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02일
합리적 무의식
인간은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복잡한 추론을 무의식적으로 해낼 수 있다. 합리적 착시(?)에서 설명한 것이 그 한 예이다. 그런데 지각 수준이 아니라 좀 더 높은 수준에서도 그런 '합리적 무의식'이 가능하냐 하는 것은 꽤나 질좋은 떡밥이다.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연령별 사망률이나 평균 수명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만약 평균수명이 75세라면 지금 10세인 사람은 몇 살까지 살까? 대충 75세 언저리까지 산다고 보면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30세라고 하면 어떨까? 그래도 마찬가지다. 그럼 60세면?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지금 70세인 사람을 생각해보자. 아무래도 75세보다는 좀 더 살 것 같다. 한 80세까지는 살지 않을까? 다시 말해 10년은 더 살 것이다. 그럼 80세면 어떨까? 여전히 10년은 더 살까? 아무래도 그건 좀 무리일 것 같고 85세 정도까지 살 것 같다.
사람마다 구체적인 예상치는 달라도 대체적인 경향은 비슷하다. 다시 말해 75세 미만일 때는 75세까지 살 것 같다고 하다가 75세가 넘으면 그보다 더 많이 살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현재 나이가 증가할 수록 남은 예상 수명은 점점 줄어든다. 대충 120세 쯤 되면 내년을 기약하기 힘들다고 예상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직관적인 답은 확률론적 예측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의 경우 수명의 평균은 75세, 표준편차는 16세이다. 수명이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하면 그 확률분포는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이것은 다른 정보가 아무 것도 없을 때의 확률분포이다. 이를 사전확률이라고 한다. 여기서 '현재 나이'라는 새로운 정보가 추가된다. 만약 지금 10세인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의 수명이 9세일 확률은 0이다. 수명이 9세면 벌써 죽었기 때문에 현재 10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는 확률분포를 변화시킨다. 이렇게 추가적인 정보를 반영해서 변화한 확률분포를 사후확률이라고 한다.
수명이 1세인 사람이 임의의 시점에 1세일 확률은 100%다. 수명이 2세인 사람은 1년 동안 1세고, 그 다음 1년동안 2세이므로 1세일 확률은 50%가 된다. 따라서 수명이 n세인 사람이 임의의 시점에 a세일 확률은 1/n이다. 이런 식으로 추가적인 정보가 나타날 확률을 우도(likelihood)라고 한다.
말이 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우므로 정리하고 넘어가면 "현재 a세인 사람의 수명이 n세일 확률"이 사후확률이고 "수명이 n세인 사람이 현재 a세일 확률"이 우도다.
베이즈 정리에 따르면 사후확률은 사전확률과 우도의 곱에 비례한다. 현재 나이가 a세일 우도는 수명 n의 역수이므로 수명이 길 수록 현재 a세일 확률은 줄어든다. 다시 말해 사후확률은 사전확률에 따라 75세에 가까울수록 높아지고, 어릴 수록 높아진다.
어쨌든 사후확률의 그래프를 구하면 아래와 같다.
각각의 그래프는 순서대로 현재 10세일때, 20세일때, 30세일때,...,120세일때 수명의 사후확률분포이다. 현재 나이보다 낮은 수명의 확률은 0이고, 75세에 가까울 수록 낮은 수명일 수록 확률이 높다. 그리고 확률의 합은 100%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나이가 증가할 수록 남은 수명 후보가 줄어서 각 수명의 확률은 증가한다. 무슨 말이냐하면 사람이 많이 살아도 15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할 때 현재 30세면 수명이 150세일 확률은 거의 0이라도, 지금 149세면 수명이 149세 아니면 150세일테니 그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어쨌든 각 확률분포의 평균이 남은 기대 수명이 된다. 이 평균을 선으로 연결하면 우리가 처음에 직관적으로 내놓은 답과 똑같은 그래플를 얻게 된다.
쉽게 설명하려고 해봤지만 아마 독자들 중에 많은 분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될 것이다. 이것이 재밌는 부분이다. 의식적으로 이해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쉽게 답을 말할 수 있다는 것. 탄넨바움과 그리피스의 실험에 따르면 이 문제 외에도 영화의 관객 수, 권력자의 집권기간, 시의 길이 등 다양한 문제에서 사람들은 상당히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추론 과정을 무의식 속에서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접하기 쉬운 위와같은 형태의 문제들에 대해 베이즈 추론과 동등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어떤 추론 과정들이 무의식 속에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무의식이 비합리적이라는 건 단견에 불과하다. 그림자를 보고 물체의 위치를 추론하는데서부터 사람의 수명을 예측하는데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문제에 대해 무의식은 의식보다도 훨씬 더 합리적일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연령별 사망률이나 평균 수명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만약 평균수명이 75세라면 지금 10세인 사람은 몇 살까지 살까? 대충 75세 언저리까지 산다고 보면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30세라고 하면 어떨까? 그래도 마찬가지다. 그럼 60세면?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지금 70세인 사람을 생각해보자. 아무래도 75세보다는 좀 더 살 것 같다. 한 80세까지는 살지 않을까? 다시 말해 10년은 더 살 것이다. 그럼 80세면 어떨까? 여전히 10년은 더 살까? 아무래도 그건 좀 무리일 것 같고 85세 정도까지 살 것 같다.
사람마다 구체적인 예상치는 달라도 대체적인 경향은 비슷하다. 다시 말해 75세 미만일 때는 75세까지 살 것 같다고 하다가 75세가 넘으면 그보다 더 많이 살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현재 나이가 증가할 수록 남은 예상 수명은 점점 줄어든다. 대충 120세 쯤 되면 내년을 기약하기 힘들다고 예상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직관적인 답은 확률론적 예측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의 경우 수명의 평균은 75세, 표준편차는 16세이다. 수명이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하면 그 확률분포는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수명이 1세인 사람이 임의의 시점에 1세일 확률은 100%다. 수명이 2세인 사람은 1년 동안 1세고, 그 다음 1년동안 2세이므로 1세일 확률은 50%가 된다. 따라서 수명이 n세인 사람이 임의의 시점에 a세일 확률은 1/n이다. 이런 식으로 추가적인 정보가 나타날 확률을 우도(likelihood)라고 한다.
말이 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우므로 정리하고 넘어가면 "현재 a세인 사람의 수명이 n세일 확률"이 사후확률이고 "수명이 n세인 사람이 현재 a세일 확률"이 우도다.
베이즈 정리에 따르면 사후확률은 사전확률과 우도의 곱에 비례한다. 현재 나이가 a세일 우도는 수명 n의 역수이므로 수명이 길 수록 현재 a세일 확률은 줄어든다. 다시 말해 사후확률은 사전확률에 따라 75세에 가까울수록 높아지고, 어릴 수록 높아진다.
어쨌든 사후확률의 그래프를 구하면 아래와 같다.

어쨌든 각 확률분포의 평균이 남은 기대 수명이 된다. 이 평균을 선으로 연결하면 우리가 처음에 직관적으로 내놓은 답과 똑같은 그래플를 얻게 된다.

물론 사람들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추론 과정을 무의식 속에서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접하기 쉬운 위와같은 형태의 문제들에 대해 베이즈 추론과 동등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어떤 추론 과정들이 무의식 속에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무의식이 비합리적이라는 건 단견에 불과하다. 그림자를 보고 물체의 위치를 추론하는데서부터 사람의 수명을 예측하는데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문제에 대해 무의식은 의식보다도 훨씬 더 합리적일 수 있다.
# by | 2008/11/02 22:39 | 트랙백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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