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주의자들과 조중동

최근 한윤형님은 미네르바 이야기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의 전체 논지와 무관하게 다음 두 문단은 이 글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신비주의적인 수사들이 흔히 그렇듯 미네르바의 글은 심지어 민주주의적이지도 않다. 그의 글은 오히려 아는 이들이 보기에는 맥락에 맞지도 않는 전문용어(?)의 범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긴 펀드회사 직원들이 주식투자 권유할 때 하는 말도 좀 그런 구석이 있다.) 그는 그처럼 자신이 업계사람임을 과시하는 용어 사용에 인터넷의 문체를 결합하여, 기존의 지식인들에 대항하는 ‘민중적 지식인’의 권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민중주의적 욕망이 스스로를 고양시키지 않고, 반-지식인 전선을 말하면서 자신의 권위를 쌓는 특정한 지식인에 대한 추종으로 결합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반지성주의적 현상일뿐더러 민주주의적 담론형성과 의사결정에도 심각한 해악으로 작용한다. 오히려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추구하는 이야말로 포퓰리스트로 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장기적으로는 ‘민중의 열망’과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쟁가 님의 건조한 글 http://xenga.tistory.com/102 은 그러한 우려를 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네르바의 글쓰기를 옹호해야 하는 것일까?

(중략)

그들 역시 미네르바의 지지자들이 만들어내고 정부가 깜빡 속아 넘어간 그 환상의 구도에 경도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조중동이 사람의 말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그들은 논증의 타당성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용하는 용어를 보고 미네르바를 ‘전문가’라고 검증했다. 그 말인즉슨 한국의 전문가들, 특히 조중동에 나와서 떠드는 사람들은 논증의 타당성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다. 미네르바의 글쓰기는 어쩌면 한국의 4-50대 남성들에게 가장 ‘먹히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논점이나 논거, 주장의 선후야 어떻든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고 얼마나 많이 아는지를 자랑하고 상대방을 까내리는 것이 한국적인 논쟁의 방식이니 말이다. 전문용어의 상당수가 공개되는 이 인터넷의 시대에, 그런 방식으로 얼마나 자신들의 ‘권위’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도 썼지만 조중동은 MBC 비판하기 전에 제발 자신들의 경쟁력이나 길렀으면 좋겠다. 미네르바의 논변을 검증한 곳이 기존의 언론이 아니라 오히려 인터넷이었다는 사실은 정말로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을 조소하기 위해 누가 일부러 짠 각본 같다.

인용한 대목에서 '미네르바'를 '라캉'으로, '조중동'과 '보수주의자'를 '라캉주의자'로 바꿔놓으면 내가 라캉주의자들에게 정확히 하고 싶은 그 말이다.

지난 1년간 라캉주의자들이 내 블로그에 댓글이나 트랙백을 보낸 걸 보면 라캉을 옹호하기 위해 사람 이름을 끝도 없이 늘어놓거나 과학이 대답할 수 없(다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질문을 내놓는다. 그런데 한 이론의 정당성은 그 이론이 기반하는 근거와 도출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지 그런 것들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안드로메다에 사는 외계인들의 화장실 사용법에 과학은 대답할 수 있는가? 전파망원경으로 보면 보이나? 여기에서 변소분석학의 존재가 정당화된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라캉의 문제점은 과학적으로 대답되어야 할 영역에 대해 매우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으며 논리적 비약에 가득찬 방식으로 이론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나의 이런 지적에 불만이 있으면 마음이 과학적 대상이 아니라거나, 라캉의 주장에 근거를 대거나, 라캉의 논리가 말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무슨 사람 이름을 잔뜩 늘어놓다고 해서 이게 저절로 증명되는 게 아니다. 그런 식으로 사람 이름대기 놀이를 하자면 나도 "너 셰링턴이라고 들어봤냐? 이 쓰레기. ㄲㄲ"라는 식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라캉주의자들은 라캉이 어떤 '대답'을 내놓는다는 사실에 만족을 하고 라캉을 맹종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태에 대해 무한히 많은 설명을 내놓을 수 있다. 이것은 그들이 말하는 방식대로 말하자면 "콰인만 읽어봤어도 알"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라캉을 가지고 1년이나 떠들게 된 이유에 대해 어떤 라캉주의자는 내가 "강박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나는 그들처럼 낚여서 펄떡대는 라캉주의자들을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얼마든지 다양한 설명이 있을 수 있다. 라캉주의자한테 맞은 적이 있어서 원한이 있다든가, 조회수를 올리려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거라든가, 사실은 정체를 숨긴 라캉주의자였다든가 등등. 지능의 척도 중에 하나는 정해진 시간 내에 산출하고 탐색할 수 있는 가설의 수인데 라캉주의자들은 아무래도 지능이 낮은 것 같다. 이들은 라캉의 용어 몇 가지 외에는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하니 말이다.

라캉주의자들은 그들이 비판적이고 반성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한윤형님의 적절한 지적대로 라캉주의자들의 사고체계란 조중동이나 한국의 보수주의자들과 단지 맹종의 대상이 다를 뿐 한 끗도 차이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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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추판다 | 2009/01/22 21:54 | 트랙백 | 핑백(2)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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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ㅎㅁㄴ at 2009/01/23 00:47
그나저나 라캉이 뭐하는 양반임?
Commented by 라임 at 2009/01/23 02:26
안녕하세요.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입니다. 라캉은 관련 2차 서적을 읽어 풍월만 아는 수준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도 라캉의 '과학성'에 대한 논쟁에 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만 다른 문제로 몇 말씀 드리고 싶어 덧글 남깁니다.

라캉 관련 담론을 얼마나 접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라캉이 주로 인문학 담론 내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은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데 라캉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아이추판다님은 라캉이 "과학적으로 대답되어야 할 영역"에 끼어든다고 적으셨는데, 적어도 이 진술은 마음에 대해서 과학의 진술만이 용인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상을 남깁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라캉의 이론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인문학적 사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태에 대해 무한히 많은 설명을 내놓을 수 있다"면 인문학이 자기 나름의 전통 속에서 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아이추판다님이 '과학적으로 실천되어야 할 의료 영역'을 의미하신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아이추판다님의 라캉 및 라캉주의자들에 대한 투쟁은 대체 무엇을 향한것입니까? 국내에서 라캉주의 정신분석 임상을 하고 있는 것은 홍준기씨 한 분 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상업적 목적으로가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관계 내에서 이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라캉의 이론에서 정신분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일반 사회에서 상식적으로 정신병자로 분류될 만한 사람뿐만은 아니기 때문에, 홍준기씨의 임상에 대해서 어떤 의료윤리에 근거한 비판을 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라캉의 경우에는 자신이 정신병원에 가지 말라고 설득해 정신분석을 받게 한 사람이 자살한 예가 있기는 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결국 아이추판다님의 비판은 라캉을 가지고 인문학적 사유를 하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문제는 '인문학 내에서 라캉 사유를 이용하는 것의 정당성'이 될 것입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의 틀 내에서 말씀하시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정확히 어떤 점에서 라캉이 인문학에 적합하지 않은지에 대해서 밝히는 것일테니까요.

긴 덧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 at 2009/01/23 07:02
라캉보다는 라캉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하나로 묶이지 않는 것인듯 보이는데, 아래 덧글의 알 뭐시기 같은 자칭 수준높은 라캉주의자들에 대한 얘기로 이해하심 될 듯 싶은데요. 수준이 높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강박증이고 이걸 해결할 방법은 라캉 정도로만 알고 있는 자들이죠. 대체 그 수준은 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종교적 차원의 수준이라고 짐작이 됩니다.)
Commented at 2009/01/23 02: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ㅎㅎ at 2009/01/23 04:04
글 한번 시원하네요.

눈먼 라캉빠돌이들은 그냥 라캉님 라캉님 하면서 갖다붙이기가 장미희랑 동급 ㅋ

" 제가 90년대 이전에 입었던 옷이니까. 마틴 마르지엘라 옷은 굉장히 창조적인데 무엇보다 철학이 보여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데리다 나 라캉을 통한 해체주의를 옷이란 매개체를 통해 풀 줄 아는 사람이고 완벽하게 재단할 수 있지만 완벽하게 재단하지 않는 사람이고… "

http://bazaar.ikissyou.com/aInThisMonth/ViewSpecial.asp?IDN=71
Commented by 달빠 at 2009/01/23 04:54
이야 알튀쎄쨩 얀데레 모에하다능♡♡ 꺅꺅 >ㅆ<

나도 블로그 있으면 이런 관심 받을수 있냐능??
Commented by Ha-1 at 2009/01/23 08:12
뭔가 절묘하군요.
Commented by ㅇㅇ at 2009/01/23 09:19
알튀세//
"라캉주의자한테 맞은 적이 있어서 원한이 있다든가, 조회수를 올리려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거라든가, 사실은 정체를 숨긴 라캉주의자였다든가 등등. 지능의 척도 중에 하나는 정해진 시간 내에 산출하고 탐색할 수 있는 가설의 수인데 라캉주의자들은 아무래도 지능이 낮은 것 같다. 이들은 라캉의 용어 몇 가지 외에는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하니 말이다.

-주인장-

이게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선택지중 어떤게 과학적인 해석인가? 여기서 주인장은 삐걱거리고 있는거다. "

니 문제는 질문을 잘못하고 스스로 엇나가고 있는 거에요. 문맥을 보세요. 저걸 왜 썼겠냐. 니가 하도 인간은 강박증의 노예고 주인장은 강박증밖에 없다라고 우기니 쓴 거 아니야. 답답한 새퀴. 무식한 나도 이해하겠구만. 이건 과학적인 건가요? 라고 묻는 대신 니가 쓴 댓글을 읽어보고 지껄이던가요. 너한테 정답은 라캉밖에 없는 데 너한테 과학인지 아닌지가 필요해?

"여기서 주인장은 삐걱거리고 있는 거다." 대체적으로 넌 이런 식으로 댓글을 썼더만. 주장만 하고 근거는 없이(혹은 매우 빈약한) 건방떨며 확언하는 식으로. 텍스트 비평이란 걸 어설프게 하면 글자에 눈이 멀게 되는 건가. 이런식이라면 라캉은 참 쓰레기구만.

니가 쓴 편향된 수사를 제거하면 덧글을 좀 더 짧게 좀 더 사실적으로 쓸수 있을 거야. 근데 그것외엔 니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듯 보이는구만.
Commented by ㅋㅇㅋㅇ at 2009/01/23 13:17
글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at 2009/01/23 14: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ㅊㅊ at 2009/01/24 09:57
뮤탄트// 그런 오해는 안하는 데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보군요. 누구맘대로 끼어넣는 게 궁금하면 누구맘대로 덧글을 달았는지부터 생각을 해보시는 게. 알튀세가 한윤형은 "한윤형이란 분"이라고 하고 주인장은 "빠돌이", "우스운 인간"이라고 씨부리는 건 대체 누구맘대로 인가요. 그걸 지적하는 사람은 여긴 안보이더만요.
Commented by 그럭저럭 at 2009/02/21 22:04
일부 인용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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