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31일
설득력을 계산하기
알기 전에 결정하기에서 소개한 현상의 원인을 두고 몇 가지 댓글이 달렸다. 어느 분이 도파민을 언급하셨는데 그건 너무 "과학스럽다". 이 일련의 글들의 목적은 마음을 연구하는 데 과학 이외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믿는 '과학 이외의 방법' 실제로는 과학적 방법에 이미 속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우선 베카라 도박 과제에 대한 생물학적 수준의 설명이 아닌 심리학적 수준의 설명을 시도해보자. 도박과 같은 종류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기대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확률과 효용을 곱한 결과를 최대화시킨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많은 지지를 받아온 전략 전환 이론(strategy switching theory)은 사람들이 일정한 행동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데 그게 실패하면 다른 패턴으로 바꾼다고 본다. 만약 좋은 더미와 나쁜 더미에서 3:7꼴로 카드를 뒤집는 패턴으로 행동하다가 그게 아니다 싶으면 7:3꼴로 뒤집는 패턴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패턴을 전략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심리학 이론인 결정장 이론(decision field theory)은 주의(attention)와 유인가(valence)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여기서 유인가는 일상적으로 "그 사람한테 좋은 감정있다", "너 나한테 나쁜 감정있냐"할 때 감정과 비슷한 의미다. 베카라 도박 과제에서 실험참여자는 네 개의 더미 각각에 대해 일종의 '쌓인 감정'이 있다. 돈을 따면 '좋은 감정'이 쌓이고 잃으면 '나쁜 감정'이 쌓일 것이고, 아무래도 '좋은 감정'이 쌓인 쪽을 '나쁜 감정'이 쌓인 쪽보다 많이 선택할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이론은 그 자체로는 라캉의 이론과 별 차이가 없다. 마음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전제하고 그런 작동의 결과 어떤 행동들이 나타나는지 묘사하는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이론적 해석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조군이 시간이 지날 수록 좋은 더미에서 카드를 많이 뒤집는 것은 기대효용이론의 입장에서보면 사람들이 수입과 지출이 발생할 확률을 학습해나가기 때문이지만, 결정장이론에서 보면 나쁜 더미에 '나쁜 감정'이 쌓이고 좋은 더미에 '좋은 감정'이 쌓인 결과다. 라캉 식으로는 어떤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 뭐 어떻게 설명하든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 이론들은 일단 듣기에 모두 그럴싸하고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주 간단한 실험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벌써 세 가지 이론을 찾았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론인데 과학자들이 무시하는 이유는 오만하고 과학주의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저기 어디 촌구석에서 외모로 좀 날리던 사람이 영화판에 오면 어떤 대접을 받을지 생각해보라. 과학은 이미 '설득력있는 이론'들로 포화상태다. 가끔 상경한 촌뜨기가 스타로 뜨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결국 자기 힘으로 증명해야 하는 문제다.
잡설은 넘기고 그러면 이 이론들이 벌이는 경쟁을 잠시 구경해보도록 하자. 먼저 이론들을 통계적으로 비교하려면 모형이 필요하다. 모형은 이론을 수학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정교하게 표현한 것이다. 모형에는 그 성질을 결정짓는 매개변수(parameter)라는 것이 있다. 물리학에 보면 여러 가지 상수들이 있는 데 이 상수들이 물리 모형에서 매개변수다. 각각의 모형들은 현실을 최대한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매개변수를 정해주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을 '적합(fitting)'이라고 한다. 이론적 대상(주의, 효용, 전략 등)은 직접 볼 수 없어도 이것들이 미치는 영향을 적합을 통해 찾아낼 수 있다. 각각의 모형은 이렇게 적합되어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상태에서 누가 더 잘 설명하는지를 두고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자료에는 잡음이 섞여 있다. 아래 그림은 사인함수(초록 선)에서 잡음이 섞인 자료(파란 원)를 만들어낸 다음에 여러 가지 다른 복잡도의 함수들로 설명한 것이다. 왼쪽 위는 0차 함수, 오른쪽 위는 1차 함수, 왼쪽 아래는 3차 함수, 오른쪽 아래는 9차 함수다. 함수의 차수가 증가할 수록, 즉 매개변수가 늘어날 수록 자료가 함수에 정확히 포함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오차가 적어진다는 뜻이고 다시 말하면 더 잘 설명된다는 얘기다.
출처: Bishop (2006)에서 인용
이렇게 모형이 자료를 설명하는 정도만을 따질 경우 항상 복잡한 모형을 선호하게 되는 문제가 나타난다. 우리가 다항식으로 표현된모형을 수립하려고 한다면 위의 예에서는 3차 함수로 표현된 모형이 실제와 가장 비슷하지만 9차 함수로 쓸데없이 복잡하게 표현된모형을 고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복잡한 모형은 잡음에 민감해서 실제와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잡음이 섞인 새로운 자료는 잘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료의 일부분에만 모형을 적합시킨 다음에 나머지 자료로 검증을 해볼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매개변수의 수를 고려해서 자료를 설명하는 정도를 조정해주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방법들을 동원해서 앞의 세 이론을 평가해보자. 아래 표는 세 이론이 자료를 설명하는 정도를 나타낸 것이다. 제일 윗행부터 전략전환이론, 기대효용이론, 결정장이론이다. 1열은 모형에 포함된 매개변수의 개수를 나타낸다. 2열과 3열은은 극단적으로 단순한 영모형(null model)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잘 설명하는지를 나타낸다. 4열은 영모형보다 더 잘 설명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고, 마지막 5열은 모형의 복잡성을 바탕으로 각 모형의 설명력을 조정한 수치를 나타낸다.
영모형은 "살다보면 이런 자료도 가끔 나올 수 있고 그런거 아냐?" 수준의 설명인데 기대효용이론은 그것보다도 못하다. 전략전환이론과 결정장이론은 비슷하게 자료를 설명한다. 그런데 매개변수의 개수는 결정장이론이 하나가 더 적다. 매개변수의 개수를 고려하면 결정장이론이 더 단순하면서도 더 잘 설명하는 것을 알 수있다.
이 실험은 60명에게 카드를 250번 뽑게 한 실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초반 150장의 카드를 뽑을 때까지 자료에 대해서만 모형을 적합(fitting)시킨 다음에 나머지 100장의 카드를 뽑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게 해서 실제 자료와 비교를 해보면 새로운 자료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다. 일단 기대효용이론은 버리고 전략전환이론과 결정장이론만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이번에는 주어진 자료에 대해 전략전환이론이 결정장이론보다 더 잘 설명하는 것을 볼 수 있다.(21.30 대 16.44) 복잡성을 고려해서 조정을 해주면 비슷해진다.(16.29 대 16.44) 그런데 새로운 자료를 주면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져서 결정장이론이 압도적으로 낫다.(7.62 대 38.10) 60명 중에 60명 모두에서 결정장이론이 더 잘 예측했다(0% 대 100%). 요컨대 결정장이론은 전략전환이론보다 더 단순하고, 기존의 자료나 새로운 자료도 모두 다 잘 설명한다.
아래 그래프는 한 명의 실험참여자의 자료에 대해 두 이론이 기존의 자료로부터 새로운 자료를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나타낸 그래프이다. 왼쪽이 결정장이론, 오른쪽이 전략전환이론이다. 150회를 넘어가면서 새로운 자료와 이론적 예측이 점점 차이가 벌어지는데 결정장이론에 비해 전략전환이론이 훨씬 더 큰 차이로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결정장이론이 우리가 가진 최선의 이론이라면 환자군이 베카라 도박 과제에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 표는 자료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결정장이론의 매개변수다. Group 1은 대조군이며 Group 2는 뇌손상 환자군이다. G-Square는 자료를 설명하는 정도를 나타낸다(0에 가까울 수록 잘 설명하는 것이다). 2열의 Update는 새로운 유인가가 기존의 유인가('쌓인 감정')를 얼마나 수정하는지를 나타낸다. Weight는 손실에 대한 주의를 뜻한다. Sensitivity는 얼마나 '쌓인 감정'에 따라 행동하느냐를 나타낸다.
결정장 이론의 틀로 보면 환자들은 보통사람들보다 새로운 경험을 더 많이 반영하며(0.028 대 0.078), 손실에 주의를 적게주고(0.487 대 0.257), '쌓인 감정'에 덜 민감(0.096 대 0.011)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외에도 중위수(median)와 평균(mean)의 차이나 표준편차(Std: Standard Deviation)을 눈여겨보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들까지 일일이 다 설명하긴 무리고 하옇든. 또한 결정장이론은 환자들보다 보통 사람들을 좀 더 잘 설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578 대 687).
이렇게 모형을 이용한 통계적 접근은 심리학만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모든 과학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분과마다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기법은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론에 통계적 방법을 적용하면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음료를 뽑아먹듯 참과 거짓이 가려질까? 그렇진 않다. 여전히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은 중요하다. 또한 통계의 특성상 100% 참도 없고 100% 거짓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통계적 방법론은 연구자 개인의 주관을 연구자 공동체의 상호주관적 합의로 만들어가기 위한 공동의 지반으로 기능한다. 어떤 이론에 대한 개인적 선호, 설득력이 있다는 자기자신만의 확신은 물론 중요하지만 마냥 그것을 앞세운다면 그 지반은 붕괴할 수 밖에 없다.
다음 글에서는 여기서 생략하고 넘어간 방법론의 배경들(사전확률 얘기는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복잡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이런 통계적 연구가 20세기 과학철학의 논의와 맺는 연관성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 다음에는 이런 방법론적 기초 위에 현대 심리학이 의식과 무의식의 문제에 대한 연구 지평을 어떻게 넓혀왔는지 알아볼 것이다.
(계속)
이 글에서 인용한 연구는 Busemeyer, J., Myoung, I. J., & Pitt, M. (2008). Cognitive Modeling. Sage.의 원고에서 인용. 표 및 그래프도 마찬가지.
우선 베카라 도박 과제에 대한 생물학적 수준의 설명이 아닌 심리학적 수준의 설명을 시도해보자. 도박과 같은 종류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기대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확률과 효용을 곱한 결과를 최대화시킨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많은 지지를 받아온 전략 전환 이론(strategy switching theory)은 사람들이 일정한 행동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데 그게 실패하면 다른 패턴으로 바꾼다고 본다. 만약 좋은 더미와 나쁜 더미에서 3:7꼴로 카드를 뒤집는 패턴으로 행동하다가 그게 아니다 싶으면 7:3꼴로 뒤집는 패턴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패턴을 전략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심리학 이론인 결정장 이론(decision field theory)은 주의(attention)와 유인가(valence)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여기서 유인가는 일상적으로 "그 사람한테 좋은 감정있다", "너 나한테 나쁜 감정있냐"할 때 감정과 비슷한 의미다. 베카라 도박 과제에서 실험참여자는 네 개의 더미 각각에 대해 일종의 '쌓인 감정'이 있다. 돈을 따면 '좋은 감정'이 쌓이고 잃으면 '나쁜 감정'이 쌓일 것이고, 아무래도 '좋은 감정'이 쌓인 쪽을 '나쁜 감정'이 쌓인 쪽보다 많이 선택할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이론은 그 자체로는 라캉의 이론과 별 차이가 없다. 마음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전제하고 그런 작동의 결과 어떤 행동들이 나타나는지 묘사하는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이론적 해석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조군이 시간이 지날 수록 좋은 더미에서 카드를 많이 뒤집는 것은 기대효용이론의 입장에서보면 사람들이 수입과 지출이 발생할 확률을 학습해나가기 때문이지만, 결정장이론에서 보면 나쁜 더미에 '나쁜 감정'이 쌓이고 좋은 더미에 '좋은 감정'이 쌓인 결과다. 라캉 식으로는 어떤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 뭐 어떻게 설명하든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 이론들은 일단 듣기에 모두 그럴싸하고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주 간단한 실험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벌써 세 가지 이론을 찾았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론인데 과학자들이 무시하는 이유는 오만하고 과학주의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저기 어디 촌구석에서 외모로 좀 날리던 사람이 영화판에 오면 어떤 대접을 받을지 생각해보라. 과학은 이미 '설득력있는 이론'들로 포화상태다. 가끔 상경한 촌뜨기가 스타로 뜨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결국 자기 힘으로 증명해야 하는 문제다.
잡설은 넘기고 그러면 이 이론들이 벌이는 경쟁을 잠시 구경해보도록 하자. 먼저 이론들을 통계적으로 비교하려면 모형이 필요하다. 모형은 이론을 수학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정교하게 표현한 것이다. 모형에는 그 성질을 결정짓는 매개변수(parameter)라는 것이 있다. 물리학에 보면 여러 가지 상수들이 있는 데 이 상수들이 물리 모형에서 매개변수다. 각각의 모형들은 현실을 최대한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매개변수를 정해주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을 '적합(fitting)'이라고 한다. 이론적 대상(주의, 효용, 전략 등)은 직접 볼 수 없어도 이것들이 미치는 영향을 적합을 통해 찾아낼 수 있다. 각각의 모형은 이렇게 적합되어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상태에서 누가 더 잘 설명하는지를 두고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자료에는 잡음이 섞여 있다. 아래 그림은 사인함수(초록 선)에서 잡음이 섞인 자료(파란 원)를 만들어낸 다음에 여러 가지 다른 복잡도의 함수들로 설명한 것이다. 왼쪽 위는 0차 함수, 오른쪽 위는 1차 함수, 왼쪽 아래는 3차 함수, 오른쪽 아래는 9차 함수다. 함수의 차수가 증가할 수록, 즉 매개변수가 늘어날 수록 자료가 함수에 정확히 포함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오차가 적어진다는 뜻이고 다시 말하면 더 잘 설명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모형이 자료를 설명하는 정도만을 따질 경우 항상 복잡한 모형을 선호하게 되는 문제가 나타난다. 우리가 다항식으로 표현된모형을 수립하려고 한다면 위의 예에서는 3차 함수로 표현된 모형이 실제와 가장 비슷하지만 9차 함수로 쓸데없이 복잡하게 표현된모형을 고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복잡한 모형은 잡음에 민감해서 실제와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잡음이 섞인 새로운 자료는 잘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료의 일부분에만 모형을 적합시킨 다음에 나머지 자료로 검증을 해볼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매개변수의 수를 고려해서 자료를 설명하는 정도를 조정해주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방법들을 동원해서 앞의 세 이론을 평가해보자. 아래 표는 세 이론이 자료를 설명하는 정도를 나타낸 것이다. 제일 윗행부터 전략전환이론, 기대효용이론, 결정장이론이다. 1열은 모형에 포함된 매개변수의 개수를 나타낸다. 2열과 3열은은 극단적으로 단순한 영모형(null model)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잘 설명하는지를 나타낸다. 4열은 영모형보다 더 잘 설명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고, 마지막 5열은 모형의 복잡성을 바탕으로 각 모형의 설명력을 조정한 수치를 나타낸다.

이 실험은 60명에게 카드를 250번 뽑게 한 실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초반 150장의 카드를 뽑을 때까지 자료에 대해서만 모형을 적합(fitting)시킨 다음에 나머지 100장의 카드를 뽑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게 해서 실제 자료와 비교를 해보면 새로운 자료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다. 일단 기대효용이론은 버리고 전략전환이론과 결정장이론만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아래 그래프는 한 명의 실험참여자의 자료에 대해 두 이론이 기존의 자료로부터 새로운 자료를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나타낸 그래프이다. 왼쪽이 결정장이론, 오른쪽이 전략전환이론이다. 150회를 넘어가면서 새로운 자료와 이론적 예측이 점점 차이가 벌어지는데 결정장이론에 비해 전략전환이론이 훨씬 더 큰 차이로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결정장이론이 우리가 가진 최선의 이론이라면 환자군이 베카라 도박 과제에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 표는 자료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결정장이론의 매개변수다. Group 1은 대조군이며 Group 2는 뇌손상 환자군이다. G-Square는 자료를 설명하는 정도를 나타낸다(0에 가까울 수록 잘 설명하는 것이다). 2열의 Update는 새로운 유인가가 기존의 유인가('쌓인 감정')를 얼마나 수정하는지를 나타낸다. Weight는 손실에 대한 주의를 뜻한다. Sensitivity는 얼마나 '쌓인 감정'에 따라 행동하느냐를 나타낸다.

이렇게 모형을 이용한 통계적 접근은 심리학만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모든 과학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분과마다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기법은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론에 통계적 방법을 적용하면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음료를 뽑아먹듯 참과 거짓이 가려질까? 그렇진 않다. 여전히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은 중요하다. 또한 통계의 특성상 100% 참도 없고 100% 거짓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통계적 방법론은 연구자 개인의 주관을 연구자 공동체의 상호주관적 합의로 만들어가기 위한 공동의 지반으로 기능한다. 어떤 이론에 대한 개인적 선호, 설득력이 있다는 자기자신만의 확신은 물론 중요하지만 마냥 그것을 앞세운다면 그 지반은 붕괴할 수 밖에 없다.
다음 글에서는 여기서 생략하고 넘어간 방법론의 배경들(사전확률 얘기는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복잡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이런 통계적 연구가 20세기 과학철학의 논의와 맺는 연관성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 다음에는 이런 방법론적 기초 위에 현대 심리학이 의식과 무의식의 문제에 대한 연구 지평을 어떻게 넓혀왔는지 알아볼 것이다.
(계속)
이 글에서 인용한 연구는 Busemeyer, J., Myoung, I. J., & Pitt, M. (2008). Cognitive Modeling. Sage.의 원고에서 인용. 표 및 그래프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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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3/31 22:50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투표율은 두 번의 큰 하락을 겪는다. 건국 이후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킬때까지 줄곧 하락. 군사 독재 기간 동안 멈췄다가 민주화 이후 다시 줄창 하락. 여기서 보여준 모형은 설득력을 계산하기에서 보여준 모형들과 달리 인과적인 설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투표율의 추세를 통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영국, 독일, 미국, 그리고 같은 기간 한국 ... more
그렇다면, 아이추판다님은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과학을 본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논리적으로는 현재 패러다임이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를 인정하는 것이겠다. 즉, "나는 최선을 다했습니다"가 "나는 완벽하게 했습니다"와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나는 이 글을 "아직까지 자연언어가 수학(기호)언어로 완전히 환원되지 (또는 될지) 못한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이거다"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이는 심리학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사회과학쪽에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사회과학에서도 비율척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범죄를 예를 들면 재범율 (recidivism)이 null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에 미국의 미네아폴리스라는 도시에서 경찰의 의무적 체포 (mandatory arrest)가 가정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기위해 지역을 3가지 수준으로 (통제1, 처치1, 처치2) 나눈 무작위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6개월 후, 의무체포가 통계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 의무체포는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답을 하기 위해, 90년대 초반에, National Institute of Justice에서는 미국 6개 도시에서 저 미네아폴리스 실험을 그대로 재현(replication)했다. 돈 좀 들인 실험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1도시만을 제외하고 통계적인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의무체포는 효과가 없다?
글쎄. 2000년 초반에 한 학자는 (저 NIJ의 지원을 받아) 위 6개에서 실시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재구성하였다. 특히, 처치1,2 집단을 하나로 묶어 통제집단과 처치집단으로 양분한 결과, 의무체포는 통계적으로 효과가 있었다.
어라, 이제 의무체포가 효과가 있다고 해야 하나? 만일, 앞으로 통계적 유의미를 보여주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면, 이제 또 효과가 없다고 할텐가? 뭐, 해석과 선택은 인간의 몫이지만.
이는 사회과학을 막장취급하기 위해 든 예가 아니다. 현재 방법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과학의 한계를 제대로 알 때 사기와 구라에서 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과학을 신뢰하고, 유용성을 존종하며, 이를 써먹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과학이 신앙(종교) 취급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신앙이 된 과학은 논리를 실종시킨다. 예를 들면, "과학 가라사대~" 또는 "치료 효과 얘기만 하면 된다"같은....
내가 보기에 과학은 따져보는 자의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뺐는지... 최소한 이런 자들이 연구 funding 한푼이라도 더 받아 좋은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더 얻을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통계적 기반을 가진 지금의 과학의 한계는 현재 자연의 세계가 기호의 세계로 완전히 환원되지 못해서 그렇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음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에는 인문학자니 과학자니 구별이 있을 수 없다. 과학의 역사는 실험만의 역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두툼한 구분이 오히려 장벽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족을 붙이자면, 과학자들 중에도 저런 장벽을 선호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꽤 되더라는…
결론: 과학은 신앙이 아니며, 패러다임 종속적이다. 현재 사회과학 패러다임에서 통계가 가진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런데 사회가 수와 같은 기호로 현재 완전히 환원되지는 못한 상태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사회) 과학의 결과물들을 의심해 보는 삶이 오히려 과학적인 삶이라는 사실.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고 하신것이 이것이라 생각하는데, "통계적 방법론은 연구자 개인의 주관을 연구자 공동체의 상호주관적 합의로 만들어가기 위한 공동의 지반으로 기능한다."라는 부분이야 말로 제가 묻고싶은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보면 칼 포퍼의 문제제기(반증주의에 의해 결정된다는)에서 그대로 멈추어있다고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보여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한 합의, 즉 참과 거짓, 혹은 이 이론은 다른 이론보다 설명력이 낫다는 합의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입니까? 통계적으로 각 모형이 유사한 상황 에서 결정되는 방식은 무엇입니까? 그것을 탐구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론이 필요합니까?
제시하신대로, 위의 방법론을 통해서 각 모델의 통계적 특성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말하신대로 각 연구자들은 그러한 특성들을 보면서 자신의 주관에 따른 판단(어떤 모델이 다른 모델보다 좀더 잘 설명해 주고 있다.)을 합니다.
문제는 글에서 "주관적 판단"이 "상호주관적 합의"로 대치되는 과정을 전혀 설명하지 않는 논리의 비약이 이루어지고 있죠. 주관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은 글에서 제시되어 있지만 상호주관적 합의는 어떻게 가능한가요? 이야기하면 단순히 참이 나온다는 것은 아닐것 같고, 굳이 피타고라스 학파의 살인이나 크로네커와 칸토어의 관계(혹은 수학에서의 Real Analysis의 발전과정) 등을 들지 않더라도 상호주관적 합의에 있어서 어떤 메커니즘이 존재하리라 생각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