다. 우리의 기억은 왜 그토록 불안정할까 프란시스 위스타슈 지음, 이효숙 옮김/알마 위스타슈의 책을 읽고 땡기면 기억에 대한 심리학 책 세 권에 소개한 책들을 보는 것도 좋겠다. ... more

Commented by 바른손 at 2009/05/04 16:31
체크해두겠습니다.1권쯤은 사서 봐야겠어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5/05 00:15
그냥 보는 재미로는 기억의 메타포가 제일 재밌습니다. ^^
Commented at 2009/05/04 16: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5/05 00:15
다른 책도 썩.. 그렇죠 ^^;
Commented by 세인트 at 2009/05/04 20:08
번역의 질은 그저 그렇다...공감합니다.
읽다 보면 읽혀지는 게 책이긴 한데 말이죠. 흐흐
저는 기억보다는 언어에 관심이 많은데 (심리언어학)
고이 모시고 있는 책을 다른 분 블로그에서 보게 되어 반가워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5/05 00:16
묘하게 안 읽히는 번역이죠 ^^
Commented by 행인 at 2009/05/04 21:16
와우 아이추판다님 너무 고맙습니다!
최근 태도와 관련된 일련의 이론들을 공부하고 있는데,
인지적 접근이 너무나 흥미로워서요^^
태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도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 신념들이 우리 머릿속에 어떻게 저장되는지가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추천 감사드려요. 내일 주문해야겠네요^^
좋은 밤 되세요.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5/05 00:16
좋은 밤 되세요 ^^
Commented by 루민 at 2009/05/04 21:31
예전에 추천해 주셨던 책인가요? 음 확실히 엔더슨 책은 너무 딱딱하더군요. 심리학 전공은 아니고 한 발 걸치고있는 수준입니다만... 마지막 책은 관심이 가네요. 기회가 되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5/05 00:17
예전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딱딱하죠.
Commented by 뉴런 at 2009/05/05 20:35
저는 이런 저런 사례를 덛붙인 대중도서만 읽고 있었던 셈이네요.
두번째 책의 내용에 가장 흥미가 갑니다.
포스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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