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질문게시판 (200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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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Kuhn, G., Amlani, A. A., & Rensink, R. A. (2008). Towards a science of magic.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2(9), 349-354.

by 아이추판다 | 2010/02/11 16:33 | 트랙백 | 핑백(1) | 덧글(61)

행동에서 분자까지

기생말벌과 식물의 공생 (byontae님)
'작은 동물들'의 학습 (漁夫님)
'작은 생물들'의 학습 (byontae님)

얼마 전 과학밸리를 달궜던 작은 동물/생물 학습 시리즈.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지 군소의 예를 들어서 한 번 설명해보자.

군소(Aplysia)는 바다 달팽이의 일종으로 뇌가 2만 여개의 세포로 이뤄져있어서 아주 단순한데다가, 신경세포가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커서 신경과학에서는 상당히 인기있는 동물이다. 아래 사진처럼 생겼는데 토끼하고 닮아서 '바다 토끼(lepus marinus)'라고도 불린다.

파블로프는 세 가지 형태의 학습을 연구 했다. 습관화, 민감화, 고전적 조건화. 습관화는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무시하는 것이다. 민감화는 강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다른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전적 조건화는 '파블로프의 개'로도 잘 알려있다. 이 세 가지 학습은 군소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군소를 뒤집어보면 위의 그림처럼 생겼다. 실제로 저렇게 색깔이 있는 건 아니고 구별을 위해 넣은 것이다. 군소의 수관을 건드리면 아가미 수축 반사가 나타난다. 수관을 자꾸 건드리면 이 반사는 약해지는 데 이것이 습관화다. 반대로 꼬리에 충격을 주고 수관을 건드리면 아가미는 강하게 수축한다. 이것이 민감화다. 꼬리를 맞고 놀라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누가 수관을 건드리니 식겁할 수 밖에 없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꼬리를 먼저 살짝 만져서 예고를 해준다음에 수관을 건드리면 나중에는 꼬리만 만져도 아가미 수축반사가 나타난다.

이 세 가지 학습은 최소한 단기적인 기억은 있어야 가능하다. 아까 수관을 만졌다는 걸 기억해야 습관화가 될테고, 방금 꼬리를 맞았다는 걸 기억해야 민감화가 될 것이다. 그럼 이런 단기기억은 신경 수준에서 어떻게 이뤄질까.

군소에서 수관의 감각 뉴런은 아가미의 운동 뉴런과 연결되어 있다. 수관을 만지면 감각 뉴런이 활성화되고, 감각 뉴런은 다시 운동 뉴런을 활성화시킨다. 운동 뉴런은 아가미의 근육을 움직여서 아가미를 수축시킨다. 민감화의 경우, 꼬리를 때리면 꼬리의 감각 뉴런이 활성화되고, 꼬리의 감각 뉴런은 중간 뉴런을 활성화시킨다. 중간 뉴런은 수관의 감각 뉴런에 '어떤 작용'을 해서 운동 뉴런을 더 강하게 활성화시키도록 만든다.

여기서 알 수 있지만 민감화를 위해 필요한 건 단 4개의 신경세포 뿐이다. 습관화는 수관 감각 뉴런과 아가미 운동 뉴런 2개만 있으면 된다. 물론 군소의 경우에 실제로는 좀 더 많은 뉴런이 있다. 예를 들어 아가미를 수축시키는데 필요한 운동 뉴런은 6개다. 하지만 원리상으로는 군소의 행동을 4개의 신경세포에 가둘 수 있다. 군소가 없어도 뉴런 네 가닥만 떼내서 실험해도 똑같은 학습이 가능하다.

그럼 여기서 한 수준 더 내려가서 중간 뉴런이 수관 감각 뉴런에 무엇을 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살펴보자.

뉴런과 뉴런이 만나는 부분을 시냅스라고 한다. 영화에서 보면 뉴런 사이에 스파크가 튀는데 실제로는 시냅스 전 뉴런이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해서 시냅스 후 뉴런을 흥분시킨다. 초록색 삼각형은 감각 뉴런의 시냅스 전 말단인데 여기서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운동 뉴런에 방출한다. 중간 뉴런은 여기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한다.

세로토닌을 받으면 감각 뉴런은 cAMP라는 물질을 합성한다. cAMP는 단백질 키나아제A를 활성화하고, 단백질 키나아제 A는 칼륨 이온통로를 닫아 감각 뉴런의 흥분 상태를 더 오래 유지시키고, 글루타메이트의 방출을 촉진한다.

우리는 앞서 군소의 행동을 신경 수준에 가두었다. 이제는 신경 활동을 다시 분자 수준에 가둘 수 있다. 뉴런 네 가닥도 필요없고 감각 뉴런 하나만 있으면 된다. 감각뉴런을 활성화시키고 시냅스 전 말단에 세로토닌을 주면 역시 똑같은 학습이 가능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은 유비가 성립한다.

개체 수준: 충격 -> 꼬리 -> 수관 -> 아가미
신경 수준: 꼬리 감각뉴런 -> 조절뉴런 -> 수관 감각뉴런 -> 운동뉴런
분자 수준: 세로토닌 -> cAMP -> 단백질 키나아제A  -> 글루타메이트

여기서 설명한 학습은 지나치게 단기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습과 좀 차이가 있다. 연습은 완벽을 만든다는 말은 군소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장기기억을 위해서는 뉴런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시냅스를 더 강하게 더 많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뉴런의 구조를 바꾸려면 단백질이 필요하고, 단백질을 만들려면 DNA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 첫 단추는 역시 cAMP에 의해 활성화된 단백질 키나아제 A가 담당한다. 나름 바쁘신 몸이다. 이온통로 열랴, 글루타메이트 방출 촉진하랴, 이제는 핵으로 출장도 간다. 그러면 여차저차한 과정을 거쳐서 DNA가 활성화되고 그 정보는 mRNA에 담겨서 각 시냅스 말단으로 전달된다.

뉴런은 여러 다른 뉴런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장기기억을 형성하려면 특정한 뉴런과 연결만 강화되어야 한다. 이 경우엔 아가미 운동 뉴런과 시냅스를 강화해야지 다른 엉뚱한 운동 뉴런의 시냅스를 강화하면 안된다. mRNA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정확한 시냅스 전 말단에 가서 단백질을 합성할까?

여기서 작년 한국을 뒤흔들었던 생물학 용어가 하나 등장한다. 그거슨~ 두둥. 프.리.온. 잘 알려져있다시피 프리온은 무척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자가증식하는 특징이 있다. 멀쩡하던 프리온도 미친(?) 프리온을 만나면 같이 미쳐버리는 식인데 이 메커니즘이 장기기억에 기여한다고 알려져있다. 시냅스 전 말단에는 CPEB라는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은 프리온과 비슷해서 우성 CPEB가 열성 CPEB를 만나면 우성으로 바꿔놓는다. 시냅스 전 말단의 CPEB는 평소에는 열성 상태로 있다가 세로토닌 신호를 전달받으면 우성으로 바뀌고 다른 열성CPEB들을 우성으로 바꾼다. 이런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해당 말단에는 우성CPEB들이 바글바글하게 되어 마침내는 뇌에 구멍을 뚫..는 게 아니고 시냅스 전 말단에 도착한 mRNA를 활성화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뉴런은 정확히 강화시켜야할 시냅스만 강화할 수 있다.

이런 신경세포의 작동방식은 군소만이 아니라 초파리나 사람에서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재미있게도 cAMP는 뉴런에만 존재하는 게아니라 다른 종류의 세포나 단세포 생물에서도 세포 내부의 신호 전달에 사용된다. CPEB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두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첫째, 학습의기본적인 메커니즘은 분자 수준의 시스템에 바탕을 둔 것이다. 둘째, 이런 분자 수준의 시스템은 신경세포가 진화하기 오래 전부터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한 생물도 학습과 기억을 위한 기본적 시스템은 우리와 꼭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학습을 한다고 이상한 일은 아니다.

모든 종류의 학습이 이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개체, 신경망, 세포와 분자의 각 수준에서 대칭적인 것은 아니다. 좀 더 복잡한 학습은 신경망 수준 이하에서는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조엘 스폴스키의 말대로 모든 쓸만한 추상화에는 어딘가에 구멍이 존재한다. 단적인 예가 정신질환이다. 많은 정신질환은 분자 수준의 시스템에서 말썽이 시작된다. 이것은 세포, 그리고 신경망의 작동 방식을 바꾸고 마침내는 개체 수준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유전적으로 cAMP 합성에 말썽이 생긴 초파리는 냄새와 전기충격을 연합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멀쩡할 때는 상관없지만, 무언가 뒤틀리기 시작하면 바닥까지 내려갈 수 밖에 없다.

덧. 프리온과 CPEB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면 김우재님이 사이언스타임즈에 연재하신 "광우병을 넘어" 3부작을 보시면 되겠다.
광우병으로 얼룩지는 ‘프리온’ 연구
최초의 생명 혹은 기억의 입자 ‘프리온’
‘프리온’ 발견이 생물학에 끼친 변화

by 아이추판다 | 2009/06/30 15:50 | 트랙백 | 덧글(10)

C++의 새로운 미래?

석사과정 때의 일이다. 시뮬레이션을 하기에 파이썬 같은 스크립트 언어는 너무 느리고, 포트란을 배우기는 좀 부담스러워서 C++을 다시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없던 STL이니 Boost니 하는 게 유행하길래 이건 또 뭐야 싶어서 책들을 좀 읽어봤다. 그랬더니 '함수형 프로그래밍' 이런 말이 또 자꾸 나오길래 이건 또 뭐야 싶어서 순수 함수형 언어라는 하스켈을 공부했다. 하스켈을 공부하다보니 또 모나드라는 게 나오길 래 이건 또 뭐야 싶어서(헉헉) 추상대수학의 카테고리론에 바탕을 둔 형식의미론을 공부했다. 세상에 print "hello, world!" 하나에 이렇게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쓰는 언어는 처음 봤다. 그렇게 삼천포로 빠지다보니 어느새 석사 논문을 쓸 때가 되어버렸다. 시뮬레이션은 물 건너 갔지만 다행스럽게도 형식의미론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계산적 의미를 논하는 것이라 논문에 가져다 쓰기가 아주 좋았다. 게다가 카테고리론은 다이어그램을 그려놓으면 아주 예쁘다. 이런 식으로 하스켈 때문이 인생이 조금 꼬이기도 하고 풀리기도 해서 애증이 좀 있다.

류광님의 C++0x 미리보기 12, 표현식의 형식을 알려주는 decltype를 보니 C++은 이제 문법 수준에서도 점점 하스켈을 닮아가는 모양이다. 자료형 추론에 람다 함수에.. 하지만 여전히 길고 산만하다.

<template typename T, typename U> auto f(T x, U y) -> decltype(x*y) { return x*y; }

하스켈이라면 똑같은 표현을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얼마나 쉬워. 함수 f x y는 x*y. 끝.

f x y = x*y

그리고 자료형도 컴파일러가 다음과 같이 정확히 추론한다. (Num '인터페이스'를 구현한 자료형 a에 해당하는 값 두 개를 받아 하나를 반환한다는 의미임.)

f :: (Num a) => a -> a -> a

어차피 자료형 추론 알고리듬을 다른 걸 쓰는 건 아닐테니까 C++에서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렇게.

f(x,y){ return x*y; }

요렇게만 해도 된다면 파이썬이고 하스켈이고 다 버리고 C++만 쓸텐데. 아무래도 어렵겠지?

by 아이추판다 | 2009/06/27 02:23 | 트랙백 | 덧글(5)

철학적 정신분석학과 평론

방명록에 어떤 분이 비밀글로 질문을 남겨주셨다.

아이추판다 님 안녕하십니까? 여쭤볼 게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에 관한 것입니다. 정신분석학의 '학문'으로서 위치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치료법'인지 아니면 객관적으로 검증된 '학문'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싶구요.
요즈음 소설이나 영화 평론에서 정신분석을 들먹이는게 짜증이 나서요.
대부분의 필자들이 정신분석과 상관없는 비전공자(대부분 인문학)인데 평론마다 정신분석 안나오는데가 없으니 저 같은 무지렁이들은 읽기도 어렵고 평론에 신뢰를 가지기도 어렵습니다.
대부분 얼치기라는 심증이 있으나 객관적 물증이 없어서^^

우리는 아직 많은 정신장애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효과적인 몇 가지 치료법들이 있는데 정신분석학도 '그 중에 하나'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침소봉대해서 정신분석학 '이론'의 경험적 근거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건 잘못이다. 그건 정신분석학이 다른 치료법보다 더 효과적일 때나 가능한 소리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정신분석학의 이론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그냥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효과적"이라는 게 정신분석학에 대해 내릴 수 있는 가장 관대한 평가일 것이다. 이건 다른 치료법도 마찬가지다.

임상심리학이나 상담심리학과 같은 실천적 분야에서는 정신분석학이 치료법으로서 의의가 있지만 지각심리학이나 인지심리학과 같은 과학적 분야에서는 별 비중이 없다. 발달심리학 교과서에 프로이트의 발달 이론이 '잘못된' 이론으로 소개되고, 언어심리학 교과서에서 말실수에 대한 설명을 소개하면서 프로이트의 이름을 잠깐 언급하는 정도다.

프로이트는 원래 신경과학자였다가 먹고 살길이 없어서 의사로 개업을 한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정신분석학은 19세기판 이공계 위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뇌든 마음이든 거의 알려진게 없었기 때문에 프로이트는 당시의 과학적 지식과 자신의 임상적 경험을 버무려서 어떻게든 최선의 이론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1890년대에 카밀로 골지는 신경세포 주위의 돌기에는 표면막이 없어서 신경세포들은 거미줄처럼 연결된 신경망을 이룬다고 주장했다.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은 골지의 주장에 반대하면서 골지가 만든 은 염색법을 이용해 뇌가 독립된 신경세포들로 이뤄져있음을 보였다. 이 업적으로 1906년에 골지는 은 염색법을 만든 공로로, 카할은 신경망의 기본구조를 밝힌 공로로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다. 골지는 자신이 반대한 주장을 증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탄 셈인데, 그는 노벨상 수상연설에서도 자신의 이론을 옹호하면서 라몬 이 카할의 발견을 비난했다고 한다.

여기서 연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대표작인 "꿈의 해석"을 출간한 것은 1900년이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뇌의 기본단위가 신경세포라는 것조차 아직 확실치 않았던 시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프로이트의 오류에 대단히 관대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상대성 이론을 몰랐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게다가 프로이트는 라몬 이카할의 이론을 정신분석학과 조화시키기 위해 "과학적 심리학 초고"라는 논문을 쓴다. 여전히 말은 안되지만 나는 그가 노력이라도 했다는 데 크게 점수를 주고 싶다.

문제는 프로이트를 '철학'으로 재포장한 사람들에 있다. 이 사람들은 프로이트가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 역사적 맥락과 마음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려고 했던 그의 노력을 모두 날려버리고 정신분석학을 사변적 이론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그런 지적 난동을 "프로이트의 '생물학적 편향'을 제거했다"며 우쭐해한다. 밥벌이 때문에 생물학을 손에서 놓아야 했지만 끝까지 그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프로이트가 들으면 밥숟가락을 집어던질 일이다.

1880년대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PAQ와 같이 무의미한 철자들을 외우고 일정 시간 후에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망각의 속도를 측정했다. 그래서 망각이 초반에는 빨리 이뤄지지만 후반에는 천천히 이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890년대에 윌리엄 제임스는 이러한 발견으로부터 기억은 1차 기억과 2차 기억으로 구분된다는 주장을 펼쳤고, 1900년에 뮐러와 필체커는 에빙하우스가 사용한 것과 비슷한 실험을 통해 1차 기억에서 2차 기억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기억은 무척 취약해서 그 시점에 다른 정보를 학습시키면 1차 기억이 2차 기억으로 전환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후에 심리학자들은 1차 기억을 단기 기억, 2차 기억을 장기 기억,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고착화로 명명했다. 이제는 단기기억, 장기기억, 고착화에 대해 신경 수준에서 행동 수준까지 방대한 사실들이 밝혀져있다.

프로이트는 1925년 "신비스런 글쓰기판에 대한 소고"라는 글에서 당시 유행하던 '신비스런 글쓰기판'이라는 장난감을 비유로 들어 기억의 이런 이중적 구조를 설명한다. 이 글은 프로이트의 대표적인 저작 중에 하나이고 철학적 정신분석학자들이 많이 인용하는 글이다. 그런데 조금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프로이트의 이 글을 읽기 전에 에빙하우스로부터 시작되어서 프로이트를 지나 현대에 이르는 기억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대해 먼저 공부할 것이다. 아마 프로이트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안 한다. 아마 에빙하우스나 제임스의 이름도 모를 것이다.

서울대 철학과의 김상환 교수는 라캉과 같은 철학적 정신분석학을 한국에 퍼트리려고 애쓰는 사람인데 기본적인 기억의 원리도 모르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라캉주의적 오바질) 이건 김상환이 한국의 얼치기라서 그런 게 아니다. 프랑스 '본토'에 가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는 맹정현도 마찬가지의 헛소리를 한 적이 있다. (환각의 생리학) 역시 프랑스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김석은 심지어 학부 발달교과서에 있는 내용도 모른다. (18개월) 이들의 글을 읽어보면 기본 지식이 없다는 게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읽는 내가 당황스럽다.

고등학교 때 배우기로 평론은 시, 소설, 수필, 희곡과 함께 문학의 장르 중에 하나라고 한다. 평론에서 정신분석학을 동원하는 것, 문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평론도 어렵고 소설도 어려운데 평론과 환타지 소설을 크로스오버하니 얼마나 어렵겠나. 학부 교과서 수준의 지식도 없는 분들이 무의미한 단어만 조합해서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 글을 쓰니 그야말로 예술이다. 대단한 분들이다. 그러니 이런 분들의 글을 읽거든 짜증내지 말고, 도장 하나 파서 꾸욱 찍어주자. "참 잘했어요"라고.

by 아이추판다 | 2009/06/25 22:55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8)

교보문고에서는 애러가 발생하면

인지과학에 대한 책 몇 권 때문에 교보문고 강남점에 들렀다가 검색대 밑에서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봤다.

심지어 "안녕하세요" 다음에는 마침표도 없다.

by 아이추판다 | 2009/06/22 17:38 | 트랙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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