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브 사냥

한윤형님의 표현대로 '프로브 사냥' 좀 해야겠다. 프로브라도 미네랄은 안 캐고 엉뚱하게 중립동물에 가서 붙어 있는 프로브라 잡아도 별 도움은 안되겠다.

라캉 어쩌고 떠들면서 댓글다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기본 개념이 심각할 정도로 결여되어 있다. 자꾸 나오는 괴델의 정리에서 말하는 '완전'은 논리학 용어로서 영어로 complete다. 이건 일상적 의미에서 '완전(perfect)'하고 아무 상관도 없다. 이걸 이해를 못하니가 한국어로 '완전'이라는 말만 보고 계속 헛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괴델이 뭘 증명했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괴델이 증명한 것은 0을 포함하는 자연수와 덧셈, 곱셈이 정의된 공리계가 불완전(incomplete)하고 거기에 뭘 덧붙여도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그럼 당연히 뭘 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프레스버거의 정리에 따르면 덧셈이나 곱셈 둘 중에 하나만 빠지면 완전(complete)하다. 예를 들면 trivial group은 0과 덧셈만으로 이뤄진 공리계인데 당연히 완전하다. 하늘빛마야님의 블로그에 단 한 댓글에서 내가 trivial group의 예를 보여주자 라캉 타령하던 어떤 분은 지금 괴델이 틀렸다는 거냐고 하던데 이게 얼마나 코미디인지. 괴델 타령을 하면서 괴델이 뭐라고 했는지도 모르는!

요즘에 등장한 어떤 분은 또 괴델 타령하다가 비유클리드 기하학 타령하다가 오락가락 하신다. 그런데 이 둘은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봐도 대표적인 비유클리드 기하학인 리만 기하학은 1856년에 발표된 것으로 러셀의 역설(1901년),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1931년)보다 한 세기 전의 사건이다. 도대체 무슨 상관이라는 건지? 결정적으로 유클리드 기하학은 논리학적으로 완전(complete)한 공리계다. 완전 뒤죽박죽이다.

건전성(soundness)과 타당성(validness)의 구분은 논리학 첫 시간에 다루는 내용이다. 괴델의 정리는 '일부' 체계('모든' 체계가 아니라)에서 타당한지 판단할 수 없는 명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우리는 지금 증명가능한 문제들조차도 다 증명 못하고 있다. 그런데 증명불가능한 문제들이 있다는 게 뭐가 대수라는 건지? 괴델의 정리는 현대 수학의 중요한 발견 중에 하나지만 실제로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과학과 라캉의 이론 사이의 문제는 이런 증명가능성과 아무 상관이 없다. 라캉의 이론이 증명불가능한 명제라도 된다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괴델이 나와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앞에서 언급한 분은 어느 체계나 불완전하긴 마찬가지니 우열도 없다는 데 이건 세 가지 면에서 틀렸다. 첫째, 앞에서 봤듯이 완전한 체계도 있고 불완전한 체계도 있다. 둘째, 논리학적 완전성은 현실적인 완전성과 아무 상관도 없기 때문에 어떤 체계가 완전하다고 해서 우월한 것도 아니다. 이 양반의 말대로 하면 0과 덧셈만 있는 trivial group은 라캉보다 우월하다는 말이 된다. 셋째, 아주 극단적인 기준을 들이대서 두 가지가 같다고 말하는 건 별 소용이 없는 짓이다. 물도 10리터 쯤 한 번에 마시면 죽는다. 그러면 물이나 한 모금만 마셔도 죽는 제초제나 같다고 할 것인가? 저 양반은 물 대신 꼭 제초제를 마시기를 권한다. 어차피 많이 먹으면 죽는 건 똑같다.

by 아이추판다 | 2008/04/05 13:29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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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ama at 2008/04/05 14:41
우연히 발견한 뒤로 눈팅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논쟁과는 무관한 뻘 질문 하나입니다:

> 결정적으로 유클리드 기하학은 논리학적으로 완전(complete)한 공리계다.

와, 멋지네요! 혹시 평면 쌍곡기하학에 대해서도 유사한 결과가 있나요? (역시 유클리드 기하와 비슷한 이유로 불완전성 증명은 안될 것 같아서, 어떤 결과가 알려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jimdae at 2008/04/05 14:57
전 현대 수학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도 없도 그리고 현대 수학이 할 것들이 정말 많을 거라는 데에 아이추판다님과 마찬가지로 동의하기에, 그리고 괴델의 정리가 사형선고가 아니라는 건은 누누히 밝혔기에 이지점에 논쟁의 불을 붙여야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괴델의 정리 이해방식에 대해서만, 아이추판다님의 의견이 좀더 궁금합니다.
즉,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언급이 괴델의 정리와 상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현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절대 진리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괴델의 정리에 의의해 대해서는 "어떤 형식적 체계 P가 모순 없는 정합적 체계라면, P의 정합성을 주장하는 명제 W는 결코 P 내부에서는 도출 될 수 없다"는 식으로 언급을 했고, 이 주장을 벗어난 주장을 한 것 같진 않습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완전(complete)한 공리계다"라고 할때 그 완전성을 보장해주는 근거는 유클리드 기하학 내에 속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지요.
명제논리를 배울때도 그래서 러셀의 역설과 관련하여 유보조건을 달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이해가 괴델의 정리에 대한 오독인것인가요?
그리고 이런 이해가 명제논리의 폐기 유클리드 기하학의 폐기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잊지 말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란얘기에 더 가깝겠지요.

그리고 이제 (순수) 논리학에서 (현실성이 가미된) 과학의 차원으로, 하늘에서 지상으로 논의를 끌어내리면, 비과학성을 지니고있다고 추정하시는 라깡만큼이나 과학에도 비과학성이 결부된다는 것이지요. 이지점은 아이추판다님역시 동의 하시는 지점일듯해서, 더할 얘기는 없겠지요. 가령 통계에 있어서 끼어드는 연구자의 주관같은 요소요. 그러니 밑의 질문은 라깡과 과학이 서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수 있는 질문일듯합니다.

궁극적으로, 논리학이 심리학을 보장해줄 수있을까요?
그리고 심리학 내에서도,
관찰이 가설을 보장해줄까요?(대표적으로 Ceteris Paribus의 문제)
현실적으로야 둘이 밀접히 연관을 맺기야 하지요.
근데 거기서 이미, 논쟁의 씨앗이 들어있지 않은가요?
논쟁의 불이활활 잘 붙을 나무로 자라날 씨앗이요.


Commented by hama at 2008/04/05 16:12
>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현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절대 진리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그냥 '다른 수학'일 뿐이죠. 유클리드 기하학과 다른 공리계를 갖고, 다른 모델을 갖고, ...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아니라 그냥 다른 수학 이론을 아무거나 가져다 놓는 쪽이 더 명료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집합론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절대 진리가 아님을 보여줍니다'라든가, '유한체 이론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절대 진리가 아님을 보여줍니다'라든가 말입니다.

한편, '절대 진리가 아님을 보여준다'는 말은 다소 명료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그래서 유클리드 기하학이 틀렸다는(?) 얘기는 아닐 테니까요. jimdae님 말씀은 아마도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 말고 딴 수학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는 의미로 하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이 사실을 논증하기 위해서는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비유클리드 기하학보다는 역사가 훨씬 긴 정수론을 내세우는 것이 더 좋은 설명일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정수론은 유클리드 기하학 말고 딴 수학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Commented by 아이추판다 at 2008/04/05 18:26
jimdae // "비과학성을 지니고있다고 추정하시는 라깡만큼이나 과학에도 비과학성이 결부된다는 것이지요" -> 일단 제초제부터 한 잔 마시고 오셔서 댓글 다시기 바랍니다.
hama // 저도 전공이 아니라 다른 기하학이 어떤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번 찾아보셔서 저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
Commented by puzzlist at 2008/04/05 23:26
jimdae/ 일단 현대의 수학자들이 "절대 진리인 수학"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전혀 이해 못하고 계십니다. 칸트 시대라면 "선험적 진리로서의 수학"을 염두에 두었겠습니다만, 지금은 이런 식으로 수학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유클리드 기하를 절대 진리로 생각했던 칸트 시대의 관념을 비유클리드 기하가 깨뜨렸다는 말은 (수학사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겠지만, 유클리드 기하에 "오류"가 있다는 식의 인식은 100% 잘못된 것입니다. jimdae님 표현을 빌리면, 유클리드 기하와 비유클리드 기하 모두 진리인 것입니다.
그리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아무 형식적 체계에 대해서나 모두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마음대로 확대해석하는 것이야 말로 불완전한 이해이며, 이런 오해 또는 망상을 수학 전반에 되돌려 적용하거나 다른 분야에 대한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제초제" 소리를 들을 만한 일입니다.
Commented by jimdae at 2008/04/06 02:04
왜 제가 하는 말이 죄다, 저도 아니라고 열심히 주장하는 것까지, 처단의 말로 들리는지 잘모르겠네요, 전 제가 하는 말이 뭐를 의미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죽도록 얘기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그 체계 내에서 타당한 모든 논리식이 증명 가능하다"는 완전성에 대한 논의에 제가 위배되게 괴델의 정리를 해석하였는지요? "어떤 형식적 체계 P가 모순 없는 정합적 체계라면, P의 정합성을 주장하는 명제 W는 결코 P 내부에서는 도출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이 완전성과 위배되는지요?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거짓말쟁이의 논의에서 발견되는 자기지시성의 역설이, 정말 유클리드 체계 내에 없는지요? 그렇다면 유클리드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 내에서 자기자신의 정합성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이데 대해 언급해주시는 것이 제초재 얘기보다 훨씬 생산적이지 않았을까요?
물론 제초재같은 수사로 말을 하는게 훨씬 짜릿하긴 하지요. 그런데 짜릿할려고 논쟁하는 건가요?
그리고 아이추판다님이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시는 이상, 전 땅으로 끌고내려온 논의인 과학, 심리학 영역에서, 괴델의 정리를 굳이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제가 이해하는 방식으로의 '괴델의 정리'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제가 문제삼는 부분은 과학철학에서 할애되는 주제이고, 지금도 창조적인 논쟁들이 생산되는 지점 아닌가요? 이 지점은 괴델의 정리를 따로 떼놓고도 여전히 문제가 성립하지 않는지요? 실험과 가설문제요. 걍 백화점 나열식으로 도식화해서 야기하면, 입증주의에서 과학사회학에 이르기까지요.

puzzlist님의 지적에 대해서는 지적의 전반부(첫번째 문단)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다니깐요 라고 대답하면 될듯 합니다. 저도 내동 그이야기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니 대체 여긴 왜 한얘기를 계속 안한 것처럼 다루시는지 잘모르겠습니다.

후반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 부분(괴델의 정리)에 대한 제 공부가 짧습니다라는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라깡에게 있어서, 모순 역설 없는 체계가 없다고, 이게 너무 쎄게 들리신다면 신이 아닌 유한한 인간은 모순 역설없이 어떤 체계나 대상을 인식할 수는 없다고 본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라깡의 용어인 실재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용어의 대치가 입장의 대치까지는 아닐듯 합니다.

아무튼 아이추판다님의 말하는 방식은 참 진저리나네요...
집세가 너무 비싼 것 같으니, 돈없으면 나가야죠

Commented by ... at 2008/04/06 09:24
이분은 무슨 틀렸다고 지적만 받으면 자기가 앞에서 했던 말은 사실 그런게 아니었다고 홀라당 다 바꿔버리는군요. 이게바로 포스트모던인가효
Commented by hama at 2008/04/06 11:07
> 저도 전공이 아니라 다른 기하학이 어떤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번 찾아보셔서 저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

위키피디아 등을 거쳐서 좀 검색해 보니 아마도 킹왕짱 타스키 사마의 "A decision method for elementary algebra and geometry"인 것 같네요. http://www.rand.org/pubs/reports/2008/R109.pdf 에 논문이 있습니다. 실수체 상에서의 산수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고, 유클리드 기하학이나 쌍곡 기하학은 대충 따름정리 비슷하게 나오는 모양입니다.
Commented by hama at 2008/04/06 15:56
> "어떤 형식적 체계 P가 모순 없는 정합적 체계라면, P의 정합성을 주장하는 명제 W는 결코 P 내부에서는 도출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이 완전성과 위배되는지요?

W가 참인데 theorem이 아니면 P는 완전하지 않은 것이 맞죠. 하지만 위 문장 자체는 일반적으로 참은 아닙니다. 즉, 무모순인 형식 체계 중에 자신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괴델의 정리는 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

>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거짓말쟁이의 논의에서 발견되는 자기지시성의 역설이, 정말 유클리드 체계 내에 없는지요?

없다고 보여집니다.

> 그렇다면 유클리드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 내에서 자기자신의 정합성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무모순성과 완전성 사이에서 뭔가 왔다갔다 하는 느낌입니다만, 아마 유클리드 기하학이 자신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찍어봅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그럴 수 있는 체계들도 있습니다.
Commented by .. at 2008/04/06 22:34
jimdae// 아무때나 대화에 응해줄 정도로 시간이 남아돌 사람은 없는 듯 한데 정작 본인은 그걸 해달라고 하니 신경질적 반응이 나오는 거에요. 남의 집이 부담이 되면 본인 집에 가셔서 하시면 되는 것을 집세 타령하시지 마시고 트랙백 거시면 그 집가서 볼테고 그집에도 온갖 빠들의 덧글이 달릴겁니다. 구글링 하니까 이 아이디로 이글루스와 네이버 블로그도 있더만요.
Commented by 잠시 at 2008/04/15 02:38
잠시만 웃겠습니다. 낄낄낄..

아... 지적 사기 생각난다. 피식피식

정말 소칼 말마따나 괴델의 정리는 <마르지 않는 지적 오용의 수원지>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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