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13일
인지부조화 이론과 그 대안 (1)
어떤 종류의 상황이 진행되고 사람들이 격렬하게 의견을 분출하다가 갑자기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을 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반응들이 나타난다.
1) 나의 XXX는 그렇지 않아! 이건 음모야!
2) XXX가 OOO면 어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3) 나는 처음부터 그럴 줄 알고 있었지, 에헴.
이런 반응을 두고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면서 힐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엔 좀 문제가 있다. 첫째, 최근에 있었던 몇몇 사건들은 인지부조화 이론이 설명하는 전형적인 경우와 잘 맞지 않는다. 둘째, 인지부조화 이론은 매우 오랜 세월 많은 실험 속에서 경쟁 이론들을 제압하고 살아남은 이론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실험참여자에게 아주 지겨운 실험 과제를 하게 한 다음 약간의 돈을 받고 다음 사람에게 "실험이 재미있었다"라고 말하게 시키면 돈을 적게 받은 사람이 돈을 많이 받은 사람보다 실험을 더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을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하면 대략 이렇다. 돈을 많이 받은 사람은 돈 받고 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인데, 돈을 적게 받은 사람이 "내가 이따위 몇 푼의 돈에 거짓말을 하다니. 내가 거짓말쟁이라니, 말도 안돼."라는 식으로 "나는 정직한 사람이다"라는 생각과 "나는 거짓말을 했다"라는 생각 사이에 부조화가 생긴다. 그래서 이런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실험은 실제로 재밌었다"고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에 시달리는 누구냐 넌?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있었던 사건들에는 딱히 부조화라고 할 만한게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우석이나 또 뭐 하여간 기타등등의 경우에 대해 전재산을 바쳤다든지 텔레비전에 나와서 뭔 말을 했다든지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한 게 없다. 그냥 '낚였다 크앙'하면 된다. 따라서 이런 현상들은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인지부조화 이론 자체의 한계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수 십년간 수 많은 실험을 통해서 광범위한 현상을 성공적으로 설명해왔다. 한 가지 실험의 예를 보자. 여학생들에게 성적인 소재를 다룬 지루하고 진부한 토론을 듣고 이를 평가하게 하는 과제가 있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학생들은 남자 실험자 앞에서 성적인 단어 목록을 읽어야 한다. 한 집단은 평이한 단어를, 다른 집단은 부끄러움을 느낄만큼 외설적인 단어를 읽게 한다. 그러면 외설적인 단어를 읽은 집단이 평이한 단어를 읽은 집단보다 진부한 토론을 더 좋게 평가한다. (실험하고는 참..)
여기에 대해 여러 가지 대안적인 설명들이 제시되었다. 어떤 사람은 단어가 너무 외설적이라 실험참여자들이 오히려 무슨 말인지 몰랐을 거라고 하기도 했고(그럴듯하다), 어떤 사람은 여학생들이 야한 단어를 읽고 성적으로 흥분되서 지루한 토론도 좋게 들은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며(어이), 또 어떤 사람은 남자 실험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실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응?).
그래서 '단어 읽기' 대신에 좀 더 중립적인 고통인 '전기 충격™'을 가한 실험이 실시되었다. 대안적 설명들이 맞다면 전기 충격으로는 이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야 하지만 역시 강한 충격을 받은 집단이 약한 충격을 받은 집단보다 토론에 대해 더 좋게 평가했다. 잘생긴 남자 실험자에게 전기 충격을 받으니 성적으로 흥분된 여학생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먼산) 뭐 그건 일단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었는데 토론을 들은 후에 다른 종류의 실험이라고 말하고서 전기충격을 주면 이번엔 거꾸로 전기충격을 세게 받을 수록 토론에 대한 평가가 낮았다. 이것은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토론과 전기충격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는데다가 있다고 해도 "내가 이따위 토론을 듣자고 전기충격을 받다니~"라고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면 전기충격이 강할 수록 토론에 대한 평가가 낮아질 순 없다.
(계속)
1) 나의 XXX는 그렇지 않아! 이건 음모야!
2) XXX가 OOO면 어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3) 나는 처음부터 그럴 줄 알고 있었지, 에헴.
이런 반응을 두고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면서 힐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엔 좀 문제가 있다. 첫째, 최근에 있었던 몇몇 사건들은 인지부조화 이론이 설명하는 전형적인 경우와 잘 맞지 않는다. 둘째, 인지부조화 이론은 매우 오랜 세월 많은 실험 속에서 경쟁 이론들을 제압하고 살아남은 이론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실험참여자에게 아주 지겨운 실험 과제를 하게 한 다음 약간의 돈을 받고 다음 사람에게 "실험이 재미있었다"라고 말하게 시키면 돈을 적게 받은 사람이 돈을 많이 받은 사람보다 실험을 더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을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하면 대략 이렇다. 돈을 많이 받은 사람은 돈 받고 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인데, 돈을 적게 받은 사람이 "내가 이따위 몇 푼의 돈에 거짓말을 하다니. 내가 거짓말쟁이라니, 말도 안돼."라는 식으로 "나는 정직한 사람이다"라는 생각과 "나는 거짓말을 했다"라는 생각 사이에 부조화가 생긴다. 그래서 이런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실험은 실제로 재밌었다"고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에 시달리는 누구냐 넌?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있었던 사건들에는 딱히 부조화라고 할 만한게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우석이나 또 뭐 하여간 기타등등의 경우에 대해 전재산을 바쳤다든지 텔레비전에 나와서 뭔 말을 했다든지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한 게 없다. 그냥 '낚였다 크앙'하면 된다. 따라서 이런 현상들은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인지부조화 이론 자체의 한계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수 십년간 수 많은 실험을 통해서 광범위한 현상을 성공적으로 설명해왔다. 한 가지 실험의 예를 보자. 여학생들에게 성적인 소재를 다룬 지루하고 진부한 토론을 듣고 이를 평가하게 하는 과제가 있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학생들은 남자 실험자 앞에서 성적인 단어 목록을 읽어야 한다. 한 집단은 평이한 단어를, 다른 집단은 부끄러움을 느낄만큼 외설적인 단어를 읽게 한다. 그러면 외설적인 단어를 읽은 집단이 평이한 단어를 읽은 집단보다 진부한 토론을 더 좋게 평가한다. (실험하고는 참..)
여기에 대해 여러 가지 대안적인 설명들이 제시되었다. 어떤 사람은 단어가 너무 외설적이라 실험참여자들이 오히려 무슨 말인지 몰랐을 거라고 하기도 했고(그럴듯하다), 어떤 사람은 여학생들이 야한 단어를 읽고 성적으로 흥분되서 지루한 토론도 좋게 들은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며(어이), 또 어떤 사람은 남자 실험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실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응?).
그래서 '단어 읽기' 대신에 좀 더 중립적인 고통인 '전기 충격™'을 가한 실험이 실시되었다. 대안적 설명들이 맞다면 전기 충격으로는 이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야 하지만 역시 강한 충격을 받은 집단이 약한 충격을 받은 집단보다 토론에 대해 더 좋게 평가했다. 잘생긴 남자 실험자에게 전기 충격을 받으니 성적으로 흥분된 여학생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먼산) 뭐 그건 일단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었는데 토론을 들은 후에 다른 종류의 실험이라고 말하고서 전기충격을 주면 이번엔 거꾸로 전기충격을 세게 받을 수록 토론에 대한 평가가 낮았다. 이것은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토론과 전기충격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는데다가 있다고 해도 "내가 이따위 토론을 듣자고 전기충격을 받다니~"라고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면 전기충격이 강할 수록 토론에 대한 평가가 낮아질 순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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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 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by h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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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위에 대한 맹종, 전경, 정치인, 보수세력, 그리고 일반인. by 로이엔탈
# by | 2009/01/13 12:49 | 트랙백 | 핑백(2)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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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건을 제외한다면, 한국에서 최근에 나타난 인지부조화의 예는 종말론 소동이 되겠군요.
미네르바 사건을 보면서 떠올렸어요.
다음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누렁별 // 네. 그 냥반들은 인지부조화의 교과서적 케이스죠. 하지만 황우석 사태가 한창일 당시에는 안 그런 사람들도 '황빠' 비슷한 포지션을 취했으니까요.
식은카푸치노 // 자기지각이론도 언급은 하겠지만 좀 더 요즘 이론을 소개하려고요.
dhunter // 외설적인 단어 읽기 실험이 재밌으신 건 아니겠죠 ^^
바른손 // 고맙습니다.
노정태 // 고맙습니다. 고쳤습니다.
그것보단 그 해석쪽이 재미있습니다. 특히 실험자를 통제변인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