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바보로 만드는 짓거리

1950년 수학자 앨런 튜링은 기계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는 간단한 검사법을 제안한다. 인간 심판관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기계 또는 인간과 대화를 나눈 다음 어느 쪽이 인간인지 맞추도록 한다. 만약 심판관이 기계와 인간을 구분할 수 없다면 그 기계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튜링의 생각이었다. 이 검사법은 튜링의 이름을 따라 "튜링 검사(Turing test)"라고 부른다.

튜링 검사는 지능에 대한 검사법으로 널리 받아들여졌으나 한편으로는 여러 종류의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 중 철학자 힐러리 퍼트남의 말을 들어보자.

"그 기계는 주어진 문장에 대답하여 다른 문장을 만들어내게 되어있는데 그렇게 산출된 문장은 그 어느 것도 사실 세계와는 전연관련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기계를 두 개 만들어 서로 모방 놀이를 하게 한다면 서로를 바보로 만드는 짓거리를 영원히 계속할 것이다."

- 힐러리 퍼트남, <이성, 진리, 역사>, 김효명 옮김, 민음사.

며칠간에 걸친 라캉주의자의 난동을 보며 퍼트남의 이 말이 떠올랐다. 라캉주의자들이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저런 짓이다. "서로를 바보로 만드는 짓거리"

자기 글을 모두 지우고 도망간 라캉주의자는 정신병이 언어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태어나자마자 무인도에 갇힌 인간은 정신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정신병에 그런 요소도 있고, 자기 외에 다른 인간이 없다면 걸릴 수 없는 정신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다. 무인도는 아니지만 부모에게 버려져서 동물에게 키워진 아이들(feral children)은 정신병에 걸리지 않기는 커녕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할로우의 입양 실험을 비롯한 동물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모든 동물의 유전적으로 결정된 발달 프로그램은 탄생 후에 특정한 환경이 주어질 것이라고 가정한다. 부모의 존재도 그런 환경 중에 하나인데 그런 환경을 박탈한다면 당연히 정상적 발달이 이뤄질 수 없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애들을 어릴 때부터 방에 가둬놓고 기르는 부모는 아동학대를 자행하는 게 아니라 정신병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뇌 활동을 "전기장의 신호"라고 말하는 아마추어들끼리 모여 인간과 세계에 대한 상상 속에 산출된 문장들만 주고 받으니 맨날 그 수준일 수 밖에 없다. 서로를 바보로 만드는 짓거리들은 그만하기 바란다.

어쨌든 며칠간 좀 웃겼다. 그것만은 그에게 감사한다. 한동안 라캉 얘기는 접어두련다. 다음 번에 찾아올 라캉주의자는 어차피 뻔한 수준이겠지만 적어도 "의학 저널 Medline"이라든가 "전기장의 신호" 같은 소리는 안하는 수준이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너넨 강백호하고 달라서 미래도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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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추판다 | 2009/01/26 01:09 | 트랙백 | 핑백(2)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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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베른카스텔 at 2009/01/26 12:16
저는 구조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정합(正合) 반응에 대한, 개념화 욕구의 보편적인 충족(인식)을 언어라 정의합니다. 밑글에서 아이추판다님이 언급하신, "모든 마음의 상태는 그에 대응하는 두뇌의 상태를 가진다"는 말씀에는 공감하는 바이나 본래 인간 인식의 보조적 수단 및 산물로서 출현한 언어가 오랜 세월 동안 문명의 발달과 그 역사를 함께하면서 방대한 적층 구조를 형성한 나머지 인식 체계로서의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 받아 사회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인간의 정신 활동은 그것이 존재하는 인간의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논리를 도외시한, "주요의 관심사가 물리적 뇌의 작용에 한정될 뿐인 아이추 판다님의 미래에 나올지도 안 나올지도 모를 수준 높은 SF적 관찰 수단, 불안정하게 유동하는 언어와 언어의 적층 구조에 기반할 수밖에 없는 마음에 대한 완벽한 이론 같은 방법론에 대한 허구적 개념"뿐만으로는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가 없다고 생각되며, 진정한 무의식 따윈 실측 증거에 의존하는 인간의 수준으로서는 결코 관측할 수 없기에(인간이 본래 의식할 수 없는 것을 "무의식"이라며 존재하는 것마냥 개념화하다니 이건 소위 "전기장의 신호"와 맞먹는 레벨의 훌륭한 개그입니다. 이 님들 저를 제대로 웃겨 죽일 셈이신가요. 이런 같잖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같잖은 단어를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의 눈물바다에 허우적거려 익사토록 하겠다는 마음의 발로라면 그것은 실로 아주 훌륭하고도 명쾌한 전략입니다.) 소위 알튀세님 같은 부류가 무의식이라 아무 생각도 없이 단어의 뜻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함부로 언급하는 것이 어쩌면 언어가 사회 속에 형성한 패러다임이 분담하는 것일 수도 있기에 100년이 지나든 2000년이 지나든 밑글에서 말씀하신 방법만으로 아이추판다님의 소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가른다"는 것은 (과학을 무시하고 있지도 않은 무의식의 권위 따위에 의존하는 사이비 무당이나 과학적 방법론이 아닌 외의 수단의 능력을 무리하게 축소하려는 전형적인 왜곡 욕구의 합리화적인 시도나 둘다 어차피 제 생각에는 "극과 극은 서로 통하기에 잘 어울린다"는 문장으로 인식될 뿐이기에 절름발이 수준) 유치한 인식 욕구의 표현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논쟁의 당사자인 알튀세님과 아이추파다님도 이 "고상한" 원숭이놀음의 종결을 원하시는 것 같으니 저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지금까지 여러모로 큰 웃음 주신 관련 된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떠나는 것 뿐일테지요. 세상에는 자신의 신앙을 절대화하는 부류가 정말 많습니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도대체 "마음을 전부 파악할 수 있는 이론이 있다, 무의식이 있다"는 얼토당토 않는 자존심과 알량한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될 수 있는 걸까요. 참으로 이 분들이 존경스럽고 어떤 면에서는 인생이 부러울 정도입니다. 그렇게 살면 참 편하거든요, 왜냐면 회의할 필요가 없으니까. 자기 자신의 욕구에 따라 믿고 싶은 것 희망하는 것으로 구성된 합리화 안에서 살아가는 것도 어떤 의미 괜찮은 밥벌이 스킬이긴 합니다.

알튀세님과 아이추판다님의 도그마를 위하여 건배.
Commented by carlos at 2009/01/26 12:25
오랜만에 왔는데 아직도 라깡떡밥이...
Commented by 준식이 at 2009/01/26 15:03
짤방 빵 터지네요ㅋㅋ 순간 신현철이 모니터 앞에서 자판 두드리는 모습을 상상..(농담ㅋ) 그나저나 누가 베른카스텔 님이 무슨 말하는 건지 좀 설명해줘요.
Commented by 세리자와 at 2009/01/26 17:17
튜링테스트와 정신분석이란 말을 들으니 엘리자가 생각납니다.
Commented by 아이군 at 2009/01/26 21:40
종종 tv를 보면 그런 사람들 있죠... 자신의 독창적(뭐 꼭 거기에는 동양사상이 요상~~한 형태로 섞입니다)무술이론에 따라 만드는 신 격투기를 배우면 장풍도 쓸수 있고 어쩌고...

그 사람들에게 진짜로 장풍을 쏘라고 하면(혹은 적절한 권투 선수 한명 앞에 세우고 링울리면) 아주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지죠..

과학이 무엇인가.. 라고 말하면 적절한 이종격투룰 정도 쯤 됩니다.

물론 자기가 천하 재일의 고수고 손가락으로 100명쯤 쓰러뜨린다고 말하는 거야 자유지만 남이 그걸 믿기를 바란다면 프라이드나 k1에 얼굴좀 들이 밀어야져.. 뒤가 어쨌건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9/01/26 22:02
carlos // 그러게 말입니다.
준식이 // 하필이면 신현철이라는 게 좀 마음에..
세리자와 // 재미있는 생각이 나서 포스팅 하나 새로 올렸습니다.
아이군 // 제 말이 그겁니다.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9/01/27 15:19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건필하시길.

아 그러고보니 전 튜링 테스트에서 떨어졌습니다. -_-;
http://sino.egloos.com/4008562

아참. 새해 돈 많이 받으세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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