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08일
인용의 윤리
인문학적 기본소양에 비밀댓글로 달린 글이다. 언급할게 많긴 하지만 색깔로 강조한 부분만 답변드리도록 하겠다. (강조, 색상, 번호는 모두 내가 붙인 것이다)
(1) 학자의 말을 인용할 때 필요한 말만 쏙 따오는 것이 제대로 된 일인가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해야 한다. 쿤, 김재권, 콰인, 파이어아벤트, 괴델 등은 한윤형님이나 비밀댓글을 써주신 분을 비롯해서 몇몇 분들이 이들의 권위에 힘입어 심리학 또는 과학을 비판함으로써 라캉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먼저 인용했고, 나는 그 인용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이들의 텍스트를 옮긴 것이다. "필요한 말만 쏙 따오는 것"이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은 확실히 나쁘다.
비밀댓글을 달아주신 분은 예전의 다른 글에 다신 댓글에서 쿤이 과학과 합리성의 가치에 대해 그렇게 애정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윤형님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나는 쿤이 쓴 논문에서 이론선택에서 정확성, 일관성, 넓은 적용범위, 단순성, 그리고 다산성과 같은 표준적 기준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말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이게 "필요한 말만 쏙 따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쿤의 텍스트 속에서 찾아 보여주면 된다.
나라고 철학 텍스트를 뒤져서 타이핑 하는 게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훈고학질 하는 게 싫으면 처음부터 인용을 정확히 하든지 아니면 인용을 하지 말든지 둘 중에 하나를 하면 된다. 자꾸 읽지도 않았고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철학자들의 권위와 명성에 기대는 건 서로 피곤한 일이다.
(2) 심리학은 덜 성숙한 과학 분야이고 쿤이 다룬 물리학과 같은 과학 영역과 달리 그 연구 대상을 만들어 낸다는 해킹의 관점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아마도 해킹의 "영혼 다시쓰기"를 말하는 것 같다. 한윤형님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킹은 심리학이 하드 사이언스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두 분의 인용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심리학이 덜 성숙했다거나 하드 사이언스가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물리학의 성숙함이나 하드함이 100이라고 하면 심리학은 5? 10? 지능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가 쓴 심리학사 책의 제목은 "마음의 새로운 과학: 인지혁명의 역사"이고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가 쓴 진화심리학 개론서의 제목은 "진화심리학: 마음의 새로운 과학"이다. 심리학과 경제학은 극히 최근에 철학으로부터 분리된 '새로운 과학'이다. 새로운 과학이니 미성숙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심리학이 미성숙하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학문과 비교할 때 그러할 뿐이다. 마음의 영역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한국 기상청이 어느 모로보나 미국의 NOAA보다 예보 능력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기상청에서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고 예보를 하면 또 틀리겠지뭐하고 투덜대면서도 우산을 들고 나갈 수 밖에 없다. 한국 일기예보에 대해 기상청보다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한 우리는 한국의 기상청을 진심으로 믿지는 않더라도 믿는 척이라도 할 수 밖에 없다. 물리학에 대비한 심리학의 미성숙함을 백날 강조해봐야 라캉 이론이 심리학을 대신하거나 또는 동시에 믿을만하다는 근거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계속 심리학을 믿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심리학이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등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있는가? 심지어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제안하는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개념 자체가 심리학의 '형태 전환'을 역사적 수준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둘째, 이 책은 "다중 인격"과 "아동 학대" 개념의 역사를 다룬다. 해킹은 이 책에서 마음에 대한 과학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신경과학, 실험심리학,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인지과학. 이 넷 중에 "다중인격"과 "아동 학대"의 개념과 제일 밀접한 관련이있는 것은? 당연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다. 실제로 해킹이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하는 심리학은 정신분석학 또는 정신역동적 접근법이다. 이 책을 인용해서 심리학을 비판하고 라캉을 방어하는 건 어딘가 좀 이상하다.
셋째, 두 분은 아마 해킹의 주장이 심리학에 대한 일종의 '공격'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해킹은 심리학계에서 비교적 환영받는 철학자다. 일단 그의 주장 자체가 기존의 심리학과 잘 일치된다. 해킹이 말하는 연구 대상 자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고리 효과"라고 하는데 이것은 심리학의 "피그말리온 효과"나 "낙인 효과"의 연장선에 있는 과정이다. 무작위로 나눈 아이들에 대해 교사에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라고 알려준 경우와 못하는 학생들이라고 알려준 경우 나중에 비교해보면 학생들은 교사의 기대에 반응해서 정말로 성적이 달라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사가 학생들의 성적차를 인식하여 자신의 기대를 확인하고 새로운 기대를 형성하여 학생들이 새로운 기대에 반응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해킹의 고리 효과가 된다.
이런 피그말리온 효과, 낙인 효과, 고리 효과에 해당한는 현상들은 심리학에서 무수하게 연구된 성과들이 쌓여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것이 강화되고 또 약화되는지 등등. 심리학논문을 아무거나 펼쳐보면 실험에 대한 설명에 실험참여자들에게 실험 목적을 무엇이라고 설명했는지가 거의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고지한 실험 목적이 실험참여자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해킹의 책은 이런 점에서 기존의 심리학과 잘 일치하며, 훌륭한 심리학적 사례연구라고 할 수 있다. 해킹은 이 책으로 다중인격학회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다음으로 넘어가자.
넷째, 댓글을 다신 분은 해킹이 "심리학은 ... 그 연구 대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이건 좀 터무니 없는 얘기다. 일단 해킹 자신이 이 책의 주제를 사람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논의 영역을 "다중 인격"으로 제한하고 있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해킹의 말은 "실험에는 고유한 삶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관찰이 이론적재적이라는 쿤의 주장과 갈라지는 지점이다. 자연은 우리의 개입에 대해서 저항하고, 이러한 자연의 저항은 이론에 제약을 가한다. 경우에 따라 이런 개입, 저항, 제약의 폭과 깊이는 달라질 수 있다. 에빙하우스가 망각곡선을 측정하기 전이나 후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운 것을 잊는 것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앞에서 언급한 피그말리온 효과의 경우 교사의 기대가 어떻더라도 평범한 학생들이 아인슈타인이 되진 않는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인은 어떻다고 생각하는 관념이 한국인만의 고유한 본성을 실재로 '만들어낸다'. 상호작용의 양상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다중 인격"의 사례를 심리학 전체에 적용하는 것은 해킹 자신의 주장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거와도 맞지 않는다.
(3) 해킹은 푸코와 쿤의 결합에 관심을 두었고 특히 심리학에 대한 푸코의 의견에 크게 동의했는데, 사실 이 주제에 대한 푸코의 입장은 라캉의 입장과 유사한 구석이 많습니다.
해킹은 푸코와 비슷하고, 푸코는 라캉과 비슷하다. 근데 해킹은 또 쿤과 비슷하고 쿤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심리학, 특히 형태심리학자들과 비슷하다. 형태심리학자들이 현대의 인지심리학자와 비슷한 건 또 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러면 인지심리학=형태심리학=쿤=해킹=푸코=라캉??????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나머지는 생략.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댓글을 다신 분은 라캉이 정신분열병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치료에 의문을 품었다는 데 정신분열병은 세계 10대 수명 손실 질환 중에 하나이며 환자의 수명을 평균10년 정도 단축시킨다. 한국의 경우 유병률은 대략 0.7% 수준이고 2002년에 정신분열병 치료를 위해 건강보험에서 1천 2백억, 세금에서 1천 8백억이 지출됐다. 그러니까 이게 다 헛짓이라는 건데 그냥 "의문 품고, 센터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는 별로 받아들일만한 주장이라고 볼 수 없겠다.
제가 고등학생 때 글쓰기 주제로 주어진 책이 과학혁명의 구조였습니다. 그러니 오독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곤 생각해도 쿤을 안 읽었다고 부끄러운 줄 알 건 없을 듯 합니다. 작년에 해킹에 관한 기사를 읽고 그의 책을 찾아본 저로썬 역으로 아이추판다님이 학자들, 예를 들어 이안 해킹을 제대로 인용하는 것인지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1) 학자의 말을 인용할 때 필요한 말만 쏙 따오는 것이 제대로 된 일인가 싶은데, (2) 심리학은 덜 성숙한 과학 분야이고 쿤이 다룬 물리학과 같은 과학 영역과 달리 그 연구 대상을 만들어 낸다는 해킹의 관점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3) 해킹은 푸코와 쿤의 결합에 관심을 두었고 특히 심리학에 대한 푸코의 의견에 크게 동의했는데, 사실 이 주제에 대한 푸코의 입장은 라캉의 입장과 유사한 구석이 많습니다. 이런 점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결정적으로 지적 불성실함을 이야기하자면, 전 그 어떤 이유로든 한 학자를 읽지도 않고 논의할 수 있다고 여기는 태도가 바로 지적 불성실이라고 생각합니다.
(1) 학자의 말을 인용할 때 필요한 말만 쏙 따오는 것이 제대로 된 일인가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해야 한다. 쿤, 김재권, 콰인, 파이어아벤트, 괴델 등은 한윤형님이나 비밀댓글을 써주신 분을 비롯해서 몇몇 분들이 이들의 권위에 힘입어 심리학 또는 과학을 비판함으로써 라캉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먼저 인용했고, 나는 그 인용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이들의 텍스트를 옮긴 것이다. "필요한 말만 쏙 따오는 것"이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은 확실히 나쁘다.
비밀댓글을 달아주신 분은 예전의 다른 글에 다신 댓글에서 쿤이 과학과 합리성의 가치에 대해 그렇게 애정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윤형님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나는 쿤이 쓴 논문에서 이론선택에서 정확성, 일관성, 넓은 적용범위, 단순성, 그리고 다산성과 같은 표준적 기준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말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이게 "필요한 말만 쏙 따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쿤의 텍스트 속에서 찾아 보여주면 된다.
나라고 철학 텍스트를 뒤져서 타이핑 하는 게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훈고학질 하는 게 싫으면 처음부터 인용을 정확히 하든지 아니면 인용을 하지 말든지 둘 중에 하나를 하면 된다. 자꾸 읽지도 않았고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철학자들의 권위와 명성에 기대는 건 서로 피곤한 일이다.
(2) 심리학은 덜 성숙한 과학 분야이고 쿤이 다룬 물리학과 같은 과학 영역과 달리 그 연구 대상을 만들어 낸다는 해킹의 관점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아마도 해킹의 "영혼 다시쓰기"를 말하는 것 같다. 한윤형님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킹은 심리학이 하드 사이언스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두 분의 인용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심리학이 덜 성숙했다거나 하드 사이언스가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물리학의 성숙함이나 하드함이 100이라고 하면 심리학은 5? 10? 지능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가 쓴 심리학사 책의 제목은 "마음의 새로운 과학: 인지혁명의 역사"이고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가 쓴 진화심리학 개론서의 제목은 "진화심리학: 마음의 새로운 과학"이다. 심리학과 경제학은 극히 최근에 철학으로부터 분리된 '새로운 과학'이다. 새로운 과학이니 미성숙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심리학이 미성숙하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학문과 비교할 때 그러할 뿐이다. 마음의 영역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한국 기상청이 어느 모로보나 미국의 NOAA보다 예보 능력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기상청에서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고 예보를 하면 또 틀리겠지뭐하고 투덜대면서도 우산을 들고 나갈 수 밖에 없다. 한국 일기예보에 대해 기상청보다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한 우리는 한국의 기상청을 진심으로 믿지는 않더라도 믿는 척이라도 할 수 밖에 없다. 물리학에 대비한 심리학의 미성숙함을 백날 강조해봐야 라캉 이론이 심리학을 대신하거나 또는 동시에 믿을만하다는 근거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계속 심리학을 믿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심리학이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등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있는가? 심지어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제안하는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개념 자체가 심리학의 '형태 전환'을 역사적 수준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둘째, 이 책은 "다중 인격"과 "아동 학대" 개념의 역사를 다룬다. 해킹은 이 책에서 마음에 대한 과학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신경과학, 실험심리학,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인지과학. 이 넷 중에 "다중인격"과 "아동 학대"의 개념과 제일 밀접한 관련이있는 것은? 당연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다. 실제로 해킹이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하는 심리학은 정신분석학 또는 정신역동적 접근법이다. 이 책을 인용해서 심리학을 비판하고 라캉을 방어하는 건 어딘가 좀 이상하다.
셋째, 두 분은 아마 해킹의 주장이 심리학에 대한 일종의 '공격'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해킹은 심리학계에서 비교적 환영받는 철학자다. 일단 그의 주장 자체가 기존의 심리학과 잘 일치된다. 해킹이 말하는 연구 대상 자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고리 효과"라고 하는데 이것은 심리학의 "피그말리온 효과"나 "낙인 효과"의 연장선에 있는 과정이다. 무작위로 나눈 아이들에 대해 교사에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라고 알려준 경우와 못하는 학생들이라고 알려준 경우 나중에 비교해보면 학생들은 교사의 기대에 반응해서 정말로 성적이 달라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사가 학생들의 성적차를 인식하여 자신의 기대를 확인하고 새로운 기대를 형성하여 학생들이 새로운 기대에 반응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해킹의 고리 효과가 된다.
이런 피그말리온 효과, 낙인 효과, 고리 효과에 해당한는 현상들은 심리학에서 무수하게 연구된 성과들이 쌓여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것이 강화되고 또 약화되는지 등등. 심리학논문을 아무거나 펼쳐보면 실험에 대한 설명에 실험참여자들에게 실험 목적을 무엇이라고 설명했는지가 거의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고지한 실험 목적이 실험참여자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해킹의 책은 이런 점에서 기존의 심리학과 잘 일치하며, 훌륭한 심리학적 사례연구라고 할 수 있다. 해킹은 이 책으로 다중인격학회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다음으로 넘어가자.
넷째, 댓글을 다신 분은 해킹이 "심리학은 ... 그 연구 대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이건 좀 터무니 없는 얘기다. 일단 해킹 자신이 이 책의 주제를 사람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논의 영역을 "다중 인격"으로 제한하고 있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해킹의 말은 "실험에는 고유한 삶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관찰이 이론적재적이라는 쿤의 주장과 갈라지는 지점이다. 자연은 우리의 개입에 대해서 저항하고, 이러한 자연의 저항은 이론에 제약을 가한다. 경우에 따라 이런 개입, 저항, 제약의 폭과 깊이는 달라질 수 있다. 에빙하우스가 망각곡선을 측정하기 전이나 후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운 것을 잊는 것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앞에서 언급한 피그말리온 효과의 경우 교사의 기대가 어떻더라도 평범한 학생들이 아인슈타인이 되진 않는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인은 어떻다고 생각하는 관념이 한국인만의 고유한 본성을 실재로 '만들어낸다'. 상호작용의 양상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다중 인격"의 사례를 심리학 전체에 적용하는 것은 해킹 자신의 주장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거와도 맞지 않는다.
(3) 해킹은 푸코와 쿤의 결합에 관심을 두었고 특히 심리학에 대한 푸코의 의견에 크게 동의했는데, 사실 이 주제에 대한 푸코의 입장은 라캉의 입장과 유사한 구석이 많습니다.
해킹은 푸코와 비슷하고, 푸코는 라캉과 비슷하다. 근데 해킹은 또 쿤과 비슷하고 쿤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심리학, 특히 형태심리학자들과 비슷하다. 형태심리학자들이 현대의 인지심리학자와 비슷한 건 또 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러면 인지심리학=형태심리학=쿤=해킹=푸코=라캉??????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나머지는 생략.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댓글을 다신 분은 라캉이 정신분열병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치료에 의문을 품었다는 데 정신분열병은 세계 10대 수명 손실 질환 중에 하나이며 환자의 수명을 평균10년 정도 단축시킨다. 한국의 경우 유병률은 대략 0.7% 수준이고 2002년에 정신분열병 치료를 위해 건강보험에서 1천 2백억, 세금에서 1천 8백억이 지출됐다. 그러니까 이게 다 헛짓이라는 건데 그냥 "의문 품고, 센터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는 별로 받아들일만한 주장이라고 볼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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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4/08 20:22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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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포스팅에서의 님의 주장을 인용해보지요. “넷째, 댓글을 다신 분은 해킹이 "심리학은 ... 그 연구 대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이건 좀 터무니 없는 얘기다.”라고 하셨습니다. 뭐 저는 그렇게 읽지 않았다고 말해도 인정하지 않으실 테니 저도 그냥 편하게 인용을 하지요. 제가 해킹을 처음 접하게 한 서울대학교 과학철학과 홍성욱 교수는 정확하게, 해킹이 인간과학이 그 이론에 해당되는 대상을 만든다고 했다고 말을 했습니다. (링크: http://www.hani.co.kr/arti/BOOK/69522.html)
님과 홍성욱 교수가 해킹에 대해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제가 님이 학자를 인용하는 방식에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지요. 분명히 해킹을 님과 다르게 읽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의견들은 쏙 빼놓고 한가지 관점만을 휘두르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독해법이 다르다고 해서 책을 읽은 상대방더러 읽지 않았다고 공격하는 건 황당한 일이죠. 님께서는 서로 알지 못하는 철학자를 인용하는 것이 피곤한 일이라고 하셨는데, 님과 전혀 다른 말을 하는 학자 글을 읽으면 저도 비슷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셋째, 두 분은 아마 해킹의 주장이 심리학에 대한 일종의 '공격'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해킹은 심리학계에서 비교적 환영받는 철학자다. “라는 부분도 비슷합니다. 심리학계의 반응 같은 것에 대해선 당연히 님께서 문외한인 저보다 잘 아시겠지요. 그러나 역시 위의 한 글에서도 홍성욱 교수는 “이 책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는데, 특히 다중인격 환자들을 다루고 치료하는 의사들은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과학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해킹의 주장을 수용하거나 이해하기 힘들었다.”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덧붙이자면, 물론 저도 해킹이 심리학계를 무조건 공격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해킹은 정신분열증을 포함한 일련의 정신병들에 구조주의적으로 접근한 동시에 정신병들을 소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도 십분 인정했다고 알고 있으니까요. 좀 억울한데,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해킹은 반과학주의자 포스트모더니스트다!라는 것이 아닙니다. 역으로 해킹이 중간지대에 있는 학자라는 사실을 제대로 적지 않고, 그의 친과학적인 측면이나 그가 과학자들에게 환영을 받았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그의 구조주의자다운 측면이나 논쟁 이야기는 쏙 뺀 아이추판다님의 그릇된 태도를 지적하는 거죠. 다시 홍성욱 교수 말로 돌아가서, 해킹 주장의 구조주의적인 면은 분명 과학자들과 맞아 떨어진다고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해킹 주장을 수용하기 힘들어 했던 정신과 의사들이 있다는 것은 그 반증이 아닌가요? 전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아무튼 인지심리학=형태심리학=쿤=해킹=푸코=라캉?????? 뭐 이런 부분은 별로 대꾸할 가치를 못 느끼겠습니다. 제가 바보도 아니고요. 다시 말하지만 전 이안 해킹 관련하여 아이추판다님의 기울어진 인용에 반발하여 해킹의 다른 면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고, 그래서 해킹의 구조주의적인 측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해킹의 그런 면은 푸코는 물론이고(이건 해킹 본인이 대놓고 인정한 거고) 라깡과도 통하는 바가 분명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건 해킹과 라깡이 같다는 이야기가 아니지요. 님이 "해킹이 "심리학은 ... 그 연구 대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이건 좀 터무니 없는 얘기다."라는 식으로 해킹의 다른 측면을 무시하여 편향되게 인용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자 반박일 뿐입니다.
pinacolada // pinacolada님이 비밀덧글을 달던 시점에는 이 글이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비밀덧글에서 말하는 "잘못된 인용" 또는 여기서 말하는 "기울어진 인용"은 무엇입니까? 제가 "쿤, 과학학, 김재권, 그리고 해킹"에서 무엇을 앞뒤 자르고 인용했다는 것인지 분명히 적시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pinacolada님의 댓글 '이후에' 작성된 글입니다. 시간 순서를 뒤섞으시면 곤란합니다.
물론 위 포스팅을 통해 제 생각이 좀 바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비공개로 달았던 리플에서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기울어진 인용이었습니다. 이 경우는 일부러 편향되게 인용했다고 볼 수도 있었지요. 그러나 이번 포스팅을 읽은 후에는 인용만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해킹에 대한 이해 자체가 한 쪽으로 기울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넷째, 부분이 그러합니다. 님은 해킹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더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었고, 전 그 부분에 관하여 댓글을 단 것입니다. 이건 저로써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아무튼 시간 순서를 뒤섞어 혼란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푸코가 관심을 둔 의학이나 심리학과 같은 ‘인간과학’(human sciences) 분야는 ‘덜 성숙한’ 분야들이다. 덜 성숙한 인간과학 분야에서는 과학이론의 변화가 이에 해당되는 대상을 만들어낸다. 해킹의 관점으로, 바로 이점이 푸코의 저술에서 과학철학이 배울 수 있는 가장 심원한 교훈이었다."
여기서 "인간과학 분야에서는 과학이론의 변화가 이에 해당되는 대상을 만들어낸다"는 말이 등장하긴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푸코의 저술에 나오는 내용이지 해킹이 주장한 바는 아닙니다. 해킹은 바로 그 점에서 '교훈'을 얻어내고 있다고 서술하는 다음 문장이 그 내용을 뒷받침해주고 있지요. 이건 어디까지나 독해의 문제입니다.
동시에 아이추판다님은 "해킹 자신이 이 책[영혼 다시쓰기]의 주제를 사람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논의 영역을 "다중 인격"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하고 있죠. 이 서술은 책의 내용에 대해 서평이 아니라 책 자체를 통해 말하고 있으므로 더욱 신뢰도가 높습니다. pinacolada님이 인용하신 부분을 굳이 찾아서 보지 않았더라도, 저는 아이추판다님의 인용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하물며 그 내용에 있어서도 이제 정합성이 딱 맞습니다.
'모든 인간과학은 연구 대상을 창조한다'라는 푸코의 책에서 교훈을 얻은 해킹은, "영혼 다시쓰기"라는 책에서 "사람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으로 자신의 연구 대상을 한정하고, 그 중 특히 다중인격에 대해서만 '과학이론의 변화가 연구 대상을 만들어낸다'는 주장을 펼친 겁니다. 그러니 아이추판다님의 이 글을 통해 노출된 pinacolada님의 비밀덧글의 내용은, 홍성욱 교수가 쓴 서평의 다소 정확하지 않은 표현으로 인한 혼동에서 비롯하고 있는 것 같군요. '교훈을 배운다'는 말과 '발견된 사실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말은 분명히 다릅니다.
두 분이 말씀하시는 시간 순서 문제가 뭔지는 잘 이해가 안 갑니다만, 인용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대화에 잠시 참견하였습니다. 아이추판다님이 올리시는 글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해킹은 다중 인격만 다룬 것이 아닙니다. 일단 그는 정신병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지요. 첫째는 특정 시대와 장소에서만 나타나는 정신병입니다. 그가 인용하는 첫째 예는 19세기의 히스테리고, 둘째는 최근 미국에서 다뤄지는 다중인격, 셋째는 현재 아르헨티나의 신경성 거식증, 넷째는 19세기 말의 mad traveler들입니다.
여기서 해킹은 다중 인격을 포함한 첫 번째 정신병 부류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한 것이 맞습니다. 제가 링크한 글에서 홍성욱 교수도 “해킹이 1995년에 출판한 <영혼 다시쓰기: 다중인격과 기억의 과학>은 정신병을 연구하는 의사들에 의해 다중인격이라는 범주와 다중인격자라는 인간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상세히 분석한 책이다.”라고 말하는데, 이걸 ‘그건 푸코의 이야기지 해킹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첫 번째 정신병 부류에 있어 해킹은 분명히 그것이 만들어진 대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해킹이 분류하는 둘째 부류의 정신병은 물론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정신병으로 여겨지는 종류들, 해킹의 표현을 따라 “real”이라고 여겨지는 병들이죠. 정신분열증과 지능 발달 저하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해킹이 더 까다롭다고 여기고 주의를 기울이는 쪽은 물론 후자입니다. 정신분열증을 두고 무조건 그것이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지요. 물론 여전히 해킹은 이런 병을 다룸에 있어서도 구조주의적인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고 여깁니다. 여기서 해킹은 아이추판다님이 인용하신 “사람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아무튼 해킹은 첫째 부류와 둘째 부류를 구분하고 있으므로, ‘해킹이 심리학이 그 연구 대상을 만들어냈고 했다는 말은 터무니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첫째 부류에 대한 해킹의 언급을 무시하는 것이 됩니다. 해킹은 분명 심리학이 그 연구 대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두 번째 정신병 부류를 말할 때에도 연구 대상을 만든다는 말이 터무니 없다고 간단하게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해킹은 만들어진 정신병 부류에서 논의를 시작해서, 두 번째 정신병 부류도 그렇게 볼 수 있느냐 아니냐를 두고 논의를 이끌다가 상호작용 개념을 끌어낸 것이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해킹에 대한 아이추판다님의 언급이 모두 틀렸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해킹의 한 쪽 면만 언급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이추판다/ 정말 부끄럽지만, 형성된 인상에 따른 왜곡된 기억이라고 하셔도 할 말이 없네요. 저는 이 포스팅 전에 해킹에 관한 글을 이 블로그에서 적어도 두 번 보았다고 생각했는데,(분명 그래프가 있는 포스팅이라고 기억했습니다) 지금 찾아보니 하나 뿐이로군요. 저는 과학 전쟁등에 관한 해킹의 입장이 아이추판다님의 입장과는 분명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보았고, 그래서 아이추판다님이 그를 인용하는 것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이추판다님이 이 포스팅으로 제 막연한 인상을 확증으로 만드신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제 이 포스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해킹의 "real" 개념은 pinacolada님이 인용하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Rewriting the Soul"이 없어서 정확한 구절을 인용하진 못하겠지만 해킹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질병"과 "real 질병"의 구별이 부당하고 둘 다 real하다고 주장합니다.
심리학이 연구 대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은 제가 본문에서 말했듯이 심리학계에서 이미 널리 알려지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입니다. 앞뒤 맥락을 다 자르고 "만들어낸다"고 하면 당연히 왜곡이지요. 이번 댓글에서는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쓰셨는데 그 둘은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그리고 해킹에게서 "만들어낸다"라는 말이 가리키는 바가 일상적인 표현과 다르다는 것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성욱 교수의 글에 보면 성숙한 과학의 대상은 이론에 상관없이 "자연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실재"한다고 되어있지만 해킹은 실험이 현상을 창조하는 것이고 실험 이전에는 현상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런 현상의 창조가 과학실재론을 오히려 강화한다고 주장합니다. "표상하기와 개입하기"의 13장 '현상의 창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더욱이 interaction의 논의 영역이 다중인격에 제한되었다는 님의 말씀은 제 독서로는 그냥 틀린 이야기입니다. 왜곡 인용이란 말을 붙일 필요도 없지요. 아이추판다님이 언급하신 책 말고 다른 책에서 해킹이 interaction 이야기를 하는 것은 위에 제가 언급한 첫째 부류가 아니라 주로 둘째 부류의 정신병들인데요. 해킹은 ADHD와 정신분열증에 대해서도 interaction 얘기를 하고 있어요. 특히 ADHD는 정확히 interaction kind라고 말을 하고 있죠. 사실 정신분열증도 마찬가지로 interaction kind라고 말했지만, ADHD는 특히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real 개념에 대해서 지적하신 부분도 제 글을 오해한 겁니다. 전 “물론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정신병으로 여겨지는 종류들, 해킹의 표현을 따라 “real”이라고 여겨지는 병들이죠.”이라고 썼지요. 이 말은 해킹의 “that have been with us in most places and times and are regarded as "real"”이라는 말 그대로의 뜻으로 사용했습니다. 즉 저는 (첫째 부류와 달리) 둘째 부류는 real하다고 간주된다는 말을 한 것이 아니라 둘째 부류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real하다고 여겨진다는 말을 한 건데요. 해킹이 만들어진 병은 real하지 않고 real질병은 real하다고 했다고 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논의를 하면서 13장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이 옳은가 궁금합니다. 이건 그냥 순수한 궁금증이예요. 해킹은 두 번째 부류의 정신병을 논하면서 어린이란 만들어진 개념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먼저 분석하고 거기서 논의를 심화시킵니다. 어린이는 실재하는 것이기도 하고,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동시에 실험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개념이고요. 해킹 본인이 어린이라는 실험과 무관한 개념과 ADHD 같은 개념을 연계하여 설명하고 있고 또한 말씀하신 13장은 심리학 이야기가 아닌 물리학 등의 분야를 주로 다루고 있는 걸로 보아, 저는 해킹이 심리학에 있어 ‘만들어낸다’라는 것이 13장의 현상 창조 이야기에 가까운 것인지 어린이와 같은 개념의 창조와 가까운 것인지 명확히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뭐 이 부분은 저도 잘 모르는 거고, 제 생각을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참고로 제가 말하는 것은 주로 해킹의 “THE SOCIAL CONSTRUCTION OF WHAT?”의 내용들입니다.
pinacolada님이 하면 "다른 면"을 말하는 것이고 제가 하면 "기울어진 인용"이 되는군요. 이것참. 멀쩡한 사람들을 "반란군"으로 몰아서 공수부대를 투입한 다음에 무기를 들고 저항하니까 "그것봐 반란군 맞잖아"라는 식으로 스스로 정당화하던 어떤 사람들이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받은 다음에야 그 다음 논의로 넘어갈 수 있겠습니다.
저항군 예시를 드시는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제가 잘못된 방식으로 질문했다는 것이 님의 기울어진 인용, 사실 정확히 말해 틀린 답변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해킹의 interaction 논의 영역이 다중인격에 제한되었다는 위의 답변은 그냥 님이 해킹을 불완전하게 알고 계시다는 뜻일 뿐입니다.
제 답변이 불충분한가요? 저는 이제 슬슬 감정 싸움이 되는 거 같아 좀 불안하네요
"일단 해킹 자신이 이 책의 주제를 사람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논의 영역을 "다중 인격"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책의'라고 되어있는 것 보이십니까? 그 책에서 해킹은 서문인가 제1장에서 분명히 그 책의 내용이 interaction에 관한 것이며 다중인격에 대한 논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책이 있으면 한번 확인해보세요.
'이 책의'를 빼 버린 다음에 다른 책을 가져와서 왜곡이라고 주장하면 그것이야말로 왜곡이죠.
pinacolada님은 막연한 인상에 막연한 인상을 덧붙이고 계실 뿐입니다.
한윤형님이나 pinacolada님이 해킹에서 앞뒤 맥락을 다 자르고 "하드사이언스가 아니다", "미성숙한 과학, 연구 대상을 만들어낸다"이라고 했을 때는 해킹의 권위를 빌려 심리학을 공격하기 위해 해킹을 왜곡한 것에 불과합니다.
2. <넷째, 댓글을 다신 분은 해킹이 "심리학은 ... 그 연구 대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이건 좀 터무니 없는 얘기다. 일단 해킹 자신이 이 책의 주제를 사람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논의 영역을 "다중 인격"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책에서’라는 말을 붙이셨다고 하시는데, 그렇더라도 님의 글은 맥락 상 여전히 해킹이 상호작용 개념을 다중 인격 정도에만 무척 좁게 적용시켰다는 글로 밖에 안 읽힙니다. 제가 보기엔 노정태님도 이 부분을 그렇게 읽으신 것 같은데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습니까? 아니라면 당연히 다른 책에서 상호작용 개념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는 말도 했어야 합니다. 혹은 해킹이란 학자의 상호작용 개념을 언급하면서 저 책의 이야기만 쏙 인용해서는 당연히 안 되었죠. 저는 아이추판다님이 단순히 해킹의 interaction에 대한 다른 책 논의 내용을 몰라서 저렇게 말을 한 거라고 여겼는데, 아닌가요? 만약 해킹의 다른 책 논의 내용을 알고도 저렇게만 인용을 하신 거라면, 저건 ‘이 책에서’를 붙였던 아니든 교묘한 편파적 인용이죠. 전 이런 식의 인용도 학자에 대한 왜곡이라고 생각합니다.
3. 전 심리학 공격할 목적으로 얘길 시작한 것도 아니고(지극히 사소한 거지만 저도 개인적 흥미로 심리학 실험법과 통계 수업을 신청하여 아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오히려 심리학에 관심이 있습니다) 오독은 했을 수 있을지언정 해킹을 맘잡고 왜곡하려고 한 것도 아닙니다. 저 개인적으로 해킹의 구조주의(푸코는 자기가 구조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에 대한 관심에 대한 홍성욱 교수의 글을 통해 이 사람을 알게 된 거고, 아이추판다님이 해킹을 분명 아시면서도 과학 철학자들 이야기를 할 때 그런 부분은 거의 안 하는 걸로 보인 것이 제 ‘막연한’ 불만의 원인 중 하나인 것 같군요. 트집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아무튼 논의는 지저분하게 번져가서 생산성이 없는 거 같고, 저도 남이 제 블로그에 들어와 제 전공을 비판하면 불쾌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여기서 논쟁을 그만하겠습니다. 제가 애초에 막연하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더 이야기가 꼬인 것 같습니다. 아이추판다님이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맥락을 따지자면 거두절미하고 "심리학은 미성숙한 과학.. 연구대상을 만들어낸다."라고 말하면 당연히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요. 심리학이 어떤 연구대상을 어떻게 만들어낸다는 것인지 정확히 인용을 해야 합니다. 이거야말로 "교묘한 편파적 인용"이지요.
2. 처음부터 한윤형님이나 pinacolada님이 전거를 확실히 하지 않으니 저는 당연히 그 주제의 주저인 Rewriting the Soul을 인용한 거라고 전제하고 얘기를 한 것이죠. 본문에서 "이 책"이라는 표현만 5번 등장합니다.
다른 책에서 상호작용 개념을 광범위하게 사용한다고 해도 목록이 좀 길어진다 뿐이지 무슨 차이가 있나요? 잘 뒤져보면 해킹의 어떤 논문에는 또 다른 병 얘기가 나오겠죠. 그래서 달라지는게 뭡니까?
처음부터 해킹의 어느 어느 책 몇 쪽에 이러이런 얘기가 나와있는데 당신의 주장 중에서 이러이러한 부분하고 맞지않는다라고 정확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쿤이 패러다임에 대해 주장했다는 것처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얘기도 아니라면 정확한 인용없이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죠. 해킹이 쓴 책이 몇 권이고 논문이 몇 편인데 밑도 끝도 없이 해킹이 무슨 말을 했다고 하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3. pinacolada님은 이 글에 달린 댓글 이전까지 두 번에 걸쳐서 쿤과 해킹을 언급하면서 출전도 없고 인용도 앞뒤를 다 자르고 마음대로 축약해서 엉망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출전도 정확히 밝혔고 한 마디도 왜곡한 게 없습니다. 이 글은 책이 없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거의 글자 그대로 옮겼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책하고 한 번 직접 대조해보세요.
제가 유리한 말만 옮긴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거든요? 앞서도 말했지만 쿤, 김재권, 콰인 등을 먼저 언급한 건 한윤형님하고 pinacolada님이에요. pinacolada님은 예전에 단 댓글에서 "쿤이 합리성에 애정이 없다"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다시 찾아서 확인해보세요. 그래서 제가 쿤의 책과 논문에서 해당 대목을 보여준 겁니다.
처음부터 인용을 엉터리로 하니깐 확인시켜주는 것이지 제가 먼저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한 경우는 이상욱의 논문하고 해킹의 "실험적 실재론" 밖에 없습니다. 이상욱의 논문도 '과학주의자'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보여준 것이고, 해킹도 한윤형님이 경제학하고 심리학을 부당하게 비교했기 때문에 나온겁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인용을 정확히 하시기바랍니다.
지금 제가 해킹 강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 논의에서 해킹은 없어도 그만입니다. 해킹의 과학철학이 얼마나 방대한데 제가 해킹의 "과학적 실재론"을 하나 언급했다고 해킹의 오만가지 주장을 다 언급해야 하나요? 제가 언급을 안하는게 불만이면 그 부분을 정확하게 인용해주면 됩니다. 해킹의 과학철학이 그렇게 "심리학은 미성숙한 학문.. 연구대상을 만들어낸다"라고 한 줄로 요약할만큼 간단한 것인지 의문이군요.
비판을 하든 말든 상관없는데 남이 하지도 않은 일을 자신의 막연한 인상만 가지고 비난하는 건 황당한 일이죠. 게다가 자기 자신은 출전도 밝히지 않고 인용도 엉망이면서 어느 책 몇 쪽 어디에서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 밝히는 사람더러 왜곡하고 있다는 둥하고 비난하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걸 인용하면 저걸 인용 안했다하고 저걸 인용하면 이걸 인용 안했다하고. 도대체 그럼 과학철학자들의 책을 다 타이핑해서 올리란 얘긴가요? 해킹의 '구조주의'에 관심있는 건 pinacolada님이지 제가 아닙니다. 원래 논의하고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pinacolada님이 관심있는 걸 제가 언급 안한 게 왜 비난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군요. 확실히 트집 맞습니다.
하여간 이 얘기는 여기에서 끝내도록 하지요.
그리고 저는 해킹이 '상호작용' 개념을 오직 다중인격에만 적용했다는 식으로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pinacolada님의 추측과는 다르게 말이죠. 그냥 그 책에서는 그랬다고 하는군, 이게 최초의 감상이었고, 그렇다면 적어도 '모든 지식이 주관적으로 성립한다는 주장을 하지도 않았겠구나'라고 추론했을 뿐입니다. 다른 책에서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의 범주를 더 넓혔을 수는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 제가 느낀 '맥락'은, 해킹이 자신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여러 범주에 적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이 논쟁의 쟁점은 간단합니다. 해킹이 구조주의와 친화적인 철학자라는 것을,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입증하면 되는 거죠. 요컨대 법학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입증책임의 문제입니다. 해킹이 구조주의와 친화적인 철학자라는 것이 입증되면 이득을 보는 사람은 pinacolada님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본인이 그것을 밝혀야죠. 상대방의 주장 방식을 문제삼는 것은 여기서 올바른 대응 방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