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29일
알기 전에 결정하기
프로이트가 옳았다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베이즈 정리는 "경험에 따른 믿음의 체계적 수정 과정으로서 과학"의 모형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둘째, 현대 과학을 지배하는 통계적 스타일은 이론적 대상의 관찰 가능성을 더이상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 과학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하나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 글에서 다룰 사례는 베카라 도박 과제(Bechara gambling task) 또는 아이오와 도박 과제(Iowa gambling task)라고 불리는 실험이다. 아이오와 의대의 베카라가 고안한 실험이라서 이렇게 부른다. 네 개의 카드 더미에서 마음대로 카드를 하나씩 뒤집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도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한 번 해보도록 하자. 링크
베카라 도박 과제에서 네 개의 카드 더미(간단히 A,B,C,D라고 하자) 중에 좋은 더미(A,B)와 나쁜 더미(C,D)가 있다. 모든 카드에는 수입과 지출이 쓰여져있는데 좋은 더미는 수입이 무조건 한 번에 50$, 나쁜 더미는 100$다. 지출은 무작위로 나타나는 데 좋은 더미는 평균적으로 -25$, 나쁜 더미는 평균적으로 -125$다. 간단히 좋은 더미는 적게 벌지만 더 적게 잃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익이고, 나쁜 더미는 많이 벌지만 더 많이 잃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손해다. 대충 50장 정도 뒤집어보면 감이 오기 시작하고, 80장 정도 뒤집어보면 바탕에 깔린 규칙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과제 자체는 별 게 없다.
그런데 배쪽내측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VMPFC)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의 경우 규칙은 파악할 수 있지만 그전에 감을 잡는 단계가 전혀 없다. 게다가 규칙을 파악하고도 여전히 좋은 더미와 나쁜 더미를 무작위로 뒤집는 행동을 보인다. 이외에도 헌팅던 무도병, 약물 중독, 반사회성 성격장애 등의 경우에도 동일한 행동 양식을 보인다.
아래 그림은 이 실험을 고안한 베카라 등이 VMPFC 손상 환자군과 대조군을 비교한 그래프이다. 연노란색은 기준선(수입만 있는 시기), 노란색은 감잡기 전(지출이 시작되었지만 감을 못잡고 있는 시기), 분홍색은 감 잡은 시기, 빨간색은 확실히 파악한 시기를 나타낸다. 이것은 카드를 10장 뒤집을 때마다 실험에 대한 생각을 보고 받아 구분한 것이다.
중간에 있는 그래프는 카드를 뒤집기 전 피부전도반응(SCR)을 측정한 것이다. SCR은 거짓말 탐지기 등에 쓰는 것인데 정서적 각성을 측정한다. 도박이니까 카드 한 장 뒤집을 때마다 정서적 각성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대조군에서는 감을 잡기 전부터 이미 좋은 더미(초록색)보다 나쁜 더미(파란색)에서 카드를 뒤집으려고 할 때 더 높은 SCR이 측정되었다. 다시 말해 의식적으로는 어느 더미가 좋은지 모르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나쁜 더미를 뒤집으려고 할 때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군은 그런 거 없다. 그냥 잠잠하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카드를 뒤집는 행동을 나타내는 맨 아랫줄 그래프다. 대조군은 감을 잡기 전에도 이미 나쁜 더미보다 좋은 더미에서 카드를 더 많이 뒤집고 있다. 이 그래프가 실린 논문의 제목이 "이로운 전략을 알기 전에 이롭게 결정하기"이다. 그런데 환자군은 좋은 전략이 무엇인지 알고난 후에도 어느 쪽으로도 편향을 보여주지 않는다.
Bechara, A., Damasio, H., Tranel, D., & Damasio, A. R. (1997). Deciding advantageously before knowing the advatageous strategy, Science, 275, 1293-1295.에서 인용
아래 그림은 헌팅던 무도병(유전병의 일종으로 40대에 사망한다) 환자와 대조군, 파킨슨병 환자의 행동을 비교한 것이다. 가운데 그래프는 좋은 더미에서 카드를 고르는 비율을 나타내는데 대조군과 파킨슨병 환자는 점차 좋은 더미에서 카드를 고르는 비율이 증가하지만 헌팅던병 환자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환자들을 포함해서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평균적으로 13~15년의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들(다시 말해 고등학교는 다녔다)이며 치매 증상이 있는 경우도 배제했다. 다시 말해 과제를 잘못 이해하거나 지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이유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은? 여러분의 댓글을 기다립니다.
(계속)
이 글에서 다룰 사례는 베카라 도박 과제(Bechara gambling task) 또는 아이오와 도박 과제(Iowa gambling task)라고 불리는 실험이다. 아이오와 의대의 베카라가 고안한 실험이라서 이렇게 부른다. 네 개의 카드 더미에서 마음대로 카드를 하나씩 뒤집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도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한 번 해보도록 하자. 링크
베카라 도박 과제에서 네 개의 카드 더미(간단히 A,B,C,D라고 하자) 중에 좋은 더미(A,B)와 나쁜 더미(C,D)가 있다. 모든 카드에는 수입과 지출이 쓰여져있는데 좋은 더미는 수입이 무조건 한 번에 50$, 나쁜 더미는 100$다. 지출은 무작위로 나타나는 데 좋은 더미는 평균적으로 -25$, 나쁜 더미는 평균적으로 -125$다. 간단히 좋은 더미는 적게 벌지만 더 적게 잃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익이고, 나쁜 더미는 많이 벌지만 더 많이 잃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손해다. 대충 50장 정도 뒤집어보면 감이 오기 시작하고, 80장 정도 뒤집어보면 바탕에 깔린 규칙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과제 자체는 별 게 없다.
그런데 배쪽내측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VMPFC)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의 경우 규칙은 파악할 수 있지만 그전에 감을 잡는 단계가 전혀 없다. 게다가 규칙을 파악하고도 여전히 좋은 더미와 나쁜 더미를 무작위로 뒤집는 행동을 보인다. 이외에도 헌팅던 무도병, 약물 중독, 반사회성 성격장애 등의 경우에도 동일한 행동 양식을 보인다.
아래 그림은 이 실험을 고안한 베카라 등이 VMPFC 손상 환자군과 대조군을 비교한 그래프이다. 연노란색은 기준선(수입만 있는 시기), 노란색은 감잡기 전(지출이 시작되었지만 감을 못잡고 있는 시기), 분홍색은 감 잡은 시기, 빨간색은 확실히 파악한 시기를 나타낸다. 이것은 카드를 10장 뒤집을 때마다 실험에 대한 생각을 보고 받아 구분한 것이다.
중간에 있는 그래프는 카드를 뒤집기 전 피부전도반응(SCR)을 측정한 것이다. SCR은 거짓말 탐지기 등에 쓰는 것인데 정서적 각성을 측정한다. 도박이니까 카드 한 장 뒤집을 때마다 정서적 각성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대조군에서는 감을 잡기 전부터 이미 좋은 더미(초록색)보다 나쁜 더미(파란색)에서 카드를 뒤집으려고 할 때 더 높은 SCR이 측정되었다. 다시 말해 의식적으로는 어느 더미가 좋은지 모르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나쁜 더미를 뒤집으려고 할 때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군은 그런 거 없다. 그냥 잠잠하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카드를 뒤집는 행동을 나타내는 맨 아랫줄 그래프다. 대조군은 감을 잡기 전에도 이미 나쁜 더미보다 좋은 더미에서 카드를 더 많이 뒤집고 있다. 이 그래프가 실린 논문의 제목이 "이로운 전략을 알기 전에 이롭게 결정하기"이다. 그런데 환자군은 좋은 전략이 무엇인지 알고난 후에도 어느 쪽으로도 편향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래 그림은 헌팅던 무도병(유전병의 일종으로 40대에 사망한다) 환자와 대조군, 파킨슨병 환자의 행동을 비교한 것이다. 가운데 그래프는 좋은 더미에서 카드를 고르는 비율을 나타내는데 대조군과 파킨슨병 환자는 점차 좋은 더미에서 카드를 고르는 비율이 증가하지만 헌팅던병 환자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Busemeyer, J., & Stout, J. C. (2002). A Contribution of cognitive decision models to clinical assessment: Decomposing performance on the Bechara gambling task. Psychological Assessment, 14(3), 253-262.에서 인용
환자들을 포함해서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평균적으로 13~15년의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들(다시 말해 고등학교는 다녔다)이며 치매 증상이 있는 경우도 배제했다. 다시 말해 과제를 잘못 이해하거나 지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이유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은? 여러분의 댓글을 기다립니다.
(계속)
# by | 2008/03/29 23:34 | 트랙백 | 핑백(2)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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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질문을 라캉의 이론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나와주면 좋겠네요. 재밌을 듯.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제 설명이 말이 안되네요...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를때 어떻게 헛소리를 하는지 보여주고 말았군요...^^;;;;;;
익명 // 세상엔 참 재밌는 연구가 많지요.
悟汪 // 등뒤에서 사자가 쫓아올 때 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이지. ^^
라임에이드 // 좀 기다려봤는데 안 올라오네요. 그래서 다음 글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