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7일
한 편의 만담 : 라캉의 인용
아기들의 시야 : 라캉의 거울단계에 대해
18개월
라캉은 부실한 인용으로 악명이 높다. "세미나"의 경우엔 그래도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아니, 세미나에서 한 말에 어떻게 일일이 출전을 붙인단 말인가!") "거울단계" 같은 논문의 경우에는 변명의 여지도 없다.
볼프강 쾰러(Wolfgang Koeler, 1887-1967)는 독일의 실험심리학자로 베르트하이머, 코프카와 함께 "게슈탈트 운동"을 이끈 사람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부분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gestalt)를 이루는 과정을 연구했고, 실험 동물로 침팬지를 많이 사용했는데 그래서 "미국 심리학자들은 쥐와 비둘기, 독일 심리학자들은 침팬지"라는 농담이 생겨났다. 독일에서 게슈탈트 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미국 심리학계는 행동주의자들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라캉의 당시에 프랑스에도 쾰러의 "Intelligenzprüfungen an Anthropoiden"이 번역되어 잘 알려진 심리학자였다. 라캉은 자신의 "거울 단계" 논문에서 "아기는 거울에 흥미를 보이지만 침팬지는 그렇지 않다"는 쾰러의 실험 결과를 인용하며 자신의 거울 단계를 지지하는 증거로 삼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내가 계속 지적해온 문제인데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은유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라캉 추종자들의 말과 달리 라캉은 심리학 실험을 바탕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라캉은 쾰러 외에도 볼드윈, 뷜러, 왈롱 등이 수행한 실험을 자기 근거로 삼는다. 참고로 현재는 18개월과 동일한 실험에서 침팬지는 물론 보노보, 오랑우탄, 고릴라, 범고래, 병코돌고래, 유럽까치 심지어 비둘기까지 인간 아기와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까지라면 라캉의 잘못은 쾰러의 말을 믿은 죄 밖에 없다. 문제는 쾰러가 실제로 한 말은 라캉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쾰러는 침팬지가 다른 동물과 달리 거울에 흥미를 보인다고 보고했다.


18개월
라캉은 부실한 인용으로 악명이 높다. "세미나"의 경우엔 그래도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아니, 세미나에서 한 말에 어떻게 일일이 출전을 붙인단 말인가!") "거울단계" 같은 논문의 경우에는 변명의 여지도 없다.
볼프강 쾰러(Wolfgang Koeler, 1887-1967)는 독일의 실험심리학자로 베르트하이머, 코프카와 함께 "게슈탈트 운동"을 이끈 사람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부분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gestalt)를 이루는 과정을 연구했고, 실험 동물로 침팬지를 많이 사용했는데 그래서 "미국 심리학자들은 쥐와 비둘기, 독일 심리학자들은 침팬지"라는 농담이 생겨났다. 독일에서 게슈탈트 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미국 심리학계는 행동주의자들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라캉의 당시에 프랑스에도 쾰러의 "Intelligenzprüfungen an Anthropoiden"이 번역되어 잘 알려진 심리학자였다. 라캉은 자신의 "거울 단계" 논문에서 "아기는 거울에 흥미를 보이지만 침팬지는 그렇지 않다"는 쾰러의 실험 결과를 인용하며 자신의 거울 단계를 지지하는 증거로 삼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내가 계속 지적해온 문제인데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은유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라캉 추종자들의 말과 달리 라캉은 심리학 실험을 바탕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라캉은 쾰러 외에도 볼드윈, 뷜러, 왈롱 등이 수행한 실험을 자기 근거로 삼는다. 참고로 현재는 18개월과 동일한 실험에서 침팬지는 물론 보노보, 오랑우탄, 고릴라, 범고래, 병코돌고래, 유럽까치 심지어 비둘기까지 인간 아기와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까지라면 라캉의 잘못은 쾰러의 말을 믿은 죄 밖에 없다. 문제는 쾰러가 실제로 한 말은 라캉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쾰러는 침팬지가 다른 동물과 달리 거울에 흥미를 보인다고 보고했다.


# by | 2008/11/17 11:18 | 트랙백 | 핑백(4)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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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냐하면 페이지가 인용하는 대목은 파우스토-스털링이 인용하는 대목과 거의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딱 하나, 10%만 빼고. 아니 이런 신공은 라캉만 쓰는 줄 알았더니(한 편의 만담 : 라캉의 인용 참고) 덜덜덜. 버틀러가 인용했다고 밝힌 논문 셋을 모두 첨부해두니 한 번들 보시길. 혹시나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것이기를 빈다. ... more
심리학 치료법을 주장한 학자들의 이론이 다 옳은 게 아니고, 틀린 것 있는데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경우도 많던데요. 라캉을 좋아하거나, 심지어 치료하는 사람들(근데 이 사람들은 어차피 심리학 전공자거나 의사죠?) 다수도 라캉이 어떤 부분은 틀렸다는 거 압니다. 옳다고 생각되는 일부만 차용할 뿐이지. 아니고 틀린 게 증명이 된 부분까지 믿고 적용한다면? 국내외에 라캉 가지고 치료하는 의사가 꽤 많던데 참 무서운 일이죠? 게다가 심리학과 교수도 있고.
예를 들어 노스웨스턴 대학 Psychiatry and Behavioral Sciences과 교수 Richard Chessick은 자기도 라캉을 가르친다며 라캉을 가르치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하던데요. 틀린 부분은 거르고 치료에 필요한 부분만 가르치는 법과 전체 아웃라인을 죽 가르치는 법. 예를 들어 라캉의 거울 단계가 아닌 bridge metaphor를 치료에 적용을 하는 식으로. 이건 논문-철학이 아닌 심리학과 논문-도 있던데(이쪽도 별로 피어 리뷰가 쓸만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정보가 더 필요하시다면 인터넷과 책을 찾아보시고.
Chessick은 자기는 라캉의 일부를 치료에 적용하는 스타일이고, 예를 들어 Duquesne University의 심리학과 교수인 Fink는 라캉 이론을 전반적으로 가르친다더군요. Chessick 교수는 일부러 비지성적으로 글을 썼던 라캉의 주장들 다수가 어차피 '믿든지 말든지' 레벨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라캉의 주장 일부가 의미있고 유용하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죠. 라캉을 가르치는 심리학과 교수 Chessick 교수나 핑크 교수는 거울 이론이 옳다고 우길까요? 궁금하군요.
아무튼, 아이추판다님 글은 헛발질을 볼 겸 정보도 얻을 겸 잘 보고 있습니다.
심리학 전공자 다수가 라캉을 읽는다는 망상은 또 어디서 나오신 겁니까? 금시초문이로군요. 아마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을 겁니다. Chessick은 심리학과 교수가 아니고 의대 교수죠. 그리고 그 많은 미국 대학 심리학과 중에 Duquesne에 있는 Fink 한 명 가지고 "많다"고 하시는 겁니까? Duquesne라는 학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심리학으로 유명한 학교는 아닌 것 같군요.
그렇게 한 가지 사례를 가지고 얘기하자면 미국 심리학과 Big 5 중에 하나인 MIT의 경우를 들어볼까요? MIT는 심리학과가 자연과학대학에 속해있습니다. p님의 지론이 아마 심리학이 자연과학이 아니라는 거였던가요? 거기 심리학과 연구시설에 MIT가 들인 돈이 2천억원이 넘죠. 노벨상 수상자를 거의 80명 배출한 학교가 미쳤나 봅니다. 참고로 MIT에는 라캉주의자는 커녕 정신분석학자도 없습니다. 이건 스탠포드, 프린스턴, 카네기멜론도 마찬가지죠. 확인은 안해봤지만 다른 상위권 학교도 비슷할 겁니다.
그건 그렇고 그럼 홍준기나 김석이 "믿든지 말든지" 레벨의 이야기를 가지고 지금 "철학"을 하겠다고 떠들고 다닌다는 건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 말을 완전히 곡해하니 웃을지 말지 모르겠습니다만...허허-_- 제 지론은 심리학이 자연과학이 아니라는 게 아니었는데요. 왜 거짓말을 하시는지? 영국 대학에서 심리학 학위를 자연과학과/사회과학으로 나누어서 준다고 말했고, 심리학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로싸이콜로지 같은 것은 자연과학이라고 분명 말했죠. 당연히 뉴로싸이콜로지가 강세인 MIT는 심리학과를 자연과학과로 분류하겠죠?
Lacan's practice of psychoanalytic psychotherapy.
Chessick RD.
Northwestern University, Evanston, Illinois.
Lacan's efforts in the psychoanalytic psychotherapy of patients with structural deficits aim at separating truth, desire, and ideals from each other so that the analysand is freed up to find or create the desire that gives him or her "joy." This paper presents Lacan's use of the "bridge metaphor" towards that purpose, and illustrates the application of Lacan's early concepts in actual clinical work.
PMID: 3434650 [PubMed - indexed for MEDLINE]
생의학/보건 저널인 Medline에 실린 논문이고.
Lacan 논문이라면 당연히 psychoanalysis 관련일텐데, psychoanalysis 관련 논문은 무조건 심리학과 논문이 아닙니까? 심리학과 교수가 쓴 논문이기도 해서 심리학 논문이라고 여겼는데, 만약 아니라면 제가 무식했군요. Fink 교수가 아닌 Chessick 교수의 글이죠.
'Indeed, this act, far from exhausting itself, as in the case of a monkey, in eventually acquired control over the uselessness of the image...' (Ecrits, p. 93)
원숭이가 거울 이미지에 보이는 흥미는 (곧) 사라진다는 내용이군요.
있던 게 없어진다는 것이니 '원숭이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인용 문장 전 단락에는 chimpanzee가 나오지만 여기서는 monkey라는 말이 나오는데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할까요?
링크해 주신 글도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