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4 18:45

이상한 홍준기 유사학문

라캉주의식 설명법?

알기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프로이트 당시 히스테리자들은 대부분 아버지 병간호에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프로이트가 분석치료했던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 병간호를 오래하면 히스테리에 걸린다'고말하곤 했다.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이 '특정한' 원인을 찾으려는 사고방식이다. 즉 아버지 병간호라는 원인이 히스테리 발병이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직선적 인과론'에 근거한 '단순한' 사고방식이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생각을 비웃으면서 아버지 병간호를 했기 때문에 히스테리자가 된 것이 아니라, 히스테리자이기 때문에 병간호를 한다고 설명했다. 아주 단순한 예이지만 이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이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과학적, 상식적 사고는 어떤 '확실한' '특정한' 원인을 찾기를 원하므로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다가 히스테리에 걸렸다고 말하지만, 정신분석학은 그들이 히스테리자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매력적인 남성'의 구애를 뿌리치고 아버지 병간호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뒤집어 말한다. 위의 예는 병간호라는 단순한 원인 - 혹은 어떤 다른 '특정한' 원인이라도 마찬가지인데 - 에 의해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보았던 히스테리가 사실 더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상태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기위해서는 상식적, 과학적 사고가 막연히 가정하는 '직선적 인과론'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글에는 무척 잘못된 점이 많다. 아버지 병간호 때문에 히스테리에 걸리는가 아니면 히스테리 때문에 아버지 병간호를 하는가? 이건 과학적 문제다. 과학적 문제를 과학적 사고로 풀면 안된다고 주장하니 이것부터 잘못이다. 과학적 사고가 '확실하고 특정한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도 현대 과학의 확률론적 세계관과 방법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리다. 게다가 프로이트야말로 실수 하나에도 원인을 일일이 찾아내려고 한 사람인데 도대체 누가 직선적 인과론에 빠져있다는 것인지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그런데 이런 잘못 쯤은 눈감고 넘어갈 수 있다. 나는 관대하다.

댓글 중에 아버지 병간호가 히스테리를 일으킨다는 주장이나 히스테리가 있어서 아버지 병간호를 했다는 주장이나 그게 그거라는 의견을 주신 분이 많았다. 홍준기가 그만큼만 되었어도 내가 '이상하다'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홍준기가 쓴 문단만 근거로 한다면 프로이트의 주장은 아버지 병간호가 히스테리를 일으킨다는 주장보다 설명력이 떨어진다.

홍준기는 이 문단에서 제시하는 유일한 사실은 "프로이트 당시 히스테리자들은 대부분 아버지 병간호에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프로이트가 분석치료했던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뿐이다. 홍준기도 그렇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도 그렇지만 여기서 '대부분'이라는 말을 간과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아버지 병간호를 하려면 그 이전에 아버지가 병에 걸려야 한다. 병에 걸리지 않은 아버지를 간호할 수는 없다. 따라서 히스테리에 걸린 여성들의 '대부분'이 아버지 병간호에 많은 시간을 보내려면 먼저 그 이전에 히스테리에 걸린 여성들의 아버지 '대부분'이 병에 걸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도 병간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정도의 그런 병에 걸려야 한다.

그렇다면 19세기말~20세기초 비엔나에 살던 결혼적령기 딸을 둔 남성들이 하나같이 중병에 걸려 병석에 누워있었거나 아니면 딸의 히스테리와 아버지의 발병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어야 한다. 당시 비엔나 중년남성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바 없지만 아무래도 40~50대 남성들이 하나같이 병석에 누워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남는 가능성은 하나 뿐인데 히스테리와 아버지의 발병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벌써 매우 이상하다.

아버지의 발병 때문에 히스테리에 걸렸다고 하면 아버지 병간호가 히스테리를 일으켰다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그러면 딸의 히스테리 때문에 아버지가 병에 걸렸거나 아니면 제3의 원인이 딸의 히스테리와 아버지의 발병에 관계해야 한다. 그런데 딸의 히스테리 때문에 아버지들이 중병에 걸려 픽픽 쓰러진다는 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하필 히스테리에만 아버지가 발병하는 것도 이상하고, 어머니는 어쩌고 아버지만 병에 걸리는 것도 이상하다.

제3의 원인이라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와 딸에게 동시에 전혀 다른 질병을 발병시키는 그런 원인이 뭐가 있을까? 유전이라고 해도 이상하고 환경적 요인에서 찾기에도 이상하다. 아버지와 딸에게는 영향을 미치는데 어머니와 아들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가장 이상한 건 홍준기다. 히스테리자 대부분이 아버지 병간호에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아버지 병간호가 히스테리를 일으킨다고 말하기엔 증거가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이상한 건 아니다. 그런데 홍준기는 영 딴 소릴 하고 있다. 만약 히스테리가 있기 때문에 아버지 병간호를 했다고 말하려면 당대 비엔나에서는 아버지가 병에 걸려도 딸들이 오랜 기간 병간호 하는 일은 드물었다든지 그런 얘기를하든지 아니면 아버지와 딸이 동시에 다른 병에 걸리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뭔가 설명을 해야 한다. 홍준기는 자신이 반대하는 가설에 유리한 증거만을 내놓고 자신이 지지하는 가설에 유리한 증거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이것은 홍준기가 과학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줄곧 비판하다보니 비과학적이고 몰상식적인 사고를 하게된 탓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실수 행위들에 대한 프로이트의 분석을 따라 홍준기의 무의식 속에 프로이트에 대한 적대감이 도사리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홍준기는 프로이트의 주장을 지지하면서 프로이트의 주장에 반대되는 글을 쓴다. 정말 이상하다.

덧. 프로이트의 첫 히스테리 환자로 유명한 안나 O.의 아버지는 1880년 7월에 늑막 주변 농양에 걸려 10개월 이후인 1881년 4월에 죽었다. 안나 O.도 아버지 병간호를 했으나 1개월만에 히스테리가 도져 병간호를 그만두었다. 10개월이든 1개월이든 어느 쪽이나 "히스테리자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매력적인 남성'의 구애를 뿌리치고 아버지 병간호를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할만한 '오랜 세월'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홍준기가 인용한 프로이트의 주장이 어디에 나오는 얘기인지는 모르겠는데 프로이트 자신은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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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누렁별 2008/10/04 19:05 #

    홍준기는 자기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나 썼는지 궁금합니다.
  • 아이추판다 2008/10/04 22:46 #

    무슨 얘길 하는 건지야 알았겠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한게 문제죠.
  • erte 2008/10/04 19:59 # 삭제

    오호 역시 차근차근 이렇게 설명이 되는군요... 전 그냥 저게 말이 되나?? 라고 생각하고 걍 넘어갔다능...
  • 아이추판다 2008/10/04 22:46 #

    사실 저 글 전체를 보면 더 어이없습니다만 이게 본격 홍준기 까는 블로그는 아니라서요. ^^;
  • 2008/10/04 22:37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이추판다 2008/10/04 22:47 #

    감사합니다. 고쳤습니다. 어쩌면 경상도 사투리였을지도 모릅니다. "가가 가가가?"
  • 준식이 2008/10/04 22:50 # 삭제

    전 완전히 잘못 짚었네요.. 에효..
  • 아이추판다 2008/10/05 12:52 #

    ^^
  • intherye 2008/10/04 23:09 #

    저는 설마 이렇게 이상하게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당시 "40~50대 남성들이 하나같이 병석에 누워있었을 것"이라고 아무 이유없이 가정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ㅠ_ㅠ 당시 수명도 짧았을 테니. 뭐.

    그래서 "프로이트 당시 여성들은 대부분 아버지 병간호에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프로이트가 분석치료했던 히스테리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라고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거구요. ㅋㅋ

    근데 말씀 듣고 보니 정말 이래저래 이상하군요.
  • 아이추판다 2008/10/05 12:52 #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용케 운영이 되었겠군요 ㅋㅋ
  • Semilla 2008/10/05 12:11 #

    아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앞의 부분은 그냥 illusory correlation이라고 쳐도,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아홉 개의 점들 안에서만 생각하고 있었네요.
  • 아이추판다 2008/10/05 12:53 #

    보통 같으면 저런 식으로 글을 쓰진 않으니까요 ^^
  • 행인 2009/04/08 10:22 # 삭제

    그러니까 딸의 히스테리가 아버지를 병들게 했다. 랄까요. (농담입니다.)
  • ㅎ;;; 2009/12/31 11:45 # 삭제

    ㅎㅎ 팬더님께서 조금만 더 관대함을 보여줬으면 좋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팬더님의 논리는,

    딸이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병에 걸려 있어야 한다 > 고로, 딸이 자신의 히스테리를 표출하기 위해 병간호를 하려면 그 전에 이미 아버지가 병에 걸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프로이트만 말한 건 아니고 프로이트가 살던 당시) "당시 히스테리자들은 대부분 아버지 병간호에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프로이트가 분석치료했던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한다.>(글을 찬찬히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사실이 프로이트의 핵심 주장은 아니고, 당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관찰하는 바이긴 하지만)이러한 사실은 히스테리 증자의 많은 아버지들이 병에 걸려있음을 가정하고, 따라서 히스테리와 발병과의 모종의 관계를 함축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되냐!!!!

    ... 입니다. 자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는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문제가 된 문장을 인용해보면,

    "당시 히스테리자들은 대부분 아버지 병간호에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프로이트가 분석치료했던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데, 여기저 저는 판다님이 윗 문장에서 "대부분"에 기울인 관심의 절반만큼이라도 "당시"에 기울였으면 좀더 "관대한" 판단이 가능하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즉, 그건 당시 사람들의 관찰 경험에 대한 (물론 현대의 이론적 전제에서 보았을 때, 이상한 감이 없지 않은)서술일 뿐이지요. 제가 보기에 더 중요한 것은 뒤에 이 관찰 경험에 대한 동시대인들의 해석이 나오는데, 이에 대한 프로이트의 반론이 입니다. 즉 당시 시대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찰 결과로부터 병간호가 히스테리를 유발한다고 한 반면, 프로이트는 역으로 히스테리가 병간호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으니까요.

    물론 이 발언은, 히스테리가 아버지 발병의 원인이다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결론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 히스테리가 꼭 병간호"로만" 표출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만일 자신의 아버지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히스테리 환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히스테리를 표출하려 하였을 것입니다.

    아마, 당시 관찰된 사실은 병간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히스테리에 걸려있다는 통계적 결과였을 겁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히스테리와 병간호간의 모종의 관계를 설정해보려 했을 텐데, 그 관계가 바로 병간호는 히스테리를 유발한다 였을 테지요. 그리고 프로이트는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에 반대하여 오히려 히스테리가 병간호를 유발한다고 주장했구요.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히스테리와 아버지 발병 간의 모종의 관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면, 모든 히스테리 환자는 병간호를 한다는 게 프로이트의 주장은 아니니까요. 병간호는 히스테리의 표출 방식 중 하나일 뿐이지요.

    그럼, 히스테리를 원인으로 보는가, 아니면 병간호를 원인으로 보는가는 왜 중요할까요? 어떤 친구는 히스테리가 병간호를 유발하든, 병간호가 히스테리를 유발하든 아무 상관 없지 않느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말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만, 생각보다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병간호를 히스테리의 원인으로 본다면, 히스테리 환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 히스테리의 원인은 병간호 때문이야. 내 아버지가 병에만 걸리지 않았어도, 나는 지금 이런 정서 파탄이 돼진 않았을 텐데."

    그런데, 히스테리를 병간호의 원인으로 본다면, 히스테리 환자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히스테리 환자는 더이상 자기 히스테리의 책임을 아버지의 발병과 그에 따른 자신의 지극한 병간호 행위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릴 수 없게 됩니다. 그리하여, 만일 히스테리 환자가 자기 정서 상태의 또 다른 원인을 계속해서 발견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히스테리의 원인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저 자신을 라캉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분야에 대해 먼가를 잘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팬더님이 여기 작성하신 글(이미 작년에 쓰신거긴 하지만ㅠㅠ)은 제가 앞서 설명했듯이, 라캉을 멀리하기엔 아직 조금 부족한 논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합니다. 저는 라캉이 주장하고 싶었던 바가, "과학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핵심 문제는 제가 보기엔, 오히려 "인간 자유와 책임"의 문제 입니다. 물론 우리들은 단지 자유롭다고 믿는 기계들일지도 모르지요. 우리들은 이 문제를 단순히 과학적으로 해명되거나 증명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바로 이 자유(이것은 매번의 기계적 확률 환원되지 않습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들은 이 확률적 선택에 끊임없이 환상을 덧씌우곤 합니다. 그건 도박장에서 주사위 굴리는 것과 같지는 않았다고.. 말이죠)의 문제가 인간의 사회, 정치,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과학활동의 광범위한 전제라는 점에서, 철학적 개입은 요청되는 것입니다.



  • 2010/11/05 11:44 # 삭제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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