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질문게시판 (200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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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추판다 | 2010/10/11 13:40 | 잡담 | 트랙백 | 덧글(22)

놀라움과 두려움: 김태희의 경우

바보 아빠의 표정 연구


일단 김태희의 표정 연기에 대한 짤방부터 보고 시작하자.

김태희 연기 못하는 거야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 짤방은 그리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짤방에 나오는 장면은 모두 놀라움이나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니까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이 짤방이 공정하지 못하다 치더라도 놀라움과 놀라움, 두려움과 두려움이 구별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놀라움과 두려움도 비슷해 보이는 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표정은 인류 보편적인 특징이다. 고립된 채 살아가는 여러 부족의 사람들도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똑같은 표정으로 분노, 불쾌함, 슬픔, 기쁨을 나타내고, 또 그러한 표정의 의미를 정확히 식별한다. 다만 두려움과 놀라움은 예외인데, 구석기 문화의 사람들은 이 두 가지 감정에 해당하는 표정을 잘 구분하지 못하며 그들의 표정에서도 이 두 가지를 구분하기도 어렵다. 사실, 현대 문명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두 종류의 표정은 다른 종류의 표정에 비하면 비슷한 편이다.

놀라움과 두려움을 나타내는 표정에서 공통된 특징은 휘둥그레진 눈이다. 위쪽 눈꺼풀과 눈썹 전체가 위로 올라간다. FACS에서는 AU 1(안쪽 눈썹 올라감), AU 2(바깥쪽 눈썹 올라감), AU 5(위쭉 눈꺼풀 올라감) 세 가지에 해당한다.

위의 그림은 왼쪽부터 중립, AU 1+2+5i, AU 1+2+5ii에 해당한다. AU 1+2+5ii는 AU 1+2+5i보다 위쪽 눈꺼풀이 더욱 올라가서 AU 5가 두드러진다. 단지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만으로는 놀라움인지 두려움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대체로 놀라움은 지속 시간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지면 놀라움, 좀 더 길게 휘둥그레지면 두려움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고 AU 1+2+5i와 AU 1+2+5ii의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AU 5가 강조되면 좀 더 두려운 표정이 된다.

이외에도 두려운 표정에는 눈썹을 찌푸리고(AU4), 눈꺼풀이 팽팽해지고(AU7), 입술이 팽팽해져서 "으에에에"하는 듯한 모양(AU20)이 나타나는 반면, 놀라운 표정에서는 턱이 떨어져서 "어?!"하는 듯한 모양(AU26)이 나타난다. 아래 그림은 이러한 특징들을 극단적으로 나타낸 표정이다.


이제 김태희의 표정을 다시 보면 완전히 똑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놀라움과 두려움에 공통적인 AU 1, 2, 5가 모두 나타나고 있지만 조금 차이가 있는데 이를테면 6번의 당혹스러워하는 연기의 경우엔 두려움의 특징인 찌푸린 눈썹(AU4)과 팽팽해진 입술(AU20)이 잘 드러난다. 팽팽한 눈꺼풀(AU7)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잘 식별을 못하기 때문에 패스.

반면 1번의 놀라는 연기는 AU4가 잘 나타나지 않고, AU20도 거의 없는 대신 턱이 뚝 떨어지는 AU26이 잘 나타나있다. 하지만 위쪽 눈꺼풀이 올라가는 AU5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서 두려운 표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참고로 위의 짤방에서는 이 표정이 '깜짝 놀라는'이라고 되어 있는데, 일상적으로는 '놀람'과 '깜짝 놀람'을 구분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른 반응이다. 사람들에게 갑자기 총을 들이대고 공포탄을 쏴재끼는 실험을 해보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게 아니라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깜짝 놀람'은 '놀람'의 연속선에 있는 감정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반사(reflex)라고 본다.

마무리는 스티븐 시걸의 표정 연기 짤방.

by 아이추판다 | 2010/01/27 20:54 | 인지과학 | 트랙백 | 덧글(12)

바보 아빠의 표정 연구

건달은 건들건들에 ddd님께서 표정의 경우를 질문하셔서 말 나온 김에:

표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자면, 표정을 측정할 방법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정 체계로 널리 쓰이는 것이 "얼굴 움직임 부호 체계(Facial Action Coding System: 이하 FACS)"라는 것인데, FACS에서는 얼굴 표정을 다음과 같이 움직임 단위(Action Unit: 이하 AU)으로 나누어 분류한다.

그리고 아래 그림처럼 이런 AU들을 조합하면 여러 가지 표정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럼 이 FACS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까? FACS를 만든 사람 중 한 명인 폴 에크먼(Paul Ekman)의 설명을 들어보자.

나는 한 얼굴이 몇 개의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알아냈고(만 개가 넘는다!), 그 가운데 감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표정들을 추적했다. 20여년 전에 월리 프리즌과 나는 낱말과 사진을 이용하여 얼굴을 체계적으로 묘사한 최초의 얼굴 지도를 그렸으며, 얼굴의 움직임을 해부학적 맥락에서 측정하는 방법을 보여준 영상도 촬영했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나는 내 얼굴의 근육을 하나하나 움직이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때로는 내 얼굴의 움직임이 어떤 근육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피부 속에 바늘을 꽂아 전기 자극을 줘서 어떤 표정을 만들어내는 근육을 수축시키는 방법도 썼다.

(중략)

얼굴의 근육이 어떻게 표정을 변화시키는가를 알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체계적으로 서로 다른 표정들을 조합하여 우리 자신의 표정을 비디오로 좔영했다. 처음에는 근육을 하나씩만 움직였지만, 나중에 가서는 여섯 개의 근육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원하는 대로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몇 달 동안 훈련을 통해서야 가능해졌다. 우리는 그 비디오테이프를 연구하면서 어떤 근육이 움직여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을 터득했다.

폴 에크먼, 이민아 옮김, "얼굴의 심리학", 바다출판사, 38~73쪽.

이렇게 자기 자신을 피실험자로 삼아 노가다 연구를 하는 것은 에빙하우스 이래로 심리학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그런데 몇 달의 훈련을 거쳐 "여섯 개의 근육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폴 에크먼은 위에서 인용한 책 "얼굴의 심리학"에서 자기 얼굴 사진을 거의 싣지 않는다. 대신,

나는 여기에 4년 전에 찍은 내 딸 이브의 사진을 사용하려 한다. 나는 이브에게 이런 혹은 저런 감정의 표정을 지으라고 말하지 않고 내 얼굴에서 각각의 근육을 직접 움직여 보여주었다. 표정의 변화가 얼마나 미묘한지를 보여줄 수 있는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서 수 천 장을 찍어야 했다. 나는(다른 장에 등장하는 내 사진 몇 장을 제외하면) 모델은 단 한사람만 썼는데 그래야 다른 얼굴 생김새에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고, 또 그래야 표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책, 178쪽.

그런데 이 책이 어떤 식이냐 하면..

페이지마다 이런 식이라 이게 표정에 대한 책인지 이브 에크먼 사진집인지 당췌 알 수가 없을 지경인데,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1) "아이고 이쁜 우리 딸, 아빠 책에 사진 잔뜩 넣어줄께."
2) "흠.. 어디 표정 잘 나오게 피부 팽팽한 애 없나? (번뜩)"

어느 쪽이나 '바보 아빠'로다.

참고: 심리학자를 부모로 둔다는 것

by 아이추판다 | 2010/01/23 21:04 | 인지과학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6)

건달은 건들건들

몸 여기저기에 조그만 전등 여러 개를 몸에 붙인 사람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걷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으면 까만 바탕에 점 몇 개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뿐인데도 우리는 그걸 보고 화면 속 사람의 성별을 상당수 맞출 수 있다. 사람들은 생체 움직임(biological motion)에 대단히 민감해서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고 동영상 속 사람의 기분은 물론 심지어 여러 사람 중에 누구인지도 맞춘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동영상 속의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성별이나 정서, 개인을 식별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에는 여러 가지 실험적 시도만이 아니라 수학적, 통계적 시도도 같이 이뤄졌는데 그 중에 한 가지 논문을 보다보니 재미있는 게 있어서 소개해본다.

독일의 니콜라우스 트로제는 남녀 각 20명을 트레이드밀 위에 걷게 하고, 그 모습을 동작분석기(motion capture)로 측정했다. 동작분석기는 요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장비인데 사람의 몸에 표지(marker)를 붙이고, 이 표지의 움직임을 측정해서 사람의 웅직임을 기록하는 장치다. 트로제는 이 측정치를  선형 동작 모형(linear motion model)이라는 통계적 모형으로 분석해서 사람의 걸음걸이에 있는 동역학적 정보들을 뽑아냈는데, 이 정보를 합성해서 남성 또는 여성의 가상적인 걸음걸이를 만들어내자 아주 재미있는 움직임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합성한 움직임은 그의 실험실 홈페이지에서 플래시로 감상할 수 있는데, 왼쪽 위의 슬라이드 바를 MALE이라고 쓰여진 방향으로 움직이면 화면 속 사람의 움직임이 더 '남성적'으로 바뀌고, FEMALE이라고 쓰여진 방향으로 움직여면 더 '여성적'으로 바뀐다. 여기서 남성적/여성적이라는 것은 동작 데이터만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위의 그림은 가서 해보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화면을 캡쳐한 것이다. 가운데는 평균적인 걸음걸이, 왼쪽은 가장 남성적인 걸음걸이, 오른쪽은 가장 여성적인 걸음걸이다. 재미있게도 여러 사람의 데이터를 합성해서 만든 동작에서는 사람들의 실제 동작보다 남성성이나 여성성이 대단히 과장되었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걸어다닐 때 어깨를 앞뒤로 더 흔들고 팔꿈치를 바깥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움직임들을 다 합쳐놓자 완전히 '건달' 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건달들이 건들건들거리고 돌아다니는 이유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통계적인 의미에서) 남자답기 때문이다. 그럼 남자들은 왜 건들거리는 것일까. 여기에는 구조적 이유와 생태적 이유가 있다. 구조적으로는 남자는 골반에 비해 어깨가 넓고, 여자는 반대로 골반에 비해 어깨가 좁다. 따라서, 평범하게 걸어도 남자는 여자에 비해 어깨가 앞뒤로 많이 움직이고 여자는 골반이 남자에 비해 많이 움직이게 된다. 여기에 덧붙여 많은 동물에서 수컷들은 경쟁자보다 몸을 크게 보이려는 습성이 있는데, 인간의 경우에 위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건달 포즈를 취하면 몸이 훨씬 커보인다.

그러니까 건들건들거리고 돌아다니는 건달들은 온몸으로 "저는 남자입니다"라고 외치는 셈이다. 물론 그걸 다 생각하고 하는 짓은 아니겠지만.

by 아이추판다 | 2010/01/16 23:12 | 인지과학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그들의 정체

어떤 과학의 모자이크
어떤 과학의 포샵질

이런 종류의 기술이 발표되면 흔히 "UFO를 주웠다"거나 "외계인한테 배웠다"는 말이 뒤따른다. 그럴리가. 책에 봐도 분명히 "human"이라고..


그림 출처: Karniadakis, G. E. & Kirby II, R. M. (2003). Parallel Scientific Computing in C++ and MPI: A Seamless Approach to Parallel Algorithms and their Implementa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by 아이추판다 | 2010/01/07 11:43 | 잡담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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